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스크린쿼터 투쟁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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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스크린쿼터 투쟁을 보며

1 치우천황 3 5597 1
한때 열심히 삭발도 하고 눈물도 흘리면서 스크린퀴터를 반대하던 영화인들이 다시한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전의 스크린쿼터 투쟁에서 영화인들이 내세운 카드는 문화주권에 대한 것이었으며 영화는 경제논리가 예외를 두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일견 맞는 말이다.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헐리우드의 메이저 영화들에 대항해서 자국의 영화를 지켜내는 것은 당연한 자위권 발동이므로.

그러나 지금, 완성도를 떠나 마케팅과 스타시스템만 성공하면 백만넘기기가 일도 아니고 단기간에 몫돈을 만진다는 이유로 너나할 것 없이 돈보따리 들고 영화판으로 몰려드는 작금의 현실에서 과연 보호받아야할 대상이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보다 우선 우리가 익히 아는 영화인들은 그렇게 당당하게 투사라도 된양 거리로 나서도 되는 존재들일까..

헐리우드의 독점집단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슈퍼맨이라도 된것처럼 해도 되냐 이 말이다.

그들이 진정 그러한 독점 자본에게 착취당하는 것을 거부하고 일종의 노동자로써 생존을 걱정하는 거라면 하나 묻고 싶다.

정작 자신들의 밥그릇 문제가 걸린 이 싸움에 연연하기 전에 진짜 독점자본. 우루과이라운드나 이번 뉴라운드에 맞서 농민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논밭을 갈아엎을때는 뭘하고 있었는가

아울러 IMF 한파에 얻어맞아 서민들이 살맛 다 잃었을때 영화인들은 그 잘난 예술을 한답시고 어떤 영화를 찍어대고 있었는가.

그때 티브이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길거리에 나앉아 눈물을 흘리던 모 배우는 새 영화에서 받은 게런티가 몇 억이라는 말과 국민배우께서 그나마 한국영화의 현실을 생각해 게런티를 1억으로 동결시켰다는 장한 이야기였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 이유로 정작 우리들의 삶은 별 볼일 없는 마당에 그런 염치없는 자들의 밥그릇타령에는 아량을 배풀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가면 갈수록 영화자본가는 배를 두드리고 영화노동자는 병아리 눈꼽만한 돈을 받으며 전전하는 악순환은 되풀이될 뿐이다.

웃기게도 예술을 한다는 알량한 이유 하나로 스텝들에게 기초적인 생계보장조차 해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크린쿼터 투쟁이 좀더 안정적인 밥그릇 보장을 위한 싸움으로 비추어지지 않으려면 자신들에게 일말의 객관성이라도 부여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쌀을 지키는 이유는 우리 몸에 가장 맞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주식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다면 우리의 영화인들은 문화주권을 들먹일만큼 자랑스럽고 가치가 있는 영화를 만들어 내었단 말인가?

아무리 잘 뜯어보아도 공격적인 마케팅과 대규모의 사전 펀딩.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연예프로그램에서 내보내는 촬영현장까지 그 어느 곳도 자국의 문화를 지킨다는 비장함보다는 철저한 산업논리에 놀아나는 리틀 헐리우드로 보일 뿐이다.

전적으로 이번의 스크린쿼터 반대 투쟁은 엄살이거나 혹은 염치없는 자들의 헛소리가 될 가능성이 큰듯해 입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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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강혜정  
치우천황님 이글 너무 잘읽었습니다. 이글 제가 잘 가는 싸이트에 영화에 관심많은 분들이 많이 계신데 복사해서 옮겨도 될까요 안된다면 절대 하지 않겠씁니다.
1 겐시로  
너무 옳으신 말씀. 농민과 영화인..... 잡지에 실린다해도 모자람이 없네요.
1 가을사랑  
이글 좀 퍼갈께요^^넘 좋은 글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