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만원으로 시작한 세계일주 .....
79만원이랑 불알두쪽 들고 나가서, 5년반 동안의 여정이라 제법 스크롤 압박이 있을거심.
2011년. 나는 강원도 인제에서 장교로 근무했었음. 말년에 다들 취업준비한다 하는데, 그래서 다른 사람들하는 것처럼 거짓말 좀 보태서 겁나 자소설 씀. 스펙도 ㅈ도 하나도 없는데, 면접 보고나서도 내심 좋은 결과를 기대했지만, 탈락. 애써 쿨한척 하려했지만, 합격한 다른 동기들을 보니 속이 많이 쓰라렸음. 그래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음.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갈 데가 없어서... 그래서 가고 싶은 곳이 생겼음. 바로 세계일주.
원빈이나 강동원 처럼 잘생기진 못했어도, 나도 주인공 한번 해보고 싶었음. 적어도 내 인생에서만큼은... 근데, 그리 생각해도 어찌할줄을 모르겠음. 단 한번도 배운적이 없음. 왜 학교에서 쓸데없는 미분적분 같은거만 가르쳐주고, 내 인생에서 주인공 되는 방법은 하나도 안가르쳐줌? 어디 물어보고 싶어도, 막연히 드는 생각이 밖으로 한번 나가보자였음. 다들 만류했음. 첫째로, 이불밖은 위험하지만, 한국밖은 더 위험하다고. 둘째로, 스펙없이 경쟁력 잃고 도태될거라고. 셋째로, 다음에 돈 벌어서 가면 되는데 왜 굳이 이 중요한 시기에 가냐고. 내가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들 나를 믿어주진 않고, 비행기표를 끊어버렸음.
그날 저녁 호주 브리즈번 도착하자마자 바로 인터뷰를 구했는데, 예스, 노, 땡큐, 빠큐, 밖에 못 알아들어서 떨어짐. 물가가 비싸서 돈은 금새 떨어져가고, 너무 겁이났음. 그렇게 호주 도착 이틀만에 질질짜고 울었음. 근데, 서럽게 눈물을 비워내고 나니, 오기가 생김. 그때부터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무슨 일이든 구해서 하기 시작했음. 망고농장, 창고일, 접시닦이, 이삿짐, 서빙, 웨이터, 하우스키핑, 촬영, 공사판 노가다, 그렇게 현지에서 일거리가 생길 때마다 알바로 경비를 자급자족해가면서 여행하기 시작했음. 친구들과 차를 렌트해 호주대륙을 종단하고, 첫사랑을 찾아 뉴칼레도니아를 헤메고. 동남아에서는 유흥도 즐기고, 돈도 펑펑 써보고. 중국에서 외국인들끼리 모여 문화예술공간을 꾸미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중국 남부 운남성부터 히치하이킹해서. 베이징까지 가기도 하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도 올라보고. 그러다 나 도박잘한다고 깝치다가 카지노에서 하룻밤만에 1400만원을 잃었음. 아, 그땐 진짜 내가 이럴려고 여행했나 싶을 정도로 괴로워서, 여행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정말 먼지가 되어 사라질 때까지 할복하고 싶었음. 그렇게 돈 잃고 인도로 넘어가 한참을 방황하다가 정신차리고 다시 시작해보자 마음먹고는, 미국으로 갔음. 나는 뉴요커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불법외국인 노동자. 알래스카에선 핫도그를 팔아보려했지만 실패. 밴쿠버로 가서 삼각김밥 팔다가 대실패. 그러나, 거듭되는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걸어나가니,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알아봐주기 시작함. sns상에서 사람들이 팔로워하기 시작하고, KBS뉴스도 타고. 캐나다 유명 대학교에서 한인들 대상으로 강연도 하게됨. 심지어 안티들이 생김. 솔직히 처음엔 멘붕도 오고, 내가 왜 욕을 쳐먹어야 되냐는 생각에 짜증났는데, 지나고보니 그게 다 관심이지 싶음. 그래. 이렇게 욕하는 걸보니 내가 잘하고 있는거구나. 역시 병신짓도 꾸준히 하니까 예술이 되는구나. 안티팬도 소중한 팬이지 생각하며 혼자 정신승리함. 캐나다를 횡단하며 오로라도 보고, 쿠바로 넘어와 체게바라 동상을 보면서 나도 오토바이로 여행하고 싶어짐. 그래서... 멕시코에 도착해서 바로, 오토바이 사버림ㅋ 아 근데 운전면허가 필요하다고 하는거임.ㅜ.ㅜ 면허 따버림!!!ㅋㅋㅋ 근데 또... 외국인이라고 번호판 등록을 안해주는거임...ㅜ.ㅜ 포기할려고 했는데, 그때... 현지인 친구가 보증서줌ㅋㅋㅋ 번호판 등록함 ㅋㅋㅋ 그때부터 나만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가 시작됨. 사실 오토바이... 처음 타는거라 겁나 위험했음. 고속도로 한가운데에서 계속 신호 꺼트림. 자신감 붙어서 겁나 몸 눕혀 커버링 하다가 가드레일 들이받고, 난폭운전 트럭에 치일뻔하고, 개한테 쫒기고, 벌에 쏘이고, 펑크나고, 고장나고... 지금 생각해봐도 팔다리 멀쩡히 살아있는게 기적임.
순식간에 밀입국자 되었음. 해가 저물어 텐트치려고 인가에 물어보러갔는데, 아놔... 주택인줄 알았는데... ㅋㅋㅋ군부대였음...!!! 출입금지라고 나가라하는데 도저히 야간운전도 못하겠어서 나도 한국군인이다. 군인들끼리는 도와야 되는거 아님? 하고 우김! 군인들 설득당함ㅋㅋㅋ 엘살바도르에서 겁 없이 혼자 오토바이타고 구경 돌아다니다가 에스빠뇰 못하면 말하지 말라길래, 마침 현지친구 아부지랑 연락이 되서 재수좋게 풀려남. 콜롬비아 보고타에 있을때 사람들 쇼핑하고 왔는데, 집이 가난해서 맨날 얻어입고 물려입고 살다보니까, 생각해보니까 나이 서른살 먹도록 내돈 5만원 이상 주고 내 옷 사입어 본 적이 한번도 없는거임. ㅜ.ㅜ 다음날 옷을 사러감. 휴고보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멍난 옷에 츄리닝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가니 나 손님 취급 안해줌 ㅋㅋㅋ 제일 비싼거 갖고 오라해서 현찰을 테이블에 깔아버림. 그때되서야 머리 조아리면서 차 뭐 드시고 싶냐길래 아이스티 리필 5번해버림. 어느 호텔로 배달해줄깝쇼 하길래 호텔아니다 호스텔 도미토리 2층침대 쓰고 있다고 말하니 농담하는줄 암. 아무튼 그때부터 휴고보스 입고 겁나 달렸음. 나는 솔직히 살면서 내가 멋지다 생각한적 단한번도 없었는데 슈트만 입으면 거울속에 내가 그리 멋져보이는거임. 그래서 맨날 맨날 입고 오토바이타고 달렸음. 사람들이 알아주든 몰라주든 기분 좋았음. 그냥 내가 이런 옷을 입고 오토바이타고 남미를 달린다는 사실이 날 행복하게 해줬음. 에콰도르에서 김밥 만들어 팔아보기로 함.10만원 써서 2만원 범.ㅋㅋㅋ 마추픽추도 감. 관광객들 중 나만 정장이었음. 수학여행때 친구들이 새 옷 입고오면 넘 부러웠는데, 수학여행의 복수를 함. 필받아서 뮤직비디오 하나만듬. 오토바이로 우유니사막 달려볼거라고 깝치다가 여권, 컴퓨터, 외장하드, 오토바이 문서, 현금 싹 다 잃어버림. 그래도 그냥 포기할 수 없어서 정말 우유니 그 좁은 동네에 빼곡히 다 박아놨음. 찾는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다들 말함. 기적 벌어짐 ㅋㅋㅋ 가방 찾음 ㅋㅋㅋ 현상금 욕심에 가방주운놈이 돌려주러 온거임 ㅋㅋㅋ 나는 가방되찾고나서 아 근데... 진짜 돈이 한푼도 없어서 돈 벌려고 일자리 구하러 부에노스아이레스 왔는데, 스페인어 못해서 일자리 못구함. 겁나 우울해있는데 생면부지의 현지 교민들과 여행자들이 십시일반 도와줌. ㅜ.ㅜ 1등하려고 3주간 맹연습함!!! 입상 하나도 못함 ㅋㅋㅋ
이젠 돈도 없고, 너무나 막막하던 참에 그래서 홍콩에서 일할때의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음. 그래서 돈이 필요하긴 한데 좀 많이 필요합니다 하니까 알겠다고 많이 넣어주겠다 하심. 사장님 전화를 뚝 끊어버림. 카톡이 옴. 계좌번호 불러 다음 날 천만원 입금해주심. 그 돈으로 무사히 남미대륙의 끝, 우수아이아까지
계속해서 일자리를 구하다가 가이드가 됨. 스페인어도 하나도 모르는데, 돈 욕심 안내고 어르신들 깍듯이 모셨더니, 그 돈으로 게스트 하우스 차려버림ㅋㅋㅋ 처음엔 사람이 안와서 기차역에 가서 호객행위도 하고 했는데, 다 퍼주면서 사람들 친동생같이 허물없이 챙겨줬더니 그런데 다 퍼주다보니 사실 편지만 가득받고, 큰 돈은 안됫음. 이게 나의 파란만장했던 여행기 요약임. 여행중에 느낀 것은 정말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뼈저리게 느낀거 세개만 말하자면... 아무리 사람들이 바보라고 놀려대도 묵묵히 내 갈길 걸어가면, 그 사람들이 응원해주기 시작한다는 것. 다른 사람들도, 하고 싶은게 있으면 한번 해봤으면 좋겠음. 너희도 여행을 갔다와라, 이런게 인생 잘 사는거라고, 그 딴 말로 꼬시면서 약팔 생각 전혀 없음. 나는 현재 거제도 고향집에서 백수로 지내며 그간에 내가 보고, 겪고, 느꼈던 것들을 글로 정리하고 있음. 큰 욕심은 없음. 그저 내 책한번 내보는게 소원이고, 조금 더 바란다면 내 이야기가 어떤이에게는 작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함. 끝. 출처: 여행-호주, 뉴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