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영화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응시하는 걸까?
하스미시계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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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21:09
왜 추억은 할머니의 뒷모습과 연관되어 떠오르는 걸까?
<동년왕사>(허우 시아오시엔, 1985), <환상의 빛>(고레에다 히로카즈, 1995), <봄날은 간다>(허진호, 2001)에서 추억의 대상이 되는 할머니는 하필 모두 치매 걸린 노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할머니'가 아니라 '치매'에 있다.
할머니는 자꾸 잃어버린 뭔가를 찾으러 집밖으로 나간다. 영화 속의 주인공이 보는 할머니의 뒷모습은 이와 관련이 있다.
비단 할머니만 찾아야 할 기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 역시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 하며 동시에 잊고 싶어한다.
'할머니'가 끝내 '치매'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처럼, 주인공의 추억도 과거의 일로 잊혀져야 한다.
중국(=대만), 일본 그리고 한국. 이들 동아시아 3국이 과거를 회상하는 방법에는 할머니라는 친숙한 대상을 빌려 잊고 싶어하면서도 그리워하는 양가 감정이 묻어있는 것이 아닐까?
말하자면, 이들 영화에서 할머니는 주인공의 기억을 소환하고 작별의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매개적 존재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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