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언어를 영어 자막을 통해 번역해보신 분 있나요?
으시대려는 건 아닙니다만 저는 일본에서 1년 남짓 살다와서 일본어가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근데 일본 영화를 번역할 때는 일본어 자막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웬만하면 영어 자막으로 작업하거든요.
제 작업 방식이 우선 영화를 영자막으로 보고나서 버스 타고 왔다갔다 하는 시간에 폰으로 자막을 번역하고
그걸 제 메일로 보낸 후 영상을 보며 갈무리 작업을 하는 식입니다. 그렇게 하면 경어나 상황이 기억이 안나는
장면의 디테일만 수정보완하면 되기 때문에 상당히 효율적이거든요.
하지만 영어권 영화면 모를까 일본 영화의 경우 갈무리 작업때 엄청난 고초를 겪습니다. 상당수 들리거든요ㅠ
이때부터는 그냥 키키토리(청해)가 돼 버립니다. 영어 자막은 정말 왜 그렇게 축약을 해놓는지 모르겠어요.
디테일한 부분이 대부분 누락돼 있고 정말 필요한 발언만 해버리기 때문에 일일이 살을 붙힐 수밖에 없습니다.
제 자막의 모토가 제가 봐도 어색하지 않고 편안한 자막을 만드는 거라... 사서 고생하는 일이긴 하지만
문장의 순서까지 바뀌어져 있는 건 도무지 참을 수가 없네요ㅠㅜ 가끔씩은 역으로 일체 하지 않은 말까지
추가해놓는 경우도 있구요. 과연 애니메이션의 브금까지 바꿔놓는 미쿡답습니다.
대표작이 '카타쿠리가의 행복' 정도? 정말 시간 많이 걸린 거 같네요. '워터보이즈'의 경우엔 한글 자막으로
봤는데도 '이건 백프로 영자막으로 번역했다' 싶어서 재번역했구요. 뭐... 당시에 일본 영화 수입에 대한
제재가 그만큼 강했다면 유통에 있어 우회도 해야 되고 하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요. 하지만 언어를
다른 나라 언어를 통해 번역하는 건 지양하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그 나라의 문화, 관습, 풍습에 대한
지식이 미비하면 좋은 번역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로 저도 1도 모르는 러시아 영화를
두편 작업했었는데... 러시아어 능력자분들이 보기엔 코웃음이 나왔을 거 같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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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자막이 축약이 돼 있는 이유는,
그게 영어든 뭐든 'caption이 아니라 'subtitle'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사를 듣는 것과 글자를 읽어야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읽는 건 그만큼 시간이 걸리죠. 그래서 모든 대사를 다 번역할 수는 없어요.
우리가 영어자막에 기대는 이유는, 영어 말고 해석할 능력이 되는 외국어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일본어 빼고).
저도 외국어를 영어자막으로 만든 걸 다시 중역하는 짓을 자주 합니다만,
늘 어색한 문맥에 좌절합니다.^^
원어를 봐도 모를 테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요.
언어를 다른 나라 언어를 통해 번역하는 건 지양하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그 나라의 문화, 관습, 풍습에 대한 지식이 미비하면 좋은 번역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죠.
==>지양하면 수많은 비영어권 걸작들이 묻힙니다.
지식은 번역하면서 구글링 해가며 최대한 갖추려고 노력해야지요.
번역하다 보면 역사, 문화, 정치 등 다방면으로 얄팍하나마 배경지식을 공부하고 얻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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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작업했던 AK-47같은 경우엔 'You will have conditions like the others.'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이걸 짧게 표현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원어인 러시아어는 훨씬 짧더라구요ㄷㄷ '자네도 남들과 같은 조건을 지니게 될 거야'라고 하기엔 오래된 작업실 안에 들어와서 공간을 훑으면서 하는 말이니 공간에 대한 언급도 해야겠고... (영어 자막도 의역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영어권 작품에 대한 말씀엔 크게 공감합니다. 저도 좀 더 유연한 사고를 해야겠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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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막은 모르겠고... 철학서를 불어(원본), 일역, 영역을 비교해놓고 몇권 검토를 해봤는데 영역본은 별 중요하지 않다 싶으면 통째로 문장을 날려버립니다.
어떤 프랑스 학자가 굉장히 아름다운 문장을 사용해도 영역의 경우에는 무미건조한 문체가 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프랑수아 트뤼포가 쓴 아름다운 비평이 기억이 나네요.
일역은 그 의미를 완벽에 가깝게 살려내는데 영역은 그냥 요점만 쭉 번역하는 쪽을 택하던군요.
이와 정반대 되는 경우도 봤습니다.
피터 보그다노비치가 쓴 존 웨인 평전을 영역본으로 읽고 일역본으로 비교를 해봤는데 보그다노비치가 영어로 쓸 때 없던 표현이 일역에는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을 했더라구요.
번역의 세계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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