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언어를 영어 자막을 통해 번역해보신 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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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언어를 영어 자막을 통해 번역해보신 분 있나요?

22 박해원 10 849 0

으시대려는 건 아닙니다만 저는 일본에서 1년 남짓 살다와서 일본어가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근데 일본 영화를 번역할 때는 일본어 자막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웬만하면 영어 자막으로 작업하거든요.

제 작업 방식이 우선 영화를 영자막으로 보고나서 버스 타고 왔다갔다 하는 시간에 폰으로 자막을 번역하고 

그걸 제 메일로 보낸 후 영상을 보며 갈무리 작업을 하는 식입니다. 그렇게 하면 경어나 상황이 기억이 안나는

장면의 디테일만 수정보완하면 되기 때문에 상당히 효율적이거든요. 

하지만 영어권 영화면 모를까 일본 영화의 경우 갈무리 작업때 엄청난 고초를 겪습니다. 상당수 들리거든요ㅠ 

이때부터는 그냥 키키토리(청해)가 돼 버립니다. 영어 자막은 정말 왜 그렇게 축약을 해놓는지 모르겠어요. 

디테일한 부분이 대부분 누락돼 있고 정말 필요한 발언만 해버리기 때문에 일일이 살을 붙힐 수밖에 없습니다.

제 자막의 모토가 제가 봐도 어색하지 않고 편안한 자막을 만드는 거라... 사서 고생하는 일이긴 하지만

문장의 순서까지 바뀌어져 있는 건 도무지 참을 수가 없네요ㅠㅜ 가끔씩은 역으로 일체 하지 않은 말까지

추가해놓는 경우도 있구요. 과연 애니메이션의 브금까지 바꿔놓는 미쿡답습니다.

대표작이 '카타쿠리가의 행복' 정도? 정말 시간 많이 걸린 거 같네요. '워터보이즈'의 경우엔 한글 자막으로

봤는데도 '이건 백프로 영자막으로 번역했다' 싶어서 재번역했구요. 뭐... 당시에 일본 영화 수입에 대한 

제재가 그만큼 강했다면 유통에 있어 우회도 해야 되고 하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요. 하지만 언어를 

다른 나라 언어를 통해 번역하는 건 지양하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그 나라의 문화, 관습, 풍습에 대한 

지식이 미비하면 좋은 번역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로 저도 1도 모르는 러시아 영화를 

두편 작업했었는데... 러시아어 능력자분들이 보기엔 코웃음이 나왔을 거 같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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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7 oO지온Oo  
홍콩 영화를 일본어 자막으로 번역해 본 적이 있고.. (그냥저냥 만족스러웠습니다 ^^;;;;)
홍콩이나 중국 영화에 대해서는 영어 번역이 편한 것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건, 중국어와 영어는 어순이 비스무리하니깐.. ㅋㅋㅋㅋ

일본어 번역은 영어 중역이 그다지 추천할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그런데 최근에는 일본어 자막이 추가되어 있는 영상이 꽤나 많은 것 같더군요.
굳이 영문 자막을 참고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22 박해원  
홍콩 영화를 일어 자막으로라... 광동어도 전혀 몰라서 뜻을 알차게 전달했는지 모르겠네요ㅋㅋ 지온 님이야 일본어 번역을 훌륭하게 해내셨겠지만ㅎ
그리고 일본어 자막은 영상 파일속에 내장된 자막을 말씀하시는군요. 네, 확실히 요즘 작품에는 수록돼 있는 경우도 많더군요. 참고하겠습니다ㅋㅋ
24 바보정  
저도 외국어 특히 영어와 중국어가 가장 도움이 못되는 타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와 중국어는 이것들이 적당한 띄어쓰기를 안해서 길이가 길어도 너무 길거든요
그걸 하나하나 띄우기도 귀찮고 게다가 상황 번역이고 아무튼 엄청 도움이 안됩니다

그치만 영어자막을 쓰는 이유는 그나마 제일 많이 퍼진것이 영어자막이고
싱크자막이고 어쩔수 없이 영어자막을 이용할 따름입니다

너무 기대지는 마세요
저도 영어자막에 별로 기대지는 않습니다
22 박해원  
그렇죠. 싱크 자막인 게 제일 크죠... 근데 뭐랄까. 번역은 엄청 함축시켜놓고 또 분할은 엄청 자잘하게 해놔서 두 싱크를 하나로 합쳐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게 아이러니하네요ㅋㅋㅋ 어찌보면 그것도 장점이지만요
25 umma55  
청해가 된다면 상당히 괴로워지죠, 차라리 안 들리면 좋을 텐데...^^
영어자막이 축약이 돼 있는 이유는,
그게 영어든 뭐든 'caption이 아니라 'subtitle'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사를 듣는 것과 글자를 읽어야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읽는 건 그만큼 시간이 걸리죠. 그래서 모든 대사를 다 번역할 수는 없어요.

우리가 영어자막에 기대는 이유는, 영어 말고 해석할 능력이 되는 외국어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일본어 빼고).

저도 외국어를 영어자막으로 만든 걸 다시 중역하는 짓을 자주 합니다만,
늘 어색한 문맥에 좌절합니다.^^
원어를 봐도 모를 테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요.

언어를 다른 나라 언어를 통해 번역하는 건 지양하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그 나라의 문화, 관습, 풍습에 대한 지식이 미비하면 좋은 번역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죠.
==>지양하면 수많은 비영어권 걸작들이 묻힙니다.
지식은 번역하면서 구글링 해가며 최대한 갖추려고 노력해야지요.
번역하다 보면 역사, 문화, 정치 등 다방면으로 얄팍하나마 배경지식을 공부하고 얻게 되더군요.
22 박해원  
저도 대사량과 자막량의 균형을 맞추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ㅋㅋ 가끔 가다가 영어권에선 엄청 짧은 문장인데 한글로 풀어쓸 땐 무쟈게 길어지는 경우는 좌절하게 되더군요. 어떻게 의역을 할까 골머리 앓으면서 어찌어찌 해내긴 하는데 자연스러운지 아닌지는 또 다른 문제고요ㅠ
최근에 작업했던 AK-47같은 경우엔 'You will have conditions like the others.'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이걸 짧게 표현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원어인 러시아어는 훨씬 짧더라구요ㄷㄷ '자네도 남들과 같은 조건을 지니게 될 거야'라고 하기엔 오래된 작업실 안에 들어와서 공간을 훑으면서 하는 말이니 공간에 대한 언급도 해야겠고... (영어 자막도 의역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영어권 작품에 대한 말씀엔 크게 공감합니다. 저도 좀 더 유연한 사고를 해야겠네요ㅋ
영어 번역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것 같더라구요.
영화 자막은 모르겠고... 철학서를 불어(원본), 일역, 영역을 비교해놓고 몇권 검토를 해봤는데 영역본은 별 중요하지 않다 싶으면 통째로 문장을 날려버립니다.
어떤 프랑스 학자가 굉장히 아름다운 문장을 사용해도 영역의 경우에는 무미건조한 문체가 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프랑수아 트뤼포가 쓴 아름다운 비평이 기억이 나네요.
일역은 그 의미를 완벽에 가깝게 살려내는데 영역은 그냥 요점만 쭉 번역하는 쪽을 택하던군요.

이와 정반대 되는 경우도 봤습니다.
피터 보그다노비치가 쓴 존 웨인 평전을 영역본으로 읽고 일역본으로 비교를 해봤는데 보그다노비치가 영어로 쓸 때 없던 표현이 일역에는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을 했더라구요.
번역의 세계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22 박해원  
그쵸. 영역이랑 일역은 극과 극인 거 같아요. 근데 일어 자막의 경우 얘기가 180도 다른 거 같습니다ㅋㅋ 한자가 넘 많아서 영화 한편만 봐도 골이 띵한 사람들이 제법 있거든요. 그래서 일어 자막은 영어와 달리 필수불가결하게 문장을 짧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26 장곡  
대단들 하십니다.
님들 덕분에 편하게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22 박해원  
별말씀을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