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방식에 대한 비판과 그 개선책에 대하여

자유게시판

리플 방식에 대한 비판과 그 개선책에 대하여

G 이준호 0 5515 15
포럼 형식의 게시판과 답글 형식의 게시판.


리플 형식의 게시판이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라도 대형 포탈 사이트의 기사문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던 것이 기억난다. 그 이전에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새로운 글을 본문밑에 답변으로 사용하므로서 게시판의 풍속구도가 정착되었고, 그보다 훨씬 더 이전에는 1994년 하이텔의 자유게시판에 답글없이 대자보 형식으로 새롭게 글을 올리므로서 정보를 교환하였던 기억이 새록새록난다.

사실 리플 형식의 게시판이 퍼졌던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학교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을 주로 사용하다가 어느 한 유저가 답글을 다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답답하니 리플 방식을 도입해달라고 관리자에게 청했던 것이 처음이었던 기억난다. 그래서 그곳도 얼마 지나지 않아 리플 방식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욕설 한번 찾아보기 힘들고, 설사 화가나서 게시판 싸움이 생기더라도 걸출한 말솜씨로 싸움을 무마하던 인사들은 어느새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수개월 뒤 그곳 게시판은 하루가 멀다하고 온갖 악플과 내뱉고 독설에 찬 한마디가 일상인 곳으로 변하게되었다. 물론 사람이 많아지면 그럴수도 있다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나는 우선 만약 단순히 사람이 많아져서 그러한 경우가 생긴 것이라면 외국 포럼의 경우는 어떠한가 생각해보았다. (참조 : Blizzard battle.net forum, IMDB..) 국내 사이트와 비슷한 외국 포럼을 묵묵히 비교해본 결과 내 짐작과는 반대로 오히려 사람이 많아질수록 의견 개선이 많아지고, 더 매력적인 제안이 올라오며, 더 많은 참여자가 훌륭한 글에 많은 코멘트를 남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문제의 실마리 중 하나는 풀린셈이다. 커뮤니티의 질을 따지는 측면에는 그 사이트를 사용하는 유저의 많고 적음에는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할까, 국내 대형 웹사이트, 커뮤니티를 막론하고 생각없이 한마디 내뱉고 가는 식의 답글을 보지 못한 사용자는 아마 국내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이트들에는 화장실 낙서장 수준의 리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정도로 만연되어있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히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제일까? 아니면 보다 더 근원적인 것에서 문제를 찾아야 하는것일까.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아가서 리플 형식의 게시판이 도입되었던 때로 돌아가보자.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이러한 리플 형식의 게시판은 당시 글을 보는 사람은 많은데, 글을 쓰는 사람은 희박한 당시의 게시판 풍조를 바꾸고, 이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짤막하게라도 답글을 쓰게하여 활발한 답글 참여를 유도한 대형 웹사이트들을 중심으로 도입되었던 것으로 추리된다. 이 시도는 일면으로는 성공적이었으나, 이 후 수많은 초딩들을 포함하여 무수히 많은 수의 무가치한 답글들을 양산하게 되었다... 의심가시면 아무 대형 포탈 사이트(다움, 네이버등등)에 접속하여 가장 눈에 띄는 기사를 클릭해보라. 수없이 많은 리플 수에 환호하고 그 속에 포함된 수없이 많은 육두문자에 좌절할 것이라... 아무튼 그렇게 리플 형식의 게시판은 성공적으로 도입되었다. 다른 일면으로는 화장실 낙서장에 가까운 무질서함을 그 일면의 그림자로서 내포하면서 말이다.

각설하고, 지금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한게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누구나가 담벼락에 낙서하듯이 써갈길 수 있는 리플 게시판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이용하면서도 좀더 건설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상호 진전이 이루어지는 게시판을 보고싶은 바램에서 하는 얘기다. 현 상황에서 보다시피 대형 포탈 사이트들은 인터넷의 사용 환경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네이버 뉴스 기사 밑에 온갖 욕설과 육두문자 비방과 흑백 싸움 이분법 논리부터 시작해서 양비론까지 지속되는 비생산적인 답글에 그들은 아무 책임도 없다는 태도이고, 전혀 개선할 의지도 가지고 있지 않다. 영국 BBC 방송의 웹사이트나 미국의 CNN의 사이트를 찾아가봐라. 기사문의 어디에 상호비방이나 싸움을 위한 장치가 마련되있던가? 혹시 게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블리자드 와우의 일반 포럼을 (http://forums.worldofwarcraft.com/board.aspx?fn=wow-general)한번 찾아가 볼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글이 올라올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곳이지만 비생산적인 상호 비방이나 육두문자는 보이지 않는다.(물론 헐리우드 영화에서 배우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WTF - What the fuck은 예사처럼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또한 이러한 쾌적한 게시판 환경에 걸맞춰 좋은 게시물에 대해서는 칭찬과 비판을 아끼지 않음으로서 더 많은 유저들의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가끔 매우 잘 다듬어진 게시물이 올라올때는 몇일 - 몇주에 걸쳐서 톱에서 지속적인 답글 활동으로 인해 보존되거나 고정게시물(Sticky)로 지정되므로서 오랫동안 여론을 수렴하고 개선하게하는 것을 원할하게한다. 인기있는 글들은 오래도록 회자되어지고, 인기가 없거나 대상이 확실치 않은 불특정 다수를 비방하는 글, 아무 생각없이 육두문자만 집어넣은 글들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기에 금방 목록에서 사라져 버리고 잊혀진다. 이러한 포럼 형식의 게시판들은 단순히 답변을 효과적으로 달게하고, 이용자들이 자신이 쓰는 글에대한 책임감을 높혀줄 뿐 만 아니라 아직 글을 다듬어 쓸 줄 모르는 초등학생이나 어린 중학생들에 대한 일종의 필터 혹은 진입장벽으로서 무분별한 육두문자의 범람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글을 다듬어 하나의 정련된 글을 남기게 하므로써 더 많은 관심과 집중을 받도록하고 그로인한 전체적인 커뮤니티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데 그 장점이 있다. 솔직히 말해 한두문장 남기는 것은 초등학생 뿐만아니라 유치원도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기존의 답글 방식으로는 초등학생의 낮은 분별력과 상식으로 인해 혼잡하고 무질서한 게시판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게되는 것이다. 자라나는 새싹에게 하는 말치고는 좀 매몰차지만 최근 소위 초딩이라 불리는 족속들로 인해 혼란스러워진 게시판이 얼마나 많은가?(디씨 인사이드만 해도 그렇다. 초기의 번뜩이는 위트와 재치는 어디로 가고 한때 무분별한 욕지거리의 등장으로 얼마나 위험했던가?) 이것은 가정교육, 이용자들의 의식 부제 등등 여러 다른 곳에서 요인을 찾을수도 있겠지만 근원적으로는 초등학생들의 낮은 수준의 문장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적인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 답글이 유지되는한 무질서하고 개념이 존재치 않는 문장들은 여전히 인터넷을 꽉 채우게 될 것이다. 과거를 비추어봐도, 설사 초등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웹사이트라하더라도, 하나의 '글'로서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게시판에서는 나는 결단코 아무 이유없이 싸움이 벌어지거나 혼란스러운 악담이 오가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하였다는 말은 하지않아도 될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최소한 기본적인 예의 - 매너를 갖춘 상식적인 인터넷 커뮤니티를 갖추는 것은 기본 아닐까? 그러한 기본을 갖추는데, 리플 형식보다는 포럼 형식이 더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는 것에 필자는 동감하며, 좀더 청정한 인터넷 사용 환경이 오길 기대하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