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알리와유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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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글]알리와유승준

1 운칠기삼 9 6075 2
개인적으로 영화 <알리>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건 무하마드 알리가 베트남 전 징집을 거부하는 장면이었다. 알리는 애써 얻은 챔피언 타이틀을 빼앗길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의미 없는 전쟁으로 자신을 내몰려는 미국정부와 백인주류 사회를 정면으로 치받았다. 특유의 소나기 펀치만큼 매스컴 앞에서 쉴 새 없이 독설을 퍼붓는 그는 “베트콩은 나를 깜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며 “나와 아무 감정 없는 베트콩을 죽이기 위해 1만 킬로미터를 날아가지는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quot;내가 싸워야할 상대는 바로 당신들&quot;이라고 내뱉는다. 당연히 미국 정부가 그를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그는 결국 챔피언 벨트를 빼앗기고 경기조차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불이익을 감수한 용기는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시대의 불의에 저항했다. 재판을 통해 병역 거부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박탈된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링에 올랐다. 알리는 위대한 복서이자 스스로 옳다고 믿었던 신념을 자신의 필드에서 구현한 인물이었다. 그는 또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역이용할 줄 알았던 미디어 전략가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의 산업적인 요구에 이용당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당대의 영웅으로 아이콘화된 자신의 위치를 이용할 줄 알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의 신념이 역사적으로 정당했다는 것이며, 그 역시 자신의 믿음을 흔들림 없이 신뢰했다는 것이다.

우습게도 영화속 그의 행적속에서 가수 유승준이 교차됐다. 병역과 관련해 알리와 유승준은 대중문화 아이콘의 극단적인 두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리와 그가 다른 것: 알리는 병역을 '거부'했고, 유승준은 병역을 '기피'했다. 알리는 국가 권력에 대항해 투쟁했고, 유승준은 회피했으며 순응했다. 알리는 스스로 대중 문화 스타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적극 이용했고, 유승준은 그 덫에 걸렸다. 결정적으로 유승준은 얄팍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부름에 몸을 바치는 데는 소질이 있었지만 스스로의 위치를 이용할 만큼 전략적이지 못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유승준에게는 알리처럼 지킬 신념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고민할 사이도 없이 LA 골목을 질주하고 다녔을 그에겐 이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차라리 그가 알리처럼 당당히 병역을 거부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왜 북녘의 동포들에게 총을 겨누어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애초부터 군입대를 거부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입국 금지는 당했을지언정, 그를 흠모하는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분단의 고통을 상기하는 데 일조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안타깝지만 유승준은 '알리'가 아니었다.

불행히도 오늘날 대중문화 스타들의 면면도 유승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떻게 하면 더욱 그럴싸한 이미지를 만들어낼까 고민하는 그들에게 부조리한 사회와 현실의 모순은 관심 밖일 수 밖에 없다. 그들을 사랑하는 많은 팬들이 그 안에 있지만 그들은 한걸음 떨어져 있다. 팬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하지만 정작 팬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통과 자신들을 동일시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중문화 메커니즘이 만들어낸 잘 빠진 일회용 소모품일 뿐이다. 자기 의지와 신념이 없으므로 산업의 이해에 따라 한 칼에 날아간다. 그것을 알 정도로 영민하지 못한 그들은, 그러므로 순간의 환희에서 빠져 나오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우리들의 잘난 영웅들 가운데서 '알리'를 보고 싶다. 뭔가 잘못 됐다고 크게 부르짖는 노래를 듣고 싶다. 허공에 뜬 환호와 영혼 없는 목소리들이 문화적 공기를 피폐화하고 있는 지금, 우리들의 대중 스타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과연 그 화려한 겉모습에 드리워진 허상을 깨부술 용기가 있는가?
 
2002.03.01 / 최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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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1 구노  
알리 말처럼..북한은 우리적이아니다..하고..군대를 다들 거부하면 우리나라 어떻게 될까요..--;;;;북한 주민은 우리적이 아니지만..북한정부는 아직까지 우리적이라는것을 알아야할듯..
1 구노  
난..유승준...변명과 거짓말만 안하면 욕안한다...구차한 변명같은것 없이..눈물만 흘렸다면..차라리 ...동정했을것을......역시...변명과 거짓말을 하더라...
1 가을사랑  
알리는 미국의정치적 이기를 위해 벌이는 전쟁에 참여하기 싫었던것이고 유군의 군기피는 지극히 사사로운것이 었고 위선이었기에 붉은 악마의 자격을 박탈당한 것이겠지요^^푸허허~
1 오재호  
어제요.. 전 서점을 안가서 그곳 사정은 모르지만.. 지하철역 신문잡지자판대에서 &quot;유승준영상화보집&quot;을 팔 더군요.. 그거 파는 판매대 뿌시고 시퍼서..혼났어여.. 그거 보니깐 왜 이리 짜증나는지..그렇다고 파는 점원에게 &quot;그거 당장 치워욧&quot; 할수 도 엄꼬.. 이젠 유승준을 비판하기도 욕하기도 싫습니당.. 단지..아예 한국에서.. 아니 우주에서 자취를 감추었으면 좋겠어여..
1 오재호  
그곳은 금정역이었습니다.. (신문 파는곳)
1 I.B  
반품 안받아줘서 그래요. 거기 알려줘서 뭐 뿌시기라도 하라는건가요? 어째 좀 치사하네요.
1 구노  
유승준이 이런말 했으면...난 북한사람과 감정이 없다...내가 왜 군대가는가?
1 cho k t  
그런말 보다는 &quot;난 불법주차자와 감정이 없다.. 내가 왜?&quot; 뭐 이런게 더 맞는 말 아닐까여? 현역으로 가는것도 아니면서.. 쩝..
1 박태수  
저도 북한사람과 감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현역제대를 했습니다. 건 북한 정부가 우리 가족에게 감정을 가지고 있으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