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번역팀의 애로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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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번역팀의 애로사항...

1 SPKOR 10 6141 2
등록에 적합하지 않은 단어라고 나와서 할 수 없이 X막 (X=자)를 XX라고 표시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여기 글 남기는 것도 참 오래간만이네요. 안녕들하셨나요? 이 글은 제가 그냥 최근 들어서 XX 작업을 이제 그만둘까 생각하다가 다시 계속하기로 결정하면서 그냥 생각했던 바를 적는 글이니, 혹여나 제 표현 능력 부족으로 기분 나쁘게 보이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런 의도는 없었다는 점 이해해 주시고 좋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들을 주욱 읽어 보니 밑에 "[잡담] 안 나오면 죽나?" 와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맥락의 글이기도 하네요.

최근 들어서 XX팀들이 굉장히 조용합니다. 작년 여름, 가을에 팀이 여러개 만들어졌고 XX 작업에 모두들 뛰어들었죠. 그리고 XX도 무지하게 많이, 그리고 빠른 속도로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모습을 보기가 힘듭니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초콜렛팀이 비교적 많은 XX을 내 놓고 있는 편이죠.) 그런데 전부 좋은 마음을 가지고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왜 갑자기 마음을 되돌린걸까요? 다른 팀들 상황은 자세히 모르지만, 번역, 싱크, 수정, 그리고 홈페이지 관리까지 해 본 저는 대충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XX을 만드는게 두어시간 컴앞에 앉아서 좀 얼렁뚱땅 작업하면 되는게 절대로 아닙니다. 영화를 듣고 듣고 또 들으면서 일단 번역을 해야 하고 싱크를 하는데 영화 한 번 또 봐야 하고 수정 과정까지 걸친다면 영화 한 번 더 봐야겠죠. (2시간 영화, 천재 번역가라서 2시간 걸린다고 쳐도, 2시간 번역, 2시간 싱크, 2시간 수정... 6시간입니다. 꽤 많은 시간이죠? 실질적으로 번역은 훨씬 더 많이 걸립니다. 보통 10시간 이상 걸리죠.) 히어링 번역 XX 제작자들은 자기 인생에서 12시간 정도를 한 영화 번역하기에 소모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히어링이 됩니다. XX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순전히 XX을 보시는 분들을 위해서, 그 기뻐하시는 모습을 상상하며, 보람찬 마음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XX을 보시는 분들은 어떻게 답변해 주십니까? (대다수가 이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조금 늦어지면, "언제 나와요?" 또는 더 심하게는 "XX 하나 더럽게 느리게 만드네. 후딱 내놔!" 같은 글까지도 씁니다. 그래서 이렇게 제촉, 제촉해서 XX이 나오면 고맙다는 글을 남기느냐... 아닙니다. "이거 뭐야? 감정 표현 투성이구 말야...", "이거 번역한거야 뭐야? 엉망이잖아." 이런 글을 남기시는 분들이 또 있습니다. 조금 지능적으로 다른 팀 홈페이지에 와서, 어느 팀이 번역한게 엉망인데요 다시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이렇게 간접적으로 XX을 욕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 다른 팀이야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번역한 팀의 멤버가 와서 그 글을 본다면 기분 꽤 나쁘겠죠?

게다가 수정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번역한 사람들의 이름을 지우고 이메일도 배포문도 없이 시네스트와 같은 곳에 등록을 해 버리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뭐라고 지적을 하면 별 대단한 것도 아닌데 되게 그러네와 같은 식으로 대강 넘어가 버리곤 하죠. 그게 대단한 것이 아닐까요? 위에 말씀드렸듯이 번역 멤버는 10시간 이상 영화 하나에 투자를 했습니다. 그리고 남긴거라고는 그 XX 안에 "번역: 어쩌구" 이게 답니다. 여러분들중에, 자신이 꼭 할 필요가 없고, 자신에게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일에 10시간 투자해 보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이해하실 것입니다. 물론, 이름 안 남겨도 상관 없고, 실제로 안 남기시는 XX 제작자분들도 있으며 존경합니다. 하지만, 남기는 제작자들도 존중해 줘야지, 남겼던 것을 지우고 수정 XX이라고 올리는 것은 조금...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번역하시던 분들이 1-2개 만들고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XX 번역을 그만두게 되시고... 심지어는 영화도 잘 안 보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글을 여기 하나 남겼다고 크게 변하는 것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만, XX 제작해 보지 못하신 분들이 XX 제작자들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한글자 적어 보았습니다.

PS. 요청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닙니다. XX이 잘못 된 것을 지적하지 말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요청은 힘든 부탁을 하는 것이니까, 안 받아들여져도 상관이 없고 조금 늦어져도 참을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요청을 해 주시고, 지적을 하실때는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니까 기분 안 상하게 조심스레 해 달라는 것입니다. (누구한테 큰 돈을 빌려달라고 할때 "짜식! 백만원만 빌려줘!" 이러지는 않겠죠? 선생님이 학생이 문제풀이에서 틀렸을때 "그것도 못 푸냐? 너 IQ 몇이야?" 이렇게 놀려대지 않겠죠?) 인터넷도 비록 마주치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사람들의 대화 공간이고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점 기억해 주시고, 저는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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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Oracle Technolo…  
영화를 즐기고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겉으론 표현은 안해도 마음속엔 립하시는분들과 더불어 Ja막팀분들께 감사히 생각하고있습니다.힘내세요.
1 박경열  
감사해요~~ 우리모두 표현을~
1 SPKOR  
감사의 글을 듣고 싶어서 쓴글은 아닙니다만 그런 말씀 주시니 고맙습니다. 감사는 안하셔도 좋은데 제발 무책임한 요청글과 무분별한 마음 상하게 만드는 글들은 줄어들었으면 하는것이 제 바램입니다. ^^
1 울투라맨  
헐..디게 힘드셨나보다...홧튕!
4 이영규  
X막을 만들어 본적은 없고, 만들수도 없지만 충분히 이해되는 글이네요 항상 고마워 하고 있구요
1 최승국  
이 싸이트 안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SPKOR님은 상당한 분이군여..그런 심정 이해합니다.  쉽게 말해 약간 정신나간 녀석들이 세상에는 많더군요..하지만, 그런거 신경끄십시요.  세상에는 그보다 더 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고마움을 표현은 안하지만 마음속으로 느끼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1 kim dol sehoe  
저도 절대적 동감입니다..영화립해서 개인장 할려고 하다보니..
1 kim dol sehoe  
립 하는거보다 자X 만드는게 더 힘들더군요..영상은 그래도 셋팅만해주고 기둘리면 되지만 자X는 정말 노가다더군요..저야 자X 추출해서 씽크를 맟추는 정도였지만...한글자X이 잘 추출이 안되는 관계로 거릐 영화 돌려서 대본만들어서 씽크작업을 했는데 6간 걸리더군요....암튼 자X 만드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1 박용석  
싱크수정만 하는데 8시간이 걸렸던 저로서는(초짜라서) 절대 자X제작하시는 분들에게 요구하고 싶어지지 않더군요. 남의 속도 모르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많긴하더군요. 조금은 감수하셔야 한다고 생각이 드네요..웃죠..^^
1 윤정일  
spkor란 이름이 기억에 남네요, 제가 spkor께서 만든 번역밑글로 영활 많이 봤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