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지구에 바짝 다가선 것 같은 계절이 오면 으레 읽는 책이 있습니다. 허먼 멜빅의 <모비딕>은 여름이 되면 선풍기와 에어컨을 켜듯 제가 늘 찾는 책입니다.

이번 여름은 다른 읽을거리가 많아서 한 해 건너뛰려고 합니다.

그리고 대신 고른 책이 <심해>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계획 중인 애니메이션 영화에 영감을 준 책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작가인 클레르 누비앙은 (이름대로) 세계를 누비며 야생 생물 시리즈를 만들어낸 다큐멘터리와 사진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클레르 누비앙이 찍은 5천 5백장의 심해 생물 중 220장의 사진을 골라서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잠수정을 타고 들어가야 볼 수 있는 해저의 생태를 이 책은 아름다운 사진과 해양생태학자들의 친절한 글로 설명합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책 값이 65,000원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심해>는 책 값이 심해~'라고 할 지경이었지요.

무식하게 말하면 횟집에서 그냥 6만 5천원짜리 회 한 사라 시켜먹으면서 횟집 수족관 쳐다보는게 낫다는 것이죠.

이 책을 출간한 궁리 출판사는 무슨 궁리를 했는지(.. 책이 안팔리면 별 궁리를 다 하게됩니다). 6만 5천원짜리 책을 70% 세일을 합니다. 그러면 2만원인데.. 5백원까지 까서 19,500에 판매를 한 거예요.

제가 이걸 덥썩 물었지요. 물 밑에 있다가 갑자기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죠스처럼요.

근디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에.. 궁리 출판사는 직원들 바캉스비가 모자랐던지 19,500원에서 다시 10%를 세일해서 17,550원에 판매하고 있네요(알라딘 가격입니다).

씨네스트 회원님들 6만 5천원에서 1만 7천 5백 5십원이 된 이 미끼를 어찌 아니 물 수 있겠습니꽈!

이 책이 택배로 도착한 날 깜짝 놀랐습니다. 근래 보기 드문 큰 사이즈에 무게감. 이거 월척이구나!

어두운 서재에서 에어컨 켜놓고 이 책을 펼쳐 보는 순간,  우리가 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생명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 것이라는 것을 저는 깨달았습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