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돌아온 연말 시상식의 계절 - 따리 고등학교

자유게시판

(펌) 돌아온 연말 시상식의 계절 - 따리 고등학교

1 룰루 ~ 0 4925 7
블로그 '따리 고등학교'에서 퍼왔습니다.
(원문 http://kr.blog.yahoo.com/pungtangche/6976)



이제는 나이가 들어 각자 연말 스케줄(?)로 바쁜 우리 가족이지만, 몇해 전까지만 해도 옹기종기 모여앉아 과일이며 군고구마며 한상 차려 앞에 놓고 각 방송국에서 하는 연말 시상식을 시청하곤 했었다.

그때마다 우리 어머니가 내게 항상 하시던말, "얘, 넌 누가 상 탈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아니? 너 방송국에 누구 아는 사람있니?"

그렇다. 난 거의 매번 정확히 수상자를 맞히곤 했다. 가끔은 누가 공동 수상할 것인지까지도 맞출 정도로 신기를 발휘한 적도 있다. 이러한 정확도는 나의 타고난 직관때문일까? 이미 짐작했겠지만, 여러분도 할 수 있다. 왜? 답안지가 이미 나와 있으니까!





'연기대상' -> '방송국 광고 매출 대상',  '시청률 대상' 으로 개명해야

연말 시상식의 시즌이 왔다. 벌써부터 각 방송국에선 시상식의 사회자와 후보들을 선정해서 발표하며 한껏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음악 시상식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가지 말들도 많고 대부분 취소되거나 가볍게 가는 분위기로 정리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연예 대상이네 머네 하는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위한 시상식도 있는 것 같다.

연말 시상식 자체가 각 방송국의 시청률 전쟁에 소중한 실탄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보다 화려한 출연진을 모으려고 애쓰는 섭외전쟁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왜 한해동안 방송국의 매출에 일조한 연예인, 사내 직원들의 논공행상을 꼭 공중파를 통해서 해야하느냔 말이다.




방송국도 회사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사내 문제는 사내 방송을 이용해서 정리해야 하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지금 하고 있는 행위는 마치 광고회사에서 우수 직원에 대한 논공행상을 광고주가 하는 지면광고면에 게시하는 것과 같은 짓거리다. 사내 신문에 게시하면 될 것을 왜 일반 광고면에 비싼 돈을 들여 하는 걸까? 광고주가 돈 대주니까?

좋다. 백번 양보해서 제일 잘나가는 스타들을 모아다 종합선물세트식으로 늘어놓아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싶은, 어쩌면 당연한 의도에서 비롯했다 치자. 의도야 어떻건 시상식은 시상식이다. 상이란 것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보며 공감하는 제 3자가 있어야 한다. 각 방송사의 연기대상을 보자. 올해 누가 어떤 상을 수상할지 이미 후보공개 이전에 주르륵 머리에 떠오른다. 시청률따라 배열해보면 어떤 상에 어떤 후보가 올라갈 것이고, 그 중에 누가 수상할 것인가, 요부분은 누구와 누가 공동 수상할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럴거라면, 이름을 바꾸자. '연기대상'은 연기를 잘하는 사람한테 주는 상이라는 그릇된 인상을 줄 수 있는 이름이다. '시청률 대상', '광고 매출 대상' 으로 바꾸면 얼마나 좋은가. 상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솔직하면서도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 사실 '연기대상' 이란 이름하에서는 모순된 상들이 너무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인기상'의 존재다. 어차피 연기대상의 대상부터 우수상, 신인상에 이르기까지 시청률순, 즉 인기순 아니냔 말이다. 공로상도 마찬가지다. 이미 방송국 매출에 공로한 순서대로 시상하고 있잖아? 중복에 중복이다. 형식이 빈약하니 내용 또한 빈약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긴장감이 전혀 없는 수상자 호명 순간과 사방에서 쏟아지는 알 수 없는 꽃다발 세례들... impact 없는 트로피 전달식에 느낌없는 감정과다 수상소감의 반복에 불과하다.



"쓰레기 배급에 지나지 않아!"


3명 후보에 2명 수상이 밥먹듯 이루어지고, 후보자 모두가 수상자가 되는 진풍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혹시나 방송국에 밉보일까 누가봐도 빤한 결과에 대해서 "너무너무 예상밖이예요. 생각도 못했어요. 도와주신 감독님 이하....너무 감사드리고...어쩌구...동료 선후배들도...열심히 하겠습니다!" 식의 연기에 가까운 수상소감을 반복한다.

몇해전 작가 김수현이 SBS 연기대상 결과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며 '저건 상도 아냐, 쓰레기 배급에 지나지 않는다' 하고 반발했던 적이 있다. 시상식의 제목이 오해를 불렀기 때문이다. 연기대상은 연기를 잘하는 사람한테 주는 상이 아니었지만, 한국어의 오묘함에 깊이 빠져있던 우리의 작가 김수현은 그만 축자적인 해석의 늪에 빠져 잠시 착각을 했던 것이다.




최고 흥행작이 항상 제일 좋은 작품이고 그 안의 연기자가 항상 제일 연기 잘하는 사람이란 뜻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할 말없고... 아니라면 제목을 바꾸든, 심사 기준을 바꿔야지~!

어느 한 방송국이라도 이러한 솔직한 파격을 시도한다면 고만고만한 연말 시상식에서 단연 돋보이는 자태로 시청자들을 자신의 채널로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다.




p.s. : 다행히 올해는 이런저런 방송여건상 신인급들이 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하는 바람에 주조연급의 중견 연기자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특히 KBS, SBS는 중견 연기자들에게 최우수상 혹은 대상을 안김으로써 때아닌 생색을 낼 수 있는 호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마저도 연말 시상식 주시청계층인 중년 여성들을 향한 제스쳐라고 평가한다면 너무 야박한 걸까?



-여기까지가 따리씨가 쓰신글
알게 모르게 저런 시상식들을 힐끔 보면서 무언가 맘에 안들었었는데...
꼭 찝어서 제대로 말씀하셧네요.
(TV를(뉴스조차) 거의 안보는 나로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할 문제를...)

글 잘쓰는 사람들이 부러워 ~
요리 조리 어떻게 그리 잘 표현하끄나.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