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하던 승객들 출입구에 까맣게 탄 시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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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하던 승객들 출입구에 까맣게 탄 시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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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참사의 현장에는 계단 곳곳에 신사용 구두와 여자용 플라스틱 슬리퍼, 누군가 다급하게 벗어젖힌 듯한 주인 잃은 가죽 점퍼와 옷가지, 머리 핀 등이 사고 당시의 아비규환을 말해주었다. 전동차는 거센 화염에 완전히 녹아내려 앙상한 철골만 흉물스럽게 남아있었고, 내부는 ‘지옥도(地獄圖)’ 그 자체였다. 인육(人肉)이 타면서 발생한 비릿한 내음이 전동차 주변에 그득했다.

사고 발생 직후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했지만 전동차 내부에는 여전히 몸과 다리가 제멋대로 잘려나가거나 숯덩이처럼 타버린 시신 여러 구가 흰 천에 싸인 채 방치돼 있었다. 반대편 전동차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 발에 물컹하는 것이 밟혔다. 새까맣게 탄 누군가의 팔뚝이었다. 구조대원들은 “수습 당시 전동차 객차마다 시체들이 새까맣게 탄 채 몰려 있었고, 계단 곳곳에도 시신들이 널려 있었다”고 참혹했던 현장 모습을 전해주었다.

순식간에 전동차 전체에 화염과 유독가스가 번지자 생사의 기로에 선 승객들은 앞다퉈 출입구로 몰렸다. 더구나 화재 직후 정전까지 일어나 지하철 중앙로역 일대가 암흑 천지로 변하면서 승객들이 넘어져 짓밟혔다. 신영순(여·54)씨는 “갑자기 연기가 나더니 열차와 역사에 전기가 나가 어둠 속에서 탈출을 했다”며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출구를 찾아 나가다가 밀고 당겨 부상자가 많이 생겼다”고 했다. 박예림(여·23)씨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객차에서 나와 탈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이곳저곳에서 ‘살려달라’ ‘아이고’ 라는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객차 안에는 비상시 문을 열 수 있는 도구와 소화전이 준비돼 있었으나, 승객들은 사고 당시 당황해서 이들 도구를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사고 현장인 플랫폼에서 지상 지하철 출구까지는 걸어서 약 2분 거리. 따라서 사고 당시 길을 잘 아는 누군가가 승객들을 조직적으로 대피시켰다면 대형참사를 좀 줄일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며 소방관들은 안타까워했다. 사고 당시 지하철에 불이 나자 역사 복도 천장에 설치돼 있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지만, 정작 철도 레일 위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어 사실상 엉뚱한 곳에만 물을 뿌린 셈이었다고 소방서 관계자는 말했다.

중앙로 지하철역 4번 출구 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주모(39)씨는 “화재가 발생하고 연기가 쏟아져 나왔지만 이상하게도 한참 동안 놀라서 소리치며 뛰어나온 사람이 없었다”고 밝혀, 사고 직후 승객들이 역사 안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는 사실을 예측케 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승객들은 사고 당시의 악몽 같았던 순간들을 되뇌며 몸서리쳤다. 박성욱(58)씨는 “사방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고 바닥에 깔린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다 조용해졌다”며 “정신없이 계단을 올라오다 조그만 불빛을 보고 ‘살았구나’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귀자(여·40)씨는 “처음에는 역사 방송에서 ‘가벼운 사고가 발생했으니 객실에서 기다리라’고 해 심각하게 생각 안했는데 숨도 못쉴 정도로 연기가 밀려오더니 갑자기 불이 나가면서 암흑세계가 됐다”고 했다.

( 大邱=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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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김배성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항상 뒷북만 치지 말구 미리 예방좀 해주세요...도대체 관계되신 아저씨들은 이런일이 일어나도록 도대체 일을 어케한지 궁금합니다..하여간 가신분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