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든 10대와 2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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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협상파문 릴레이 기고]③촛불든 10대와 이명박
입력: 2008년 05월 21일 18:21:21  경향신문
 
한국 현대사에서 10대들이 거리에 나온 것은 이승만 타도를 외친 이후 없었던 일이다.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1960~80년대에도 거의 대학생 위주였다. 일제시대에는 고교생들이 열심히 정치에 참여했고, 50년대 말까지도 참여했는데 그 이후로는 입시에 주눅이 들었는지 참여가 저조했다. 그게 지금 다시 살아난 것 같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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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동영상을 통해 본 촛불집회의 모습은 고대 희랍 민회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예전에 자주파 쪽에서 주최했던 집회는 획일적으로 구호를 외치기만 했는데, 이제는 정말 다양한 얘기들이 나온다. 중앙무대에서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다른 한 구석에서 터져나온 의료보험 민영화, 교육 자율화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중앙무대로 진출한다. 학생들은 기성운동권에 비해 분명한 자기 관심사를 가지고 운동을 하는 것 같다. 이것은 10대들이 다른 매체보다 인터넷을 더 많이 보는 것과도 관계있을 것이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인터넷이 정보가 더 다양한 측면이 있고, 상호소통이 가능한 점도 있다.

그 모습을 보노라면 뭔가 희망이 싹트는 듯한 느낌이다. 과거의 진보 운동과는 무언가 다르고 새롭다. 그들의 개인화된 부분이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훨씬 처절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고1이면 야간 자율학습에 학원 다니느라 다른 일을 할 시간도 없을 텐데, 정말 뭔가 사무친 게 있었던 것이다.

반면 이명박씨를 보면서 확실히 느끼는 점은 이 사람이 잘못된 자리에 가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재벌 임원과 대통령이 요구받는 재능이 다르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재벌은 일종의 군부대와 비슷하다. 주인이 결정했으면 그에 따르든지, 아니면 나가야 한다.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에도 누가 반대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군대 문화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 이제 대통령이 되니까 계속 착오를 일으키는 것이다.

급기야 그는 ‘국민의 건강권’과 ‘삼성전자·현대차의 제품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거래하는 지경까지 왔다. 본인은 자유무역협정(FTA)의 원만한 체결을 위해서라고 말하는데, 재벌에서는 그렇게 말했어도 됐을지 모르지만 일국의 대통령은 그러면 안된다. 하지만 이명박씨는 그런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좀 힘들어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더 힘들어 할 것이다. 이명박씨가 여러 경험이 많기는 하지만 그것은 지금 요구받는 역할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국민이 화난 것은 미친소 고기를 먹어서 죽을 것 같다는 공포보다는 강자인 미국 앞에서 약자인 한국의 이해관계를 철저하게 지키지 못한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다. 세계무대에서는 한국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협상이라도 국민 입장에서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미국 앞에서 사익을 위해 공익을 내팽개친 것에 대한 분노이다.

사실 사익 추구는 한국 권력의 한 특징이다. 그것은 자발적인 식민화로 이어져 왔다. 미국이 우리에게 총을 겨누면서 미국사람처럼 살라고 하지도 않는데, 알아서 기는 것이다.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것이나 영어 잘하는 사람을 많이 키우겠다는 것이 그렇다. 나는 민족주의자가 아니지만 한국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 씨알 함석헌 선생의 말씀대로 “하늘이 내신 대로” 살아가는 것이 좋다. 뭔가 강한 힘에 눌려, 그것에 자신을 동질화시키려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역겨움을 느끼게 한다.

촛불집회에 대해 “반미선동”이라 규정한 것을 보면 한국 보수신문들은 참으로 창의성이 없어보인다. 10대들이 반미선동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단지 입시지옥에서 살고 싶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살고 싶지 않은 것뿐이다. 이들은 희망이 없는 사회에서 살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해 거리로 나온 것이다.

한국사회는 지금 이명박이라는 앞뒤 가리지 않고 ‘오로지 개발’ ‘오로지 개방’ ‘오로지 신자유주의’를 외치는 대통령이 나왔다가, ‘신자유주의’와 ‘개발’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노무현처럼 본질을 호도하며 얌전한 척 했던 정권 때보다, 이명박에 와서는 그 실체가 더 분명해지며 대중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것이다. 이제는 아무 미련도 남아있지 않다는 듯.
<박노자 | 오슬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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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부두구천  
박노자, 러시아 출신이면서 저 나이에 한글문장을 이 정도로 쓰는 걸 보면 이 양반 천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듬. 한국의 고대,근대,현대사에 있어 이 양반만큼 공부한 사람도 잘 없을 것이고...

'국민이 화난 것은 미친소 고기를 먹어서 죽을 것 같다는 공포보다는 강자인 미국 앞에서 약자인 한국의 이해관계를 철저하게 지키지 못한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다.'

과연 그럴까? 나는 전자라고 느끼고 있는데...

어쨋든, 미국은 참으로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새삼 듬.
미국의 대외정책 모토가, 미국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황색인들을 키우는 거라고 하던데 우리나라 처럼
저 말에 잘 들어 맞는 나라, 특히 이명박 패거리들처럼 저 말에 딱 들어맞는 족속들이
잘 없지 않나 싶음......

에라이~ 모르겠다~ㅋㅋㅋ

이상하게 술 마시고 오면 꼭 시네스트에 댓글을 달게 된당. 취중댓글(???)인감...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