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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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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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녀를 본 것은 '송어'란 영화에서였다.
훗날 한국영화의 거대한 한 축이 되는 설경구란 배우와 더불어
유난히 시선이 오래 남는 배우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자살.
사람들은 끌끌 혀를 차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그런 일이 있었던가 할 정도로
그녀에 대해서 금새 잊어버릴 것이다.
아니,
금새 잊혀질 것이다.

여기저기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십어린 기사들을 읽으면서
끌어오르는 분노보다 먼저 뇌리를 가득 채우는 것.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란 길 마저 완벽히 그녀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아이러니가
참으로 슬프기만 하다.

'송어','번지점프를 하다','오! 수정','하늘정원', '연애소설', '주홍글씨'
그녀는 매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하고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나는 또한 매번 그녀 스스로 가진 배우로서의 깊은 고독과 자존심을 보았다.
연기에 대한 열정 때문에 원치 않는 상황에 부닥뜨리고 그 상황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슬프게 바라보는,...
그녀의 이면을 보았던 것 같다.

괴리감.
돈에 대한 욕망, 노출연기에 대한 부담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사람들은 참으로 간단명료하게 그녀를 죽음으로 이끈 우울증의 이유에 대해서
마치 잘 알고 있었다는 듯이 떠들어대고 있지만,
세상살이 아쉬울 것 하나 없어 보이는 화려한 배우가 스물 다섯이란 나이에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한 이유가 그렇게 평면적이고 철없었을까.
그녀가 남긴 글자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다시 예전 화면 속에서 봤던 그녀의
고독과 슬픔의 실체를 느꼈다.
괴리감.
현실과 이상 사이,
희망과 절망 사이,
열정과 관념 사이에 꽉 끼어 몸부림치는
가녀린 자존심을 가진 말없는 한 사람의 깊은 고독과 슬픔에 관해서.

그래도 살았어야 했다.
부모와 오빠, 남겨지는 가족들의 슬픔을 생각해서
차라리 배우를 그만두는 결단을 내리더라도
살았어야 했다.
배우이기전에 동생이었고 딸이었기 때문에.

자살은
종교적인 근거를 대지 않더라도
영원한 죄악이다.
그래서,...
그녀를 기억하는 한 사람으로
영혼이나마 평온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
더 무겁고 슬프다.

이제 그녀는 깨닫고 있겠지.
이제서야 깨닫고 있겠지.
스스로 버린 이 세상에서의 고독과 슬픔이
그나마 더 나았더란 것을.
그래서 더 슬프다.
참 많이 슬프고 아프다.


이은주를 기억하는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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