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파일] 09-10 LP/SP 탄생 배경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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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파일] 09-10 LP/SP 탄생 배경 비화

1 고운모래 0 6725 0

200점 돌파의 신기원이란 역사의 대미를 장식하고 08-09 시즌을 멋지게 끝낸 것까지는 좋았는데,

시즌을 끝낸 드림팀의 고민은 점점 깊어만 간다. 길은 잘 안보이고 나오느니 한숨뿐...


<아래의 대화는 Fiction임을 밝힌다.>



오서 - 자, 달콤한 시간은 지났으니 정신차리고 09-10 올림픽 시즌을 준비해야지? 아... 근데, 이제 뭘하나? 

          허탈하군. 차라리 08-09가 올림픽 시즌이었더라면 좋았을 걸... 답답한 노릇이야. 

          윌슨 자네는 뭐 좀 생각해놓은 거라도 있나? 좋은 아이디어 좀 없어?



윌슨 - 아이디어는 개뿔... 나라고 당장에 무슨 뾰죽한 수가 있겠나? 이렇게까지 될 줄 낸들 알았냐고?

          연아가 좀 심했어! 웬만했어야지. 죽무와 세헤라자데는 공전의 히트를 친 명작이 되었고, 마의 벽까지 깨놨으니 이거야 원... 

          이제 그 높아진 심판들과 팬들의 눈높이를 뭘로 어떻게 맞추겠나? 죽무와 세헤에 길들여진 그 까탈스런 입맛들을

         뭘로 바꾸고 구슬르겠어? 그러길래 좀 작작 좀 하지, 연아 걔도 참... ㅉㅉㅉ




오서 - 하긴... 채점 방식의 경기라서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아무리 잘해도 점수 안주면 그만이거든.

          그런데 그런 면에서는 계속 불리한 위치에 있던 연아가 이렇게 단기간에 심판들 언론들 캐스터들 팬들 할 것 없이 

         세뇌시키고 몽땅 자기 편으로 만들어놓아버릴 줄 누가 알았겠어? 이러니, 이제 분명히 지난 시즌과 비교를 할 거고

         조금만 퇴보가 보이거나 자기들 입맛에 안맞다 싶으면 실망감에 금방 등을 돌릴 거라고. 지난 시즌이 너무 훌륭하고


         성공적이었던 환상 때문에, 이제 뭘 내놔도 지난 시즌보다 못하다고 색안경을 쓰기가 싶상이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거지. 냉정한 세계야.




윌슨 - 정상에서는 남은 길이 내리막길 밖에 없으니까 나도 그게 답답하다는 거야.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09-10가 내리막길로 보이게 놔두어선 안돼지.




오서 - 그럼 그냥 내친 김에 올림픽까지 죽무와 세헤라자데로 밀고 갈까?


 


윌슨 - 그건 안돼! 죽무와 세헤라자데가 아무리 당대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해도 

          변화와 도전과 모험과 개척정신이 안보이고 정상에서만 안주하겠다는 안전빵 속셈이 들여다 보이면 

          아마 다들 등을 돌릴거야. 지겨워서라도 감점이야.




오서 - 그럼 어떻게 해? 보통 시즌도 아니고 올림픽 시즌데, 하필 가장 좋은 지금 심하게 바꾸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


 


윌슨 - 변화를 두려워 해선 아무 것도 안돼.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분명 길이 있을 거야.

          아니, 길이 없어도 우리가 새로 길을 만들어야 해.


          지난 시즌이 산꼭대기였다면, 또 그 위에는 구름과 하늘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할거야.


 


오서 - 그럼 주공 캐릭터와 스토리는 뭐가 좋을까? 

          종달새 역할도 해봤고 탱고 댄서 역할도 해봤고 아라비아 공주도 해봤도... 

          이번엔 신데렐라나 줄리엣을 해볼까? 뭐, 매력적 캐릭 좀 없어?




윌슨 - 사실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말이야. 아사다 마오 있지? 저번에 그 아이 LP를 가지고 누가 RPG 게임처럼


         CG 추가해서 몽타쥬 만든 걸 봤는데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더라고. 창과 방패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무적의


         여전사가 장중하고 무거운 배경 아래 던전에서 현란한 기술들로 몬스터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던전 게임 속의


         환상같았어. 한마디로 멍하고 정신 없더군.


 


오서 - 그럼 우리도 그런 걸 해보자고?


 


윌슨 - 아니, 내 말은 거기서 영감을 좀 얻었다는 거지. 마오는 그런 이미지가 아닌데, 

          그런 캐릭의 역할을 강요받고 있다는 불쌍한 느낌이랄까. 뭐 그런... 

          혹시 우리도 그 동안 연아에게 너 탱고 댄서해라 아라비아 공주해라 이러면서 강요한 건 아닌가 싶어 약간의 죄책감도 들었어.


 


오서 - 아, 그럼 연기가 그런거지... 

          그럼 배우나 선수보고 "너 연기하지 말고 네 멋대로 해라" 이래?


 


윌슨 - 응.


 


오서 - 뭔 소리야?


 


윌슨 - 다른 시즌도 아니고 올림픽 시즌이잖아.

          그래서 난 이번 시즌만큼은 올림픽이 끝나도 연아나 연아 팬들이 영원히 잊지 못할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어.


 


오서 - 아, 정말 답답하네... 뜸 좀 그만 들이고 빨리 말해봐. 선물이라니, 뭔 선물?




윌슨 - 적어도 한 프로그램에는 연아에게 더 이상 연기를 안해도 된다는 해방감과 자유를 주고 싶어.




오서 - 아, 이런... 우리가 언제는 뭐 자유를 안줬어? 도데체 뭔 놈의 자유를 말하는거야?


 


윌슨 - 캐릭을 연기해야 된다는... 어떤 스토리의 주공이 마치 된듯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속박에서 해방시켜주고 싶어.


 


오서 - 그럼 뭐야? 스토리도 주공도 없이 그냥 하자고?


 


윌슨 - 내 말은... 이번 캐릭터 주공은 좀 특색있게 스케이터로 하자는 거야.


 


오서 - 스테이터라니 구체적으로 누구? 연아가 롤모델로 삼아왔던 미셸 콴 이야기? 아니면 남자 스케이터?


 


윌슨 - 연아가 여기까지 일을 이렇게 크게 저지르면서 오게 될 줄은 자네나 나나 솔직히 몰랐잖아, 안 그래?

          연아가 처음 왔을 때를 생각해봐. 재능은 뛰어난데, 그저 수줍고 쑥스러운 소녀라

          그 재능을 끄집어내어 세상에 노출시키려고 연아 앞에서는 어릿광대짓까지 해가며

          무진장 애를 쓰긴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대박이었고 연아의 끼가 이 정도일 줄은 

          우리도 깜짝 놀랄 지경이었잖아. 상상 이상이었지. 이건 사실 기적과 같은 일이야.

          반짝이는 숨은 재능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세상의 편견의 벽에 막혀 더 나가지 못하던 아이였어.




오서 - 내 말이...




윌슨 - 발에 맞지 않는 부츠도 그렇고... 이렇듯 열악한 환경에서의 고난과 추위에 시달리고 수없이 넘어지고 


        부상 속에서도 진통제 맞아가며 경기하고 훈련 때는 너무 아파서 울고 좌절하고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꿋꿋이 버텨냈던 그런 아이였어. 초등학교 때 꿈이 올림픽에 서보는 


  거였다는데, 일본 선수들이 수천명데 한국 선수들이 열명 정도 걸 생각한다면 그건 그야마로 정말 


        야무지다 못해 허황된 꿈이었지. 아마 맨 꼴찌라도 그저 참가만이라도 해준다면 영광이고 다행일 거라고 


  주위에서는 웃었을거야. 올림픽은 커녕 국제 대회 피겨 링크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지거나 태극기가 게양된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 그런 일은 절대 없을테니까, 오죽하면 주최측은 아예 태극기 같은 건 준비도 


 안해놨을 정도였으니까.




오서 - 누가 뭐래?




윌슨 - 그런데 지금은... 휴...


          올림픽 참가는 두말할 것도 없고 연아가 올림픽 그 한가운데에 우뚝 서있잖아. 링크가 아닌 포디엄까지 노리고 있고


          연아 덕에 최초로 올림픽에 한국 심판까지 배정되고... 이건 정말이지 상상도 못할 노릇이었지.


          건강한 연아는 편견만 없으면 거의 무적이야. 그런데 이제 "자기 편 만들기"까지 성공해버렸으니...


          이런 그 아이의 여정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야.



오서 - 그건 그랬지.


 


윌슨 - 누구나 차세대 여왕으로 믿어 의심치 않던 아사다 마오에게 아무리 노력해도 30점 이상이나 뒤진다는 

          세계의 높은 벽과 부닥치고, 더구나 아무리 뛰어난 연기를 한다 해도 일찌감치 더 유명세를 탄 쪽에 편파적 채점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좌절감. 그런데, 그 불가능해 보였던 "자기 편 만들기"를 멋지게 성공해놓고

          역전은 물론 내친 김에 200점이란 마의 벽까지 돌파해버렸잖아. 이젠 어느새 꺼꾸로 마오가 그런 똑같은 

          좌절감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까지 만들 정도로 이르렀잖아. 그러니 이건 한마디로 기적에 가까워.



오서 - 아... 그건 다 아는 얘기고,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뭐야?


 


윌슨 - 아, 미안. 뭘 물어봤었지?


 


오서 - 그래서 미셀 콴 같은 스케이터를 주공으로 삼자는 애기냐고?


 


윌슨 - 그래, 바로 연아를 주공으로 삼자는 얘기야.


 


오서 - 연아를?     에구... 너 바보냐?


 


윌슨 - 내가 왜?


 


오서 - 머리가 있으면 생각 좀 해봐. 공주 역을 하면 연아에게서 공주가 보이고 요염한 댄서 역을 하면 

          연아에게서 요염한 댄서가 보이는 건데, 연아가 연아 역을 하면 연아에게서 연아가 보이겠냐?

          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연아에게서 이번에는 어떤 캐릭이 보이는지 찾을텐데 아무리 찾아봐도

          연아말고는 특별한 게 안보이니 그닥 재미없고 무료하다고 심심해 할 거 아냐?


 


윌슨 - 그게 왜 심심해? 


           봐봐... 아까도 말했지만, 연아가 모든 이들을 사로잡고 200점 돌파할 때, 연아는 이미 전설이 되었어.

           아니, 앞으로는 그보다 더 오래 기억될 전설이 될 수도 있어. 

           여차하면 모두에게 "이 거봐라, 이제 의심하지 말라. 내가 진정한 여왕이노라."하며 땅땅땅하고 쐐기를 박는 날에는 

           30점 이상이나 뒤지다가 30점 이상으로 뿌리치는 대역전이 벌어질 수도 있는 거라고. 

          수줍던 소녀가 무섭게 성장하여 올림픽에까지 등극을 하고 무려 60점에 가까운 대역전, 이게 보통 테마야? 

          이처럼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하고 감동적 스토리가 어디 또 있겠어? 그야말로 간 승리지.

          그걸 생각하면 난 벌써부터 눈물이 날려고 해. 난 연아가 내게 준 느낌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그런 느낌을 전달해줬으면 하는 욕심이야. 나 혼자 갖기에는 너무 아까운 느낌이거든.


 


오서 - 우, 씨... 너 혼자 김치국부터 마시냐? 그거야 우리 생각이고. 그러다 안되면?


 


윌슨 - 그러면 뭐 꽝이지. 하지만 난 연아가 분명히 해낼 거라 믿어.

           하여간에, 그 전설을 스토리로 하자는 거야. 그냥 그대로 연아의 성장 로드맵을 연기하는 거지.


 


오서 - 이런... 너 바보냐?


 


윌슨 - 우 씨... 또 바보래. 난 사실 천재란 말이야.


 


오서 - 예를 들어 세헤르자데 하면... 프로그램 제목과 주제곡과 의상만 보고도 "아, 공주 스토리구나"하고


          누구나 쉽게 알아차리겠지만, 자네 말대로 하면 심판들이나 사람들이 연아의 연기를 보면서 무슨 수로


          그게 연아의 스토리라는 걸 알겠냐고? 제목을 보고 알겠어 아니면 의상을 보고 알겠어 아니면 주제곡을 듣고 알겠어?

          그렇다고 자네가 매 경기마다 변사로 나서서 해설할 것도 아니잖아? 남들도 알아야 그게 스토리가 되는 거지

          너 혼자 아는 스토리, 그것도 스토리냐고?


 


윌슨 - 알 필요 없어. 사람들이 모르는 게 더 좋을지도 몰라. 나중에 천천히 스스로 알아차려나가면 되는 거야. 

          3~4 번의 실전을 거쳐 낯설던 프로그램이 사람들의 눈에 서서히 익숙해지고 연아의 연기에 최면이 걸릴 때쯤,

          그 때면 연아의 연기에서 마침내 연아의 모습이 서서히 발견되기 시작할 것이고, 월계관을 쓰는 순간 비로서 

           "아, 그게 바로 연아의 스토리였구나" 하고 뒤늦게 눈치채는 것도 재미있을테니까...

          그 내막을 아는 사람은 나처럼 눈물이 나올지도 모르겠지. 그리고 사실 끝까지 모르고 넘어가도 그만이야. 

          연아만 알고있어도 돼. 그러면 연아는 마음껏 연기할 수 있을테니까.

          구성을 평가해야 할 심판들? 그거야 심판들이 만약 물어보면 미리 귀뜸을 좀 해줘도 괜찮고...




오서 - 또 그렇게 생각해보니 그럴싸한데? 연아가 연아를 연기한다라...


         .


         흠...


         .

         야... 이거 제대로만 되면 대박데? 여태까지 그래본 적은 그 누구도 없었잖아?

         이거 완전히 또 새로운 역사를 쓰는군.


 


윌슨 - 여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한번쯤 가본다면 좀 두렵고 위험하긴 하겠지만

          스릴도 넘치고 재미있고 흥분되고 그런 맛은 좀 있을거야.


 


오서 - 그래, 그거다. 그거 참 생각해볼수록 상식을 깨는 괜찮은 아이디어데?

          요 못생긴 머리 어디에서 그런 생각이 나오는지...  그래 넌 역시 천재다 천재... 흐흐흐




윌슨 - 첫 포즈와 마지막 포즈는 벌써 생각해두었어. 스파이럴 타이밍도...

          첫 포즈는 우리가 처음봤던 연아의 모습, 어깨를 뒤로 빼며 수줍어하던 연아의 모습에서 출발해.

          그리고 기술면에서는 이미 7살에 5 종류의 3회전을 모두 터득했던 연아의 완벽한 재능과 주저없는 당찬 모습을


          전반부에서 뽐내고,  그런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서도 스폿라이트를 제대로 받지못했던, 좀 억울하고 우울했던


          연아가 드디어 조금씩 사람들 눈에 띄게 되고 본격적 조명을 받기 시작하던 시점을 조용한 침묵의 스파이럴 시작으로 잡고,


          그 스파이럴이 진행되는 도중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빵빠레가 울리게 만들어서 두 팔을 활짝 벌린 본격적 여왕의 시대의 도래를


          울리는 신호로 삼는거지. 그리고 후반부는 기술을 넘어선 우아함과 완숙한 세련미와 함께 3연속 몰아치기 3회전으로


          "난 이러고도 아직 힘이 넘친다"라는 체력과 자신감을 아낌없이 뽐내고 보여주는 거야.


 


오서 - 그럼 마지막 포즈는 어떻게 처리할 건데?


 


윌슨 - 아, 그거? 간단해. 

          "저에요. 제가 바로 연아에요." 이 포즈 하나면 끝나. 마치 왕관을 쓴 미스 월드처럼 말이지.

           무슨 메세지일까 궁금하고 신비했던 비밀, 주공은 다름아닌 연아였다는 베일을 마지막에 벗으면 되는거지.

           그리고 그건 진정한 여왕임을 선포하기도 하는 거야.

           그런데, 이런 숨은 메세지가 새어나가면 오해를 살지도 모르고 건방지네 마네 하며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을지도 모르니까, 마지막까지 보안을 지키고

           보는 사람 스스로가 느끼게 만들어줘야 돼. 그게 키포트이고 그 메세지 전달은 연아 하기에 달렸어.


 


오서 - 아까 물어볼 때는 엄살 피우더니만, 어느새 벌써 다 생각해두었구만, 이 여우야.


 


윌슨 - 난 그동안 평소에 연아를 지켜보면서 받은 영감을 그냥 정리해본 것 뿐이야. 이게 다 연아 덕분이지.

          그런 거 보면 난 참 행운아야. 연아를 만나서 이런 것도 다해보고 말이야. 

          뛸 선수가 연아가 아니라면 언제 또 이런 전무후무한 프로그램 기획을 해볼 수 있겠어? ㅎㅎㅎ


 


오서 - 그럼, SP는 너무 짧아 안될 거고 LP로 해야겠군. 근데, 연아가 좋아할까?

          자기 스토리로 하자고 하면 쑥쓰러워서 싫다고 할텐데...



윌슨 - 걔도 이제 배짱이 웬만큼 두둑해져서 어쩌면 재미있어하고 좋아할거야. 

          더구나 따로 캐릭 연기 안하고 네 연기를 그냥 물흐르듯이 원하는대로 마음껏 해봐라 그러면 좋아할 걸?

          그래도 민망해서 못하겠다고 하면, 

          "네가 어때서? 넌 이미 전설이야. 넌 그럴 자격이 있어. 네가 프리마돈나가 되고 네가 주공이 되는 거야"       

          "너만큼 좋은 소재도 없다구. 용기를 가져." 이러면서 감언이설로 어떻게든 세뇌시키고 최면걸고 설득해봐야지.


 


오서 -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날로 먹으려는 네 검은 속셈을 연아가 알아차려버리면 어쩌려고?


 


윌슨 - 에구, 들켜버렸네. 그건만은 비밀로 지켜야지. 안 그러면 연아가 이번 시즌엔 월급없다고 그렇게 나올지도 몰라.


 


오서 - 좋아, 아뭏든 연아를 불러서 한번 얘기해보자.


 


윌슨 - (잔뜩 연아에게 설명함)


 


연아 - (난색을 띄며) 에이, 제가 뭐라고... 어떻게 감히 그렇게 해요? 민망하게스리... 전 못해요.


 


윌슨 - (최면을 걸며) 왜 못해? 못할 게 뭐가 있어? 넌 이제 월챔이야. 게다가 신기록 보유자라고.

                               네가 갈아치운 기록들이 몇개 줄이나 알아? 요즘은 자기 PR 시대야. 

                               네 스스로 보여줘야지. 언제까지 남 역할만 할래?

                               더구나 이번은 올림픽 시즌이야. 자연스런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너나 사람들이 평생 간직하고 기억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 된단 말이야.


 


연아 - 그래도 어떻게 중이 제 머리를 깎아요?


 


윌슨 - 그건 걱정말아. 우리가 크게 말하고 떠들고 다니지만 않으면, 네가 네 얘기를 하고 있는지 뭘 하는지


          도데체 무슨 메세지를 보내고 있는건지 사람들은 모를거니까 안심해. 어차피 승냥이나 광팬 아니고서는


           너에 대해 크게 관심없는 사람들은 귀신같이 눈치빠른 천재가 아닌 이상 눈치채지 못해.


           나중에 서서히 눈치채고 네 얘기 줄을 정말 스스로 느끼게 되면 그건 네가 뛰어나서일거야. 


          그러니까 너는 그저 "사람들이 어차피 모를거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부담없이 편하게 너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로 즐기기만 하면 돼.




연아 - (편하게 즐기다란 대목에서 솔깃한 마음에 이미 반쯤은 넘어 간듯...) 생각 좀 해보고요.


          근데, 그럼 무슨 곡으로 할건데요?


 


윌슨 - 아직 몰라. 하지만 걱정 말어. 이번엔 음악에 맞추어 네 연기를 안무하는 게 아니라, 네 연기에 맞추어


          안무하고 음악은 그에 걸맞는 배경 음악으로 선곡 편집할 거니까. 네가 음악을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너를 위해 음악을 까는거니 이번에는 그걸 명심해. 그럴려면 아무래도 모던 클래식이 좋겠지.


 


오서 - 참... 근데, 그렇게 되면 문제데?


 


윌슨 - 뭐가, 또?


 


오서 - 그럼 SP가 곤란해지잖아? 사람들이 알고 있는 스토리 하나는 있어야 할텐데, LP가 안되면 SP 밖에 안 남잖아.


 


윌슨 - 그래, SP는 짧은 시간에 과제 수행하기도 바빠서 스토리나 줄거리를 넣기는 좀 그렇지.


          연아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보자고. 연아라면 SP에서 스토리 연기도 어쩌면 가능할거야.


          대신 스토리를 따로 설명을 안해도 누구나 너무도 잘 아는 그런 유명하고 친숙한 테마여야겠지.




오서 - 그런 게 뭐가 있을까? 헌데 그런 대중적 건 올림픽에 내놓기에는 너무 가볍고 천박하거나 유치해보이지나 않을까?


 


윌슨 - 저번에 언뜻 들으니 트레이시에게 아이디어가 좀 있나보던데, 한번 불러보지.


 


트레이시 - (와서 자초지종 설명을 듣고는) 그럼 이거 어때요? 007 제임스 본드걸!


 


연아 - (황당하고 놀래서) 네에? 갑자기 무슨...


 


오서 - (당황해서 헛기침하고) 흠흠...


 


윌슨 - 아이 씨, 야 임마! 

          너 올림픽 무대를 무슨 아이스 쇼나 갈라 쇼로 만들 일 있냐?

          너 저번에 갈라 쇼 안무에 맛들이더니 자꾸만 그럴래?


 


트레이시 - 왜요? 본드걸이 어때서요? 섹시하고 관능미 넘치고 강해 보이고 뭔가 신비스럽고 위험해보이잖아요.

                 연아에게 그야말로 딱일 것 같은데, 아닌가? 뭐, 아님 말고...


 


윌슨 - 잘못하면 심판들에게 외면받고 완전 망치는 수가 있어. 아무리 연아가 점수나 심판들보다는 관중들과 하나되어

          즐거워 하는 것을 원한다고 하지만 공식 프로그램으로 넣기에는 위험하지 않아?


 


트레이시 - 사실은 오래 전부터 든 생각이었어요. 저번에 저하고 만든 안무 기억하죠? "돈 스탑 더 뮤직"

                 그걸 연아가 얼마나 섹시하고 즐겁게 잘 추고 연기하던지, 제가 완전 반했다니까요. 관중들도 정말 좋아했잖아요.

                 그 때부터 생각했어요. 007 OST 메들리에 맞추어도 정말 훌륭하고 멋진 그림이 나오겠다고 말이죠.

                  007 OST 메들리는 그 때 연아의 "돈 스탑 더 뮤직"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건데, 여태까지는 차마 얘기를 못한 것


                  뿐이에요. 그런 건 꼭 갈라쇼에만 쓰라는 법이 있나요?  연아가 계속 기록을 깨부스듯이 우리도 상식을


                  깨부스자고요. 편곡으로 격조를 높이면 되요, 더구나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월챔 연아가 하면 유치해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구요.


 


연아 - (관중들이 좋아했다는 말에 솔깃해서 이미 반쯤은 넘어간 듯...) 생각 좀 해보고요.


 


트레이시 - (아싸!)


 


오서 - (아이 씨, 연아 얘는 왜 이리 귀가 얇은거야? 도데체 어쩔려고?)


 


윌슨 - (헐... 이거 보통 일이 아니네, 어떻게 좀 날로 먹어볼까 해더니만 틀려먹은 것 같군. 

          나보고 뭐 영화를 찍으라는 것도 아니고, 이거야 원... 고생 길이 훤해. 월급을 더 올려달라고 해야 하나? ㅠㅠ)


 


오서 - 그래 그럼 그건 내일 다시 생각해보고 밥이나 먹자.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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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입상자 프레스 터뷰>



http://www.youtube.com/watch?v=NsQ8t0JZ1NI&feature=related


기자: 당신 나라 국내 선수권에는 몇명이나 출전하나요?




일본 선수: "수천명 정도"


이탈리아 선수: "수백명 정도"


김연아: "열명 정도"


.

.

.

어바웃 텐!


자기가 대답해놓고도 쑥스럽고 부끄러운지 수줍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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