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에.... 외화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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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선일보에.... 외화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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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line_2_1.jpg[weekly chosun] '외화 번역의 달인' 이미도 "말 빠르고, 말 많은 배우 정말 싫어"

 


 


 


슈렉·반지의 제왕…15년간 450편 번역

"창작이 출산이라면 번역은 입양

영어 비법은 단어 많이 외우고 소리 내 따라하기"



대다수의 독자들이 극장에서 외화를 감상한 후 ‘번역 이미도’라는 자막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유명세에 비해 이미도(47)씨 개인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는 남자다.



지난 3월 14일 본사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씨는 “박찬욱 감독이 만든 영화 ‘올드보이’의 여주인공 미도 때문에 오해가 더욱 굳어졌다”면서 “실제로 중성적인 느낌의 이름을 원하던 박 감독이 내 이름을 쓰고 싶다고 해서 빌려간 것”이라고 했다. 예명일 것 같은 ‘이미도(李美道)’는 그의 본명으로 ‘아름다운 길’이라는 뜻을 지녔다.



외화 번역에 주력해오던 이씨는 최근 산문집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웅진 지식하우스)를 냈다. “번역만 주로 하다가 처음으로 창작을 했어요. 책으로는 세 번째예요. ‘이미도의 등 푸른 활어 영어’ ‘영화 백 개 사전, 영어 백과 사전’를 낸 적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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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번역가로 더 오래 살아와서인지 번역에 대한 그의 생각은 매우 우호적이다. “창작이 출산이라면 번역은 입양이죠. 각색은 태교 음악 들려주기이고요. 어느 쪽이든 아이를 건강하게 낳아서 훌륭하게 기르려는 것이기 때문에 경중을 따질 수는 없죠. 또 창작물은 작가가 아는 만큼 쓴 결과물이지만 번역은 번역가가 아는 만큼의 수준을 뛰어넘는 언어와 내용까지도 우리말로 옮겨야 할 때가 있기 때문에 저는 번역할 때 더 조심스러워지지 않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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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도씨가 최근 펴낸 산문집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

이씨는 세 권의 책을 모두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썼다. “스타벅스는 디지털 유목민의 오아시스예요. 제 작업실이자 놀이터이기도 하죠. 저는 퀵서비스나 택배도 거기서 받아요. 가끔 부산 해운대에 있는 스타벅스도 가는데 바다가 보여서 너무 좋아요.”



6만권이 넘게 팔린 ‘이미도의 등 푸른 활어 영어’라는 책 제목도 부산 해운대 스타벅스에서 지은 것이다. “푸른 바다를 보고 있는데 활어가 생각났고 이어 활어(活語)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외화 번역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는 지금까지 15년 동안 450편 정도의 외화를 번역했다. 1993년 ‘블루’가 첫 작품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슈렉’ ‘뮬란’ ‘반지의 제왕’ ‘아메리칸 뷰티’ ‘뷰티풀 마인드’ ‘인생은 아름다워’ ‘굿윌헌팅’ ‘노트북’ ‘식스센스’ ‘제리 맥과이어’ 등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공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영어강의를 했지만 번역은 해본 경험이 없으니 처음에는 난감했죠. 특히 10자 내외로 번역을 해야 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3-4-3-4 구성을 좋아해요.”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화 번역가는 20여명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이낙훈·장미희씨 등도 번역을 했어요. 제 이름이 많이 보이는 것은 번역 실명제가 도입된 덕이기도 하죠. 제가 번역한 작품은 사실 전체 외화의 7~8%밖에 안 돼요. 하지만 운 좋게도 번역한 영화마다 관객이 많이 들어서 많은 분이 제 이름을 보고 기억하게 된 거죠.”



그는 외화를 처음 보면 70% 정도는 이해가 된다고 한다. “저도 원어민이 아니잖아요. 번역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자문을 구하죠. 미국 유타에 사는 원어민 친구에게 언제든지 국제 전화를 할 수 있어요. 제가 물어보면 그 친구는 ‘그게 미국에서 나오는 시트콤 대사인데’라는 식으로 설명을 해주죠.”

그렇다면 이씨가 꼽는 발음 좋은 미국 배우는 누구일까? “톰 행크스, 해리슨 포드, 줄리아 로버츠 등이 있어요. 연기력의 기본은 발성인데 이들은 모두 발성이 좋아요. 더 정확한 발음을 원하시면 애니메이션을 권할게요.”



그가 가장 싫어하는 배우는 말을 빠르게, 많이 하는 배우라고 한다. 영화 한 편에 붙는 자막 수는 평균 1200개인데 말을 빨리 하는 배우가 등장하면 2000개가 넘는다는 것이다. “장르로는 코미디가 어렵죠. 미국식 패러디를 하면 한국인은 이해를 잘 못하잖아요. 예를 들어 ‘나 이대 나온 여자야’ 같은 경우 한국인은 웃겠지만 외국인들은 이해를 못하는 것과 똑같죠.”



이씨가 강조하는 영어 공부 비법은 단어를 많이 외우는 것이라고 한다. “앨빈 토플러도 동의어·반의어 사전을 끼고 산다고 하잖아요. 다음은 단어의 활용입니다. 무덤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로 tomb과 grave가 있는데 한국인은 ‘차이’를 구별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외우는 것 같아요. tomb은 위로 올라온 무덤, grave는 밑으로 파고 들어간 무덤입니다. 또 한국식 영어를 주의해야 합니다. NG는 한국식 영어예요. 이에 해당하는 영어는 out-take이죠. 단어를 많이 외운 후에는 항상 스토리를 가까이 해야 합니다. 영화든 책이든 다양한 영어표현을 접해야 하지요. 스토리를 접할 때 눈으로만 보지 말고 소리를 내서 읽으면 좋아요. 그리고 오감을 활용할 수 있는 영화를 보면 됩니다.”



그는 어려서 본 영화 중 ‘언제나 마음은 태양’이 기억난다고 한다. “아버지가 미군 통역관 겸 도서관 사서를 하셨어요. 저를 극장에 자주 데리고 가셨죠.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중퇴했지만 스페인어와 영어를 독학으로 익히셨어요. 제게 영어책을 소리 내서 읽게 하신 첫 번째 영어 스승이죠. 아버지에 이은 제 영어 스승은 역시 영화였어요. ‘대부’가 개봉하던 날엔 영화관에서 하루 종일 나오지 않았고 종종 개구멍으로 들어가 보다가 뒷간에 빠지기도 했죠. 제 인생의 영화을 꼽으라면 ‘블루’ ‘제리 맥과이어’ ‘스텐 바이 미’를 들겠어요.”



혼자 사는 이씨의 집은 거의 창고에 가깝다고 한다.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올 정도였어요. 침대, 책상, 세탁기 이외에는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책, 비디오, DVD 등이 쌓여있죠.  2000년부터 살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대청소를 안 했어요.”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스웨덴어과 81학번이다. “잉그마르 베르히만 등의 스웨덴 영화가 멋있어 보였거든요. 대학 졸업 후에는 미국에 가서 2년 정도 공부를 했고 돌아와 공군장교로 영어 강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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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土·日섹션'에 연재를 시작한 이미도의 '영화와 영어'

이씨가 가장 힘들었을 때는 사업을 시작했다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배신을 당했을 때였다고 한다. 그는 2006년 ‘물고기 도서관’이라는 출판사를 낸 적이 있다. 물고기 ‘FISH’는 Fashion, Idea, Story, Heart의 머리글자를 따온 것이다. “처음 사업을 하다가 된통 당했어요. 제가 출간하는 책을 내는 1인 출판사였는데 인쇄, 유통업자들을 잘못 만나 제 신용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신문 광고까지 다 내놓고 서점에 책을 가져다 주지 못한 거예요. 또 책이 없는 상태에서 저자 강연회가 열리게 됐으니 이 얼마나 웃긴 코미디입니까. 정말 비싼 수업료를 치렀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1년 동안 마음을 다스리느라 고생했죠.”



그래서 이씨는 당분간 번역과 창작 병행에 매진할 거라고 한다. “조만간 대학에서 통번역학 특강도 하게 될 것 같아요. 또 조선일보 ‘土·日섹션’에 제 이름을 걸고 ‘영화와 영어’ 연재를 시작했으니 열심히 해야죠.”



입력 : 2008.03.21 19:48 / 수정 : 2008.03.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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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억쎈모래  
오호..좋은 글이군요..
잘 읽어보았습니다.
1 부두구천  
이미도, 워낙 유명한 번역가라서 안티가 좀 설치는 것 같긴 하지만
당연히, 실력은 있으신 분 같음.

그런데 영화 히트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알파치노의 총맞고 죽으면서
알파치노에게 하는 마지막 대사를
거의 날조 수준에 가까운 만행(?)을 저지른 경력이 있는 번역가라는 걸
나는 아직도 기억함~

'내가 먼저 쏠 수도 있었어'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저런 내용이었음.
비디오에선 저 날조 자막이 고쳐졌다고 하던데...)

이미도의 이 만행때문에
히트가 한국에선 형사 대 범죄자와의 우정극(?)으로 전락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