703번 좌석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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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3번 좌석 버스

1 황정한 1 2076 0
703번 좌석 버스에 올라 탑니다 1700원을 내고 올라 선 계단이 지갑속에 접힙니다
시간이 없네요 서둘러 당신이 기다리는 곳으로 갑니다
옆자리에 할머니가 앉았어요 오늘 처음 봤는데 할머니가 내 어깨를 집네요
늙는다는게 그런걸까요? 자꾸만 기대게 되는거...처음 타본 좌석버스에서 귀를 내려 놓았습니다 가끔씩 한숨처럼 세어나오는 바람소리 들려옵니다 내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토닥토닥 등을 두들겨요 괜찮아 괜찮을거야 손을 잡아요 흔들리는 버스에서 기우뚱 거려요
손을 흔들 듯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머리에 맟추어 그대의 이름이 똑딱 거리다
궤도를 벗어난 상념이 파도처럼 들어왔다 나갔다가 제자리를 찾지 못해 흔들립니다
뒤늦게 달려오는 기억들은 미처 올라타지 못하고 시발년, 욕지거리를 내 뱉으며 신호가 걸리기를 바라지만 멈추지 않네요 브레이크를 잃어버린 버스기사의 발이 무심히도 엑셀을 밟습니다

올봄은 유난히도 벚꽃이 빨리 피었다지요 이제 곧 빗물에 떨어져 나갈 잎들을 보려 거리엔 사람들이 북적 거릴텐데, 기다림은 아쉬움으로 더 많은 것들을 불러 모아요
급하게 떠날 준비를 하는 당신을 보며 나는 혼자 발을 동동 구르며 머리를 흔들 흔들
최단코스로 달려 나가는 버스 안에서 홀로 긴 시간을 보내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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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M 再會  

어떤 느낌인지.. 알것같네요.. !

시간이 해결해줄지 모르지만 힘들어도...

마음속에 잘 갈무리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