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내가 애국자라고?
이글때문에 논란이....
이런 댓글이 달렸더군요...
당신이 솔직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그리고 이 정도로 솔직한 당신을 나는 존경한다. 그러나 거기까지만 말하라.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할 때, 당신은 아직 부족하다. 좀 더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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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내가 애국자라고?
[조선일보] 2007년 02월 12일(월) 오후 10:56 가 가 | 이메일| 프린트
지난 몇 년간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들은 이런 것들이다.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니 미국 음악 그만 흉내내고 우리만의 고유한 뭔가를 만들어라.”
난 물론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갑자기 내가 애국자가 된 것 같아 뿌듯할 때도 있었고 또 뭔가 우리의 것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억지로 내 음악에 사물놀이를 넣어 본 적도 있다. 나 역시 매일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면서 컸으니까 애국자인 척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난 마음속에서 커지기 시작한 불편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나는 사실 한국 문화라고 할 만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흑인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일곱 살 때부터 그게 너무 좋아서 평생 빠져 살다 결국 그게 직업이 됐고 이젠 그 음악의 본고장인 미국에까지 진입을 하는 데 성공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사실 난 애국자가 아니라 배신자다. 미국에서 작곡가로 활동을 시작할 때 난 내가 한국인임을 철저히 숨겼다. 힙합이라는 것은 흑인들에게 우리나라의 국악 같은 것이기에 다른 민족은 그것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선입견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데모(시범) CD에는 언제나 J. Y. Park이 아닌 JYP가 씌어 있었다. Park이라는 이름이 너무 한국스럽기 때문이었다.
아시아 작곡가는 미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를 너무나 많이 들었다. 심지어 우리 회사의 주주들도 승산이 없는 일에 회사 돈을 쓸 수 없다고 반대해 나는 선배 형 집의 방 한 칸과 차고를 빌려 시작해야 했다. 이들이 걱정한 이유는 내가 미국인이 아니면서, 특히 흑인이 아니면서 흑인음악을 잘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난 아시아 작곡가 최초로 미국의 톱가수들에게 곡을 파는 데 성공했고, 그 앨범들이 빌보드 10위권에 세 번이나 올라 작곡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가수를 발표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르게 되어 최고의 프로듀서 릴 존과 손잡고 소녀 가수 민(Min)을 미국에 데뷔시키게 됐다.
이 과정에 한국은 없었다. 내 음악 속에도 없었고, 나를 인정해 준 미국 관계자들의 마음속에도 없었다. 그들은 그냥 내 음악이 좋아서 산 것이다.
그럼 이것은 한류인가? 나는 애국자인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가수 비와 미국 가수 오마리온(Omarion)이 함께 부른 노래는 한국음악인가?
민(Min)이 미국에서 성공하면 “한류 이제 미국까지 점령”이라고 할 수 있나?
아니면 “미국가수 흉내내는 가수와 미국음악 흉내내는 작곡가”라고 또 욕을 먹을까?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문화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말인 걸 잘 안다. 하지만 대중문화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말을 너무 강요하면 그것이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 꼭 한국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 요리사는 꼭 카레로 성공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프랑스 요리가 좋아서 평생 열심히 하다 보면 세계적인 프랑스 요리사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님께서 한류가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내가 만드는 흑인음악이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우리 문화’의 범위에 들어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른 나라에서 한류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몰라도 우리가 우리 대중문화에 꼭 한류라는 말로 태극마크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우리나라의 자랑, 우리 민족의 자긍심 고취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일까?
내가 한국인이라는 뿌리는 어디 가는 게 아니다. 다만 난 ‘우리나라 문화 알리기’보다는 ‘이웃나라와 친해지기’에 더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류 역군”이라 불릴 때마다 부담스러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박진영 가수·음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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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articleid=2007021222565450134&newssetid=517
이런 댓글이 달렸더군요...
당신이 솔직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그리고 이 정도로 솔직한 당신을 나는 존경한다. 그러나 거기까지만 말하라.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할 때, 당신은 아직 부족하다. 좀 더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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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내가 애국자라고?
[조선일보] 2007년 02월 12일(월) 오후 10:56 가 가 | 이메일| 프린트
지난 몇 년간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들은 이런 것들이다.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니 미국 음악 그만 흉내내고 우리만의 고유한 뭔가를 만들어라.”
난 물론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갑자기 내가 애국자가 된 것 같아 뿌듯할 때도 있었고 또 뭔가 우리의 것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억지로 내 음악에 사물놀이를 넣어 본 적도 있다. 나 역시 매일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면서 컸으니까 애국자인 척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난 마음속에서 커지기 시작한 불편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나는 사실 한국 문화라고 할 만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흑인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일곱 살 때부터 그게 너무 좋아서 평생 빠져 살다 결국 그게 직업이 됐고 이젠 그 음악의 본고장인 미국에까지 진입을 하는 데 성공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사실 난 애국자가 아니라 배신자다. 미국에서 작곡가로 활동을 시작할 때 난 내가 한국인임을 철저히 숨겼다. 힙합이라는 것은 흑인들에게 우리나라의 국악 같은 것이기에 다른 민족은 그것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선입견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데모(시범) CD에는 언제나 J. Y. Park이 아닌 JYP가 씌어 있었다. Park이라는 이름이 너무 한국스럽기 때문이었다.
아시아 작곡가는 미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를 너무나 많이 들었다. 심지어 우리 회사의 주주들도 승산이 없는 일에 회사 돈을 쓸 수 없다고 반대해 나는 선배 형 집의 방 한 칸과 차고를 빌려 시작해야 했다. 이들이 걱정한 이유는 내가 미국인이 아니면서, 특히 흑인이 아니면서 흑인음악을 잘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난 아시아 작곡가 최초로 미국의 톱가수들에게 곡을 파는 데 성공했고, 그 앨범들이 빌보드 10위권에 세 번이나 올라 작곡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가수를 발표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르게 되어 최고의 프로듀서 릴 존과 손잡고 소녀 가수 민(Min)을 미국에 데뷔시키게 됐다.
이 과정에 한국은 없었다. 내 음악 속에도 없었고, 나를 인정해 준 미국 관계자들의 마음속에도 없었다. 그들은 그냥 내 음악이 좋아서 산 것이다.
그럼 이것은 한류인가? 나는 애국자인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가수 비와 미국 가수 오마리온(Omarion)이 함께 부른 노래는 한국음악인가?
민(Min)이 미국에서 성공하면 “한류 이제 미국까지 점령”이라고 할 수 있나?
아니면 “미국가수 흉내내는 가수와 미국음악 흉내내는 작곡가”라고 또 욕을 먹을까?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문화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말인 걸 잘 안다. 하지만 대중문화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말을 너무 강요하면 그것이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 꼭 한국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 요리사는 꼭 카레로 성공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프랑스 요리가 좋아서 평생 열심히 하다 보면 세계적인 프랑스 요리사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님께서 한류가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내가 만드는 흑인음악이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우리 문화’의 범위에 들어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른 나라에서 한류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몰라도 우리가 우리 대중문화에 꼭 한류라는 말로 태극마크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우리나라의 자랑, 우리 민족의 자긍심 고취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일까?
내가 한국인이라는 뿌리는 어디 가는 게 아니다. 다만 난 ‘우리나라 문화 알리기’보다는 ‘이웃나라와 친해지기’에 더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류 역군”이라 불릴 때마다 부담스러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박진영 가수·음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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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articleid=2007021222565450134&newssetid=517
6 Comments
아... 그... '날떠나지마'의 박진영...<BR><BR>박진영씨가... 한국인임을 철저히 숨겨야할 얼굴인가...<BR>그냥 대충 봐도 안한국인같은데...<BR><BR>쿨럭... 실례...<BR><BR>재밌는 춤과 노래로... 흥미가 있던 가수인데...<BR>통 안보이는 동안 그런짓을 하고 있었군요.<BR><BR>외국에서 외국일을 한다고 해서 한국인이 아닌것은 아니겠지요.<BR>자신이 어떤 언어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염두에 두시기를...<BR>뻘쭘해할 필요는 없습니다.<BR>돌아오는 비판이나 찬양또한 내 몫 아니겠습니까 ?<BR>팬은 아니지만... 열심히 하시길...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