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엑스트라였다(마지막편) ㅡ 전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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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엑스트라였다(마지막편) ㅡ 전노민

1 잔인한시 6 6237 0
여기서 말씀드리는 스타크래프트는 그 게임
스타가 아니라...

연예인이 주로 타는 밴으로서 상표명입니다.
요즘은 익스플로러 밴을 타더군요...
차치하고...

선덕여왕의 촬영을 하러
수 백명이
경기도 백암이란 MBC 제작스튜디오에 갔답니다.

오후 즈음엔가 비가 왔었고...
촬영이 마무리 되었는지...
아니면 비가 와서 중단됐는지는 모르겠으나..

무튼 저녁무렵 날이 기울 때
촬영을 마치고 
사극 의상과 장비, 창이며 갑옷 등등을
소품실에 반납을 하러 가야했습니다...

소품실로 가는 길목에..
덩그러니..
길가에 스타크래프트가 서 있더군요..
불이 다 꺼진 채..
물론 아스팔트 길이 있었지만..
전 그 차와 관목수 사이에 있는 
트랜스 위를 뛰었습니다.

여기서 트랜스란..
우리 흔히 보는 물빠짐이 용이한
알리미늄 네모난 철제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시겠구요..

거기 좁은 길을 뛰어갔던 이유는...
엑스트라들을 나르는 전세버스 기사님들이
짚신이나...목화 등
엑스트라 연기하면서 발 밑에 묻은 찌꺼러기를 싫어하셨기에
최대한 안 묻히려고 거기로 뛰어갔었죠.

헌데 그 좁은..
한 사람 지나가기도 부족한 공간을 뛰어가다 보니
그 스타크래프트에 어깨를 부딛혔습니다.

쾅하구요...
차 안에 누가 타고 있는 느낌이라도 들었다면
멈춰 서서 사과라도 할 텐데...
안의 조명은 다 꺼져 있고 멍하니 서있는 차로 보였습니다...

무튼...
소품실에 의상을 반납하려고
입고 있던 의상을 벗는 와중에
바로 제 앞에
고현정 씨가 들어오더군요...
상당히 생각보다 크더군요..

음...그랬군 싶었답니다..

절 힐끗 쳐다보더니..
매니저를 따라 옷 갈아입으러 가더군요..

일단 제 의상을 반납하고...
소품실..그 텐트를 나왔습니다...

그런데...
한 사극 분장을 한 연기자 같은 사람이
막 인상 쓰면서...
여기 차 부딛힌 사람 누구냐고 
묻고 있더군요...

지나치려다가...
가만히 보니 
그 스타크래프트 차주되는 사람이란 생각에
저라고 말했습니다.

그 사람은 절 아래위로 훑으면서
벌레 보듯이 하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니 아저씨
넓은 길 놔두고 왜 그 길로 갔어?
(전 속으로 말했죠...
넌 넓은 주차장 놔놓고 왜 사람들 이동하는 길에다 차 세우고
당신이 왜 그리 좁은 길로 뛰어가야하는 엑스트라의 심정 알아??)

아저씨, 차를 부딛혔으면
차가 멀쩡한지 봐야할 것 아냐?
(전 속으로 말했죠...
난 의상 거의 벗은 상태라 런닝에
맨어깨였고
직각으로 일부러 부딛히려 한 것도 아니고
지나가다 어깨를 스쳤던 거야..
그리고 차가 강할 까
맨 내 어깨가 강할까?
것도 잘나가는 스타크래프트 외제 차량보다
내 어깨가 강한가?)
저는 죄송합니다...
차가 괜찮은지 봐야겠네요..

연신 그 연기자는 저를 아래위로 눈알을 굴리면서
뭐라고 했죠..
아저씨 제정신이야 뭐야?
낮에도 일부러 부딛혔지?

무튼 그 연기자는 결코
제가 먼저 괜찮냐고 묻지 않고
자기 차 구겨졌을까봐 걱정했고
왜 그랬냐고 따지고 인상쓰고 물었습니다...

당시도 그랬지만..
티비가 없던 저에겐
그 연기자가 누군 줄 전 몰랐죠...

이 이야기를
전세버스 기사님께도 하고
같은 동료 엑스트라분께 하니까...

그게 전노민이라고 하더군요...

근데 대부분 반응이...
그 사람 착한데..
선한데..란 반응이었습니다..
그럴리가 란 반응이었습니다...

이후 조사를 해보니...
김보연 씨 연하남으로
무명 배우이다가 급상승한 케이스더군요...
사랑해서 결혼 했는지
이용하려고 연상녀를 만났는지 
거야 모르지만...

다음 날도 거기 촬열을 갔습니다...
전노민이 소속된 나라가? 아무튼 지고
항복하는 씬이었는데..
엑스트라들은 전노민과 함께
무릎을 꿇고 항복의 의사를 표하는 부분이었지요.

전노민은 촬영의 틈새에 
살짝 뒤로 돌아서
아주 인자한 인상을 지으면서
여러분!!
조금만 힘냅시다
라고 웃더군요...

솔직히 그 상황에서
구역질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그 위선
그 가증스러운 웃음...

결국...연기자란 것이 그렇고
엑스트라란 것이 그렇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현재까지 꼭 티비나 영화판의 엑스트라 로서가 아니라
겉면만 본다면 전 현실의 엑스트라입니다.
꼭 연기자든
뭐든 가진자든
그네들은 스스로가 주인공인 줄 착각하죠...

그게 현실이고...
하지만...모두가 엑스트라일 수도
모두가 주인공일 수도 있단 생각을 해보셔야 겠기에..
여태 말씀드린 것이랍니다.

지금껏 ...
이 나는 엑스트라였다를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시는 독자분을 낮춤에서
반말로 제목을 단 게 아니라...
영화 제목마냥 꾸몄었단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행복한 여름 나날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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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0 롤두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매너 좋기로 소문이 난 배우인데 의외네요~

저도 엑스트라 촬영 할때 점심 시간이였는데
바로 앞에 김혜수씨가 지나갔었어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 딱 둘만 마주치며 지나갔는데
정말 놀랐던게 삐쩍 말랐다는겁니다!!! 우와~
게다가 얼굴이 주먹만 했어요~!
역시 배우는 다르구나 하고 느꼈던 순간이였죠
1 잔인한시  
그러구 보니...롤두님께서도 엑스트라 경험이 있으셨구나^^;;;
그동안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았나 제가 걱정이네요...

연기자들이 데뷰 전 카메라 테스트를 하죠.
사람의 실제 얼굴이 카메라에 비춰지면 부풀려서 나온다고 하더군요.

보통 사람얼굴의 크기인데도 
보통 사람의 체형인데도
막상 카메라에 비춰보면 큰바위 얼굴이 되거나
뚱뚱해 보이는 거죠.

그래서 대부분 연기자들은 카메라에 비춰질 때
정상적인 크기의 얼굴, 체형으로 나오기 위해
얼굴을 줄이거나? 그렇게 화장하거나
살을 빼는 탓도 거기에 있을 거라 생각듭니다.

제가 실제 본 연기자 중에 가장 실망스러웠던 경우는
허준 동의보감에서 이영애 씨였습니다.

당시 금산 한 인삼밭에서
그리고 그 한옥에서 촬영을 했는데...

코디인지...여자분이 촬영이 쉬는 동안
인삼밭에 있던 이영애 씨를 연신 양산을 씌워주고 있더군요.
피디는 짜증을 내면서
어이 이영애 씨 촬영할 때도 양산 쓰고 있을래 하더군요.
그땐 먼 거리였기에 얼굴 타는 것 되게 신경쓰는 구나라고만 여겼었죠.

다음 촬영지인 한옥에서
가까이서 이영애 씨를 봤습니다.
허걱! 외계인..아니 화성인이다!
였습니다.
갸름한 얼굴을 둘째치고
희멀건 얼굴에 주근깨 투성이
눈동자 색깔은 한국인이 저런 색깔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옅은 갈색이었답니다.

현실에선 영 아닌데도
카메라에선 이쁘고 잘 났게 되는 경우도 있나보다란 것을
그 때 절실히 깨달았었죠.

무튼...제게 있어서 엑스트라 경험은
좋은 추억보단
인간 취급 못받았던 아픈 추억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S MacCyber  
그동안 재미있게 봤습니다. ^^
우리가 보는 연예인- 더 넓게는 엔터테인먼트 전체 - 은 사실 허상이죠.
그걸 구분할 능력만 갖추면 되는데 그걸 못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죠. ㅎ
1 잔인한시  
재미있게 보셨다니 다행이어요...

맥사이버님 말씀 맞다나...
요즘 아이들은 예전 아이들에게 네 꿈이 뭐니라고 물으면
다 대통령이예요.
라고 했듯이 이젠..
연예인이요 한다더군요.

아이들은 보여지는 게 다 인줄 알고 그렇다 쳐도
실제 현장에서 겪고 보고 듣는 얘기는 정말 사뭇 다르죠.
97년도 당시에 제가 중대 영화학과 출신이라고
같이 일했던 형님들께 말씀을 드리면
백이면 백
야! 여기 엑스트라 하다가 연기자 된 사람은 내가 25년간 이 일 했지만 없어!
였습니다.
실제로 당시엔 그랬고...저야 뭐 연기자가 되려고 한 것도 아니었기에 
그런 말씀이 제겐 상관이 없었죠.

그 당시 남자, 여자의 질은 상당히 차이가 났습니다.
남자의 경우...단지 삶의 극박함에 쫓겨
이전 목사를 하던 분, 사법 고시를 준비하는 분, 사업을 하시던 분,
웨이터를 하시던 분...등등
그 삶의 이력은 다양했지만...
진정성을 갖고 엑스트라를 했던 반면
여자들 경우는 많은 부분
자신이 연예인이라도 된 줄 착각하거나
심지어 술집여자 처럼 몸을 함부로 놀리는 경우도 많았답니다.

세월이 흘러...
2000 년도 중반 즈음 그 일을 할 때
남자, 여자의 엑스트라를 하는 사람들의 질이 비슷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그리고 재작년 할 때는
판도가 뒤바뀌었더군요.
남자들은 실제 사회에서 거의 과연 저 사람이 현실에서는
저 얼굴갖고 저 어눌한 말투 갖고 저 성격갖고 저 학벌 갖고 등등
정말 쓰레기 취급 당할 인간들이
엑스트라계에 허다 하더군요.
정신병자 같은 사람도 봤구요.
도무지 사회에선 납득불가인 사람들...
그런 이유로 제가 그 당시 그만뒀죠.
헌데 여자분들은 당시 97년도의 남자들고 같이
교양있고 삶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답니다.

그토록 헛바람이 들어간 곧,
지가 뭐라도 된 줄아는 착각하는
인간들이 많아지게 된 것은
그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재연프로에서
얼굴 내밀다가 
단역이나 연기자가 되는 경우가 발생했던 것이죠.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고...
실제 탤런트, 영화 배우도 안 그러는 
그 헛짓거리를 많은 사람이 하고 있더군요...

실제 연기자들이 오히려 겸손한데..
정말 아무것도 아닌 엑스트라 주제에
그리고 반장 주제에
그러는 꼬락서니가 너무 보기 싫었답니다.

맥사이버 말씀과 같이
실제 스타급 배우이거나 말거나
엑스트라이거나 말거나
늘 겸손하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그런 사람이 그립답니다.

그 동안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2 guram  
매회 꼬박 챙겨보던 선덕여왕의 이야기라 더 실감나네요.
 
전노민씨가 무릎꿇고 항복하는 장면 기억납니다. 근데 좀실망이군요...
 
높은사람한텐 개처럼굴고 낮은사람한테는 하대하는 족속들이 있죠. 그런사람들 많습니다.
 
그런사람들 주변평판이 좋을진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게 되있습니다. 인강성이란게 숨길수 없으니...
 
그런기억 잊어버리세요.^^
 
그동안 재밌게 읽었는데 아쉽네요. 담에 또 재밌는 얘기있으시면 해주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만 되시길 바래봅니다. ^^
1 잔인한시  
그 이외 소소한 사건들은 많이 있었어요.

헌데..구구절절 말씀드리면
읽으시는 분들 짜증나실까봐 
이 회에서 종결짓고자 한 것이구요.

저보담 쿠람님 건강하시구
행복한 시간 만 연이어 영원히 이어지시길 바랄 뿐이랍니다..
쿠람님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