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에 감사하며...ㅜㅜ
'수술은 잘 되었는데 갓난 아이 머리 크기의 종양을 떼어내고 대장, 소장 합해서 60센치를 잘랐어... 조직 검사 결과는 일주일 지나야 나온데..'
회복실에서 눈을 뜨니 눈물로 글썽이는 아내의 눈이 먼저 보였습니다. 연애할 때 저 고운 눈망울에 내 마음이 흔들렸는데... 저는 걱정으로 집사람 눈에 눈물 맺게하네요.
우리 부부는 금슬이 좋아서 동네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세탁소 아줌마는 '항상 연애하는 모습이네요. 보기 좋습니다', 꽃집 처녀는 '아주머니는 좋겠다. 아저씨한테 자주 꽃 선물 받아서요'
하지만 자주 아픈 체질이라 애 엄마 고생을 더 많이 시켰습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그이후가 문제였습니다. 무통 주사가 하루도 안되어서 빠졌는데 의사가 다시 안달고 통증 완화 패치를 두 개 붙이는 걸로 처방을 내는 겁니다.
통증을 잘견디는 편인데 통증 강도는 극강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20센치 이상 배를 갈라놓고 종양을 드러내고 대장, 소장을 자르고 이은 수술에 패치 두개를 달랑 붙인다는게 말이나 되는 소린지...
게다가 무통주사가 빠지고 패치를 붙이는데에는 3시간의 간극이 생겼습니다. 패치를 그냥 붙이는게 아니라 마취과 처방을 받아야 한답니다. 처방 시간이 늦어져서 3시간이 걸린거죠. 입에 흰거품이 물릴정도의 아픔이었습니다.
중년 남자가 엉엉 우는데 간호사는 똑같은 절차 설명을 반복하고... 그후에 패치가 왔지만 통하지 않아서 마약성 진통제라는 진통제는 다 맞았습니다. 결국 답은 무통주사.
하치만 마취과 의사는 퇴근한 후...
뜬눈으로 식은 땀을 흘리며 공포의 밤을 보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데 이러다 죽을 것 같았습니다.
다음날 10시 30분에 무통주사를 투약 받았는데 얼마나 아팠는지 제가 잡고있던 아내의 손바닥이 파랗게 멍이 들었더군요.
집사람이 그렇게 많이 울면서 병원에 항의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중년의 여자가 울면서 꺼억꺼억 넘어가니까 그제서야 간호사들이 바삐 움직이더군요.
주사를 맞고 수술 사흘 째는 하루 종일 잠만 잤습니다. 몸살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의사가 나중에 달려와 석고대죄를 하네요. 처음에는 병원을 상대로 고소를 할까하다가 그냥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싸울 힘도 없고 그냥 빨리 병상에서 일어나고 싶습니다.
모든게 지옥 같았던 시간이었어요. 퇴원 후 아내랑 그냥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삶은 제가 덤으로 사는 삶일것 같습니다.
수술한다고 두번이나 글을 올리고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서 다시 살 수 있었습니다. 일일이 감사의 댓글 못드려서 죄송합니다. 퇴원 후 영화에 대한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