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사람 위한 분향소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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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사람 위한 분향소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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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보다 높은 사람 오는 게 더 중요합니까.”

대구지하철 대참사에서 변을 당한 희생자의 유족들이 합동분향소에서 울분을 터뜨리며 던진 말이다.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지난 19일 오후,대구지하철화재사건 종합대책본부측이 분향소 설치를 두고 고인들의 영정 모시는 일은 뒤로한 채 화환과 분향소 내부설치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이날 정오께부터 분향소 설치에 들어간 대책본부측은 10여시간이나 넘게 화환 설치 등을 하느라 자정이 다 돼서야 합동분향식을 할 수 있었으며 이때부터 조문객을 받기 시작했다.

때문에 분향소가 설치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조문객들은 오후 6시께부터 몰려들기 시작했지만 추운 밖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고 결국 유족들은 대책본부 관계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특히 화환을 설치할 때 대책본부측이 영정이 올려질 단상을 화환 수십여개로 채우고 대통령 당선자,전직 대통령,정치인,각급 기관단체장들이 보내온 화환들을 서열별로 나열,잘 보이는 곳에 설치하느라 부산을 떨어 유족들의 분노를 샀다.

“죽은 우리 딸이 꽃 냄새를 못 맡아서 죽은 게 아닙니다.”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강소정양의 어머니는 “유족들 손 한번 잡아주지 않고 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온다고 대책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밤 분향소 외형 설치에만 매달린 것 같다”며 “높은 사람들이 독한 가스 속에서 죽어간 시민들보다도 더 중요하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또 20살난 조카를 잃어버렸다는 장모씨는 “이렇게 처참한 상황에도불구하고 윗분들 눈치보며 형식치레하는 공무원들을 보니 나라의 앞날이 뻔하다”면서 “죽어간 조카딸과 사망자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분개했다.

한편 20일 오전 한 유족은 “이렇게 시끄러운 분향소에서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합동분향소에 설치된 영정들을 거둬 대구시장실로 가는 등 소동을 빚기도 했다.

중앙일보 /대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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