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삐삐에 관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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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삐삐에 관한 진실...

1 최은욱 3 6563 11
어렸을 때 말괄량이 삐삐를 보며 열광 또는 감동했던 적이 우리 세대라면 적어도 한번쯤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 있을 때도 꽤 여러 번 TV에서 삐삐를 보았지만 제대로 다 본 적은 없었던 것 같고... 그래서 언제나 '한번쯤 제대로 순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보련다'는 마음가짐이 있었습니다.

엊그제 우연히 동네 서점을 지나면서 "말괄량이 삐삐 Box Set"를 발견하였습니다. 터넷을 뒤져보니 한국에서도 영어 더빙과 주희 씨의 한글 더빙 그대로 출시가 되었더군요. 여기는 독일어와 네델란드어 더빙... 독일과 스웨덴 합작 시리즈데, 왜 DVD 출시는 이 더빙으로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사고싶은 마음이 좀 있었더랬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옛날에 들었던 삐삐에 관한 여러가지 소문이 떠오르더군요. 여자애가 아니라 남자애라더라, 벌써 죽었대더라 등등... 생각난 김에 삐삐에 관한 진실을 좀 뒤져보기로 했습니다...

삐삐로 나온 배우의 본명은 Inger Nilsson 한국어로는 잉거 닐손 정도가 될까요? 1959년 5월 4일생으로 "여자"입니다. 이로써 첫번째 소문은 뻥~~ 삐삐의 첫 시리즈가 1968년에 제작되었으니 8살에 삐삐가 된 셈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말괄량이 삐삐"는 지난 2002년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스웨덴의 동화여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유명한 동화입니다. 37세에 동화 저술을 시작한 이 할머니는 1945년 "삐삐 롱스타킹"을 발표하고, "삐삐 선으로('삐삐 배를 타고 바다로' 정도의 의미입니다)"(1946), "삐삐를 아시나요?"(1947), "타카투카 섬의 삐삐"(1948) 총 네 작품의 삐삐 시리즈를 발표합니다. 이외에도 칼손 시리즈, 방랑고아 라스무스 등으로 이곳 유럽에서는 여전히 엄청난 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러니 삐삐를 시리즈로 제작한다는데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었겠죠. 삐삐 역을 할 여자애를 구한다는 말을 듣고는 잉거의 아버지가 지원을 했다는군요. 이 애(지금은 완전 아줌마가 되었습니다만) 그때는 꽤나 삐삐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나 봅니다. 아빠가 지원을 할 정도면...^^ 어쨌든 당시 8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삐삐 역으로 낙점이 되었다는군요. 대단하죠?

그럼 두번째로 넘어가서, 죽었다? 이것도 진실이 아닙니다. 이 "말괄량이 삐삐"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기를 끌었지만, 직접 제작을 한 독일과 스웨덴에서의 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아직도 TV에서 틈만 나면 방송을 한답니다. 이 분에 대한 관심 역시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2002년 12월 18일 독일제2공영방송 ZDF(우리나라로 치면 KBS2 정도? 물론 성격은 전혀 다릅니다만 그정도로 참고하시고...)에서 하는 한 토크쇼에서 그옛날 삐삐와 칼손(역시 린드그렌 할머니의 동화 캐릭터로, 이것도 TV 시리즈로 만들어져 이쪽에서는 꽤 기를 끌었습니다)을 초대하여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왼쪽 사진은 그때 방송에 출연했던 아줌마가 된 삐삐의 최근 모습입니다.

삐삐로 너무 큰 기를 얻는 바람에 이 아줌마 개적으로는 그다지 행복한 생을 살지는 못했다고 하네요. 이미지 고정으로 해 다른 배역 맡기도 힘들고, 삐삐로는 당시 계약에 따라 출연료만 받고 방송횟수에 따른 개런티는 전혀 받지 못했다는군요. 1%만 받았어도 엄청난 부자가 되었을텐데... 배우로서도 삐삐 덕분(?)에 그다지 큰 성공은 얻지 못하고... 하지만 전세계 어린이에게 즐거움을 준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겠죠.

2002년 3월 18일 린드그렌 할머니의 장례식 추모사에서 잉거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더랬습니다. "...아스트리드. 당신과는 삐삐에 대해 얘기한 적이 단한번 밖에 없었군요. 그것도 제가 10대였을 때였죠. 전 아무도 저를 잉거로 보지 않고 삐삐로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죠. 하루도 삐삐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는 날이 없었으니까요. 당신은 이것을 너무 슬퍼하면서 나에게 용서를 빌었었죠. 하지만 그건 당신이 용서를 빌 일이 아니었어요. 때로 힘들기도 했지만, 당신은 제게 그리고 전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기쁨을 주었으니까요. 당신만큼 어른과 아이의 관계를 잘 그려낸 분은 없었습니다. 당신과 알게 되어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대충 의역을 했습니다. 꽤 긴 내용이라...^^;;

제가 알아낸 삐삐의 진실은 이렇습니다. 결국 둘다 거짓임이 밝혀졌네요. 조만간 삐삐를 제대로 전부 다시 한번 보려고 합니다. 그 어릴적 내 꿈들을 떠올리면서...

* 사진은 제 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homocultura.kimcho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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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dimeola  
  음.. 감사~ 진정한 추억은 서로 공유되어야 함을~  요즘 아해들은 잘 모르겠군요.. 삐삐...
1 빠시어  
  나 삐삐샀어 ㅡ.ㅡ
1 류건형  
  흐흐...
삐삐보다 아니카였나
그 친구한테 더 관심이 있었더랬는데....아득하구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