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엑스트라였다(2편) ㅡ 사투리 써서 안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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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엑스트라였다(2편) ㅡ 사투리 써서 안되는데요

1 잔인한시 4 5797 0
경상도 토박이로서...
액션만 취하는 엑스트라가 
그래도 요즘 뭣도 안되는 연기력으로
반장 눈에 띄어서..
단역배우의 연기하던 
곧, 대사를 치던 시절과 달랐기에...
제게도 한 번의 대사치고 할 기회가 왔었답니다...

당시 프로의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제가 서울 경기도 생활한 지가 어언 3년..
경상도 남자들은 서울말 쓰는 것을 간지러워하죠.
그래서 버리기 참 힘들구요...
반면...겪어본 바로는..여자란 간사?해서...1주일 만에 쓰더군요...

암튼..
저또한 서울로 학교 땜시 올라사거 서울 생활 했지만
사투리 바꿀 생각 없었답니다.

헌데..
용평 리조트인가...
뭔가...암튼 당시 시대상황으로 봤을 땐
스키란게 드물 때였고..
리조트를 갔었고...
그 지하실?에서 보출이 연기를 하고 여연기자가 받아치는 씬이였습니다.

그 연기자가 누구냐?
그건 좀 있다 말씀드리구요...

암튼 저는 뭐
저야 하급 보출이니...
그 지하 당구장에서 멀리 떨어져서 영어 단어장이나 읽고 있었죠.

헌데....
멀리서 들리는 소리!!!
NG NG NG
선배 보출들의 거듭된 엔지의 덕분에
구성탱이에서 영단어장 읽고 있던 제게도 차례가 왔나봅니다..

현장 보출 반장이 제게 그러더군요..

자네 일루 와봐

쫄면서 전 ..
네..
하고 따라갔죠..

그 씬의 장면 설명은 이러했습니다..
한 아리따운 아가씨가 당구를 치고
옆에서 당구를 치는 생양아치 급들이
아가씨 , 한 수 가르쳐줄까?
그 한 문장의 대사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헌데 제 보출 선배격인 이들이 모조리
불합격 됐었고
그날 일 나온 제 차례까지 왔던 것이었죠...

저 더러 그 대사 치고 연기해보라고 하더군요..
반장이...

제가 뭐랬게요?

당시 아마두 서울 생활 3년이 흘렀을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여전히 사투리 쓰고 있었고..
바꿀 필요성을 못 느꼈더랬죠...

근데 반장이 저더러 하라더군요..

제가 말했죠..

저 사투리 써서 안 되는 데요...

라고 아주 정확하게
경상도 사투리 써가면서 얘기했죠...

보출 반장과 PD의 눈빛이 바뀌면서
저를 아래위로 훑으면서
마치 벌레보듯이 보더군요...

몹시 억울했습니다..
왜냐구요?

제가 다른 연기자들, 배우들 앞에서
그런 우사를 당했으면 덜 억울 할텐데...
하필이면
상대 여배우가...

진재영 씨였거든요..;;;

상경하기 전
진재영이란 인물은
부산에선 최고 하빠리 학교 곧, 여상도 아닌 실업계 해운대 여실 다녔고
포르노 배우로 소문난 연기자였던 거였죠..

현재의 학교...현재의 진재영씨 나무라는 게 아닙니다.
제가 본 것도 아니고
당시 부산서는 그런 소문이 있었단 것이구요..

암튼..
같은 부산 출신에 그런 여자 앞에서 우사를 당했단 것이
너무나 전 자존심이 상했답니다.

그 피디, 반장 보는 앞에서 어쩔 순 없었구...

그 씬을 마치고
그 리조트 홀에서 나오는 진재영씨께 제가 한 마디 던졌죠..
복수겸...

저기...재영씨 어느 중학교 나왔어요?
(나름 재영씨의 자존심을 챙겨주는 처사였습니다 ㅠㅠ;;;)

재영씨 왈..
용호 여중 나왔는데요

음..아마 제 기억으론
그 재영씨가 부산 억양 사투리로 

용호 여중 나왔다고 기억합니다 ....

무튼 뭐...

그 사건 이후로 전 생각을 했고 
결심을 했답니다...

그 이전의 사건도 있었죠...
다른 글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제가 주유소 서울의 아주 큰 주유소에서 야간에 일하는데..
암튼...
서울 분들이 하는 말도 제가 못알아 듣고
제가 하는 말도 서울 분들이 못 알아 듣고
단지 그 억양 차이 때문에...

그래도 안 고쳤던..사투리를
제가 고쳐야 겠단 생각을 했답니다...

그 이후로..
그 나마 고쳤고..

지금은 고향 부산에 내려와서도...
경상도 사투리가 안 쓰이네요...
국적불명이 아닌..
고향불명 ;;;

그런 계기로... 아직도 회색지대인...
서울억양도 아닌 것이
경상도 억양이 아닌 것이
어정쩡한 회색억양이 되었답니다...

근데 한 번은..
MBC 특집 가상 드라마란 것을 갔었죠...
무슨 내용인가 하면...
통일 되어서 북한의 변모한 모습을 그린 것이었는데...

보출인지라..
시장통 행인도 됐다가...점심 먹기 전이었나...
통일 후 은행?에서 북한 주민에게 돈 나눠주는 은행의 
경비도 됐다가 했죠...
점심 먹고 나니까 갑자기 
반장님이 절 부르시더군요..

어잇 저기요...
쌀집 주인 하셔야겠는데요..

그 진재영 사건 있은 후 얼마 뒤라..
아직 사투리가 안 고쳐진 상태에서
제가 또 그랬죠...

저 사투리 쓰는 데요..라구요..

그러니 반장님 왈..
쌀집 주인 역할하는 사람이
앞전 장면에서 너무 많이 나와서
쌀집 주인 바꿔야하는데
그 쪽이 해야겠어요
란 내용이었죠...

반장은 저 보다 나이가 어린 것 같았구,...
당시의 싸가지 없어야 정상인 반장 답지 않게 아주 교양있는 사람이었죠..

암튼...그때도 전 그랬죠..

저 사투리 써서 안 되는데요...
라구요..

그러니 반장 왈...

설정이... 남한 사람이 통일 후...쌀집에 북한에 차려서
남한에서 북한 사람 지원금 준 돈들 싸그리
쌀 사는 데 쓴다는 것이니
굳이 사투리 신경 안 써도 돼요

였습니다...
까라면 까야죠..
보출이 뭐 ;;;

암튼...제가 클로즈업
곧...
얼굴 그대로 나오는 장면
받으면서 하는 것은
그 200 만원 받은 돈으로 모조리 쌀만 사는
그동안 굶주렸기 때문에
어쨌든 쌀을 사려는 북한 여성분에게
참 한심스럽단 표정을 짓는 것이었죠...

아니나 다를까..
대사는 되는데
연기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지라...
그 한심스러움이 표현이 안 되더군요..
엔지를 거듭하고 마쳤던 기억이 난답니다...

어쨌든 뭐...
진재영씨께 감사드려야 하죠..
동향 출신을 만난 덕분에....
서울말 쓰게 된 것 ;;;

아무튼 보출의 역사에 그런게 있구
그런 비스무리한 사건은 지금도 있을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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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2 guram  
먼가.. 웬지모를 애잔함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잔인한시님이 담담하게 쓰셨지만 슬픔이 느껴집니다. ㅜㅜ

진재영씨가 그런 소문이 있었던건 첨 들어봅니다. 확실히 현장감 있는 이야기 너무 감사합니다. ^^
1 잔인한시  
애잔함이라기 보단
비참함이죠...

네...슬픈 아팠던 기억이구요....
그래도 그 사건 없었으면 제가 서울 생활을 13년 남짓했는데....

수많은 각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을 많이 겪었었고...
20대 층 정도 아니라면...
대개는 고향 사투리를 다 썼었죠.

아마두 그 사건 없었더라면...
저 또한 지금까지도 그랬을 거구요...

암튼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3편 기대해주세요 ^^
7 외자막만  
경험담 흥미롭게 잘 읽어봤습니다.
흥분하게 되면 사투리가..후훗..;
1 잔인한시  
이상하게도...
마치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전 부산 사투리를 분간은 하지만
흔히 영화 보면 부산이 배경인데 
서울 사람들이 무조건 억양을 앞에만 올리는 부산 사람역 하면
전 아주 짜증이 나서 그 영화 대충 봅니다.

영화란 리얼리티, 간지가 나야하는데 말이죠.
예를 들면
하모니의 나문희 씨...
그토록 오래 연기를 했다면서도
정말 그 경상도 사투리는 마치 재연 엑스트라급의 연기 밖에 안 되더라구요.

아무리 경상도 사투리라도
부산 사투리와 저기 위쪽 경북쪽 사투리는 틀리거든요...

근데 이렇게나 잘 아는 제가...

이제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것 처럼
이제 부산엘 다시 내려왔는데도
사투리를 못쓰겠더라구요.

안 쓰는게 아니라....

마치 이방인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요?

흥분하면 나올라나?
하하^^;;;
서울 생활 할 때도 흥분해도 그닥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아마두 27년간의 부산 토박이였던 제 삶은 
지워져 버렸던 것같아요...

중대 들어가면서 부산을 떠날 때
하나도 아쉬움이 없었고...
서울 생활을 하면서도
부산이 그리웠을 때가 거의 없었고
국민학교 6학년 때 허허벌판이었던 광안리 바닷가에서 
28살 부산을 떠날 때까지
살았던 저인데도

바다를 그리워 했던 적이 거의 없었고

현재 해운대 바닷가 근처 하꾸방 단칸방에 살면서도
해운대 내려올 적에 딱 한 번 바닷가 밟아보고
더워도 바닷가 한 번 가지도 않으니까요...

모르겠네요...

제가 절 모르겠으니...
다른 분들께서 절 어케 아실까요?;;;;

그럼 3편 쓰러 가볼게요 ^^

재미있으셨다닛 용기 내어서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