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아름다운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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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아름다운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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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오해(Small Sacrifices)


데이비드 그린감독 1989년작

주연 파라포셋. 라이언 오닐

파라포셋과 세자녀가 오레곤주에서 노상강도를 당하며 병원에 실려오며 시작되는
충격적인 법정 드라마. 같은 소재라도 풀어나가는 방식에 따라 재미의 수준이 얼마나 다른지 느낄 수 있습니다.(2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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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명의 연재소설 2부-

매니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두번째 소설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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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오해 -





2002 ..SEOUL...S디자인팀.

나는 항상 나자신이 소유한 엄청난 크리에이티브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나의 테크닉 사이에서 괴로와 해야했다.

본질적으로 그것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였다.

마음은 언제나 구름위에서 나불락까불락거리고 있었다.

부지런하며 뛰어난 테크니션들을 바라보며 겉으론 천재만이 가질수있는 조소를 보냈지만

사실 말이지 나는 그동안 마음속깊이 열등감에 시달려온것이다.

게으른 천재의 삶은 정말이지 괴로운것이었다.

나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괴로웠다.어디서 부터 잘못된건지. 지난시간동안에 난 무얼한거지?어찌됐든지 난 뭐가 됐는가.?
지난 1년동안 내생활은 뜬구름잡기식 이상으로 가득했고 거기에 동반된 어떠한 노력도 없었다.

차라리 그것은 현실도피에 가까웠고 삶의 중심에는 내가 없었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었다.

누군가가 훗날 당시 어떤 종류의 사무실에 출근했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직사각형의 사무실이었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나흘후 지난 7개월간 사귀던 '여자친구'랑 헤어졌다.

그녀와 처음 몇개월간은 서로 '사랑'이라도 하는양 참으로 재미나게 놀았었다.

그녀는 예쁘고 숨겨진 매력이 정말 많은 아이였다.

내생일날 그녀는 정말 휘귀한 RX건담 모빌수트를 구해와선 나를 놀래키기는가 하면

나는 화이트데이에 사탕대신 손수 책을 찾아가며 엄지손가락모양의 쿠키를 구워다가 바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유년시절부터 엄마와 헤어져서 자라서인지 내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몹시도 심했는데,

나라는 인간은 사실 누군가에게 의지가 될만한 인간이 못된다고 혹은 누군가가 내게 기대는것은 너무나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자각하며 살아왔던 터라 나는 그런상황에 어느정도 선을 그으며 지냈던것 같다.

하지만 그선에서 그녀에게 사랑을 보여주려 노력했고 ,정말이지 언제나 따듯하게 대하려 했는데

그녀는 내게 무수한 거짓말들을 일삼는듯했고 내생활에 점점 간섭을 시작했으며 나의 이기주의를 압도하는 완벽하고도 변화무쌍한 이기주의자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언제나 자기 기분 대로였던 것이다

지난달 우리는 한달 월급을 털다시피해서 월드컵 한:폴전을 보러 부산에 가기를 계획했었다 .

수소문끝에 간신히 티켓을 구했고 겨우겨우 비행기표를 예약했으며 부산친구들에게 부탁해 숙소문제를 해결하는등 난 엄청난 노력을 했고 동시에 나는 엄청나게 들떠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전날 전화한통으로 왠지 못갈것 같다며 동생이 아프다느니 이상한 소릴 늘어놓았다.

나는 그런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수가 없었다.

결국 그날 우리는 심하게 다투었고 나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싯가 백만원상당의 티켓을 북북 찢어버렸다 면 물론 거짓말이겠지만 어쨌든 서로에게 패인 상처의 골은 이미깊어져있었고 우리사이는 그시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멀어지기 시작햇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어떤 실망이나 배신감따윈 없다.나는 그저 피곤할 뿐이었다. 나는 원체가 그런놈이었다.

그녀가 그날밤 통화로 힘들다며 잠시 그만 만나자고 말했을때 나는 기쁜마음으로 아무런 질문도 덧붙임도 없이 영광스럽게 실연을 맞이했다.

이제와서하는 비겁한 소리지만 처음 만날때도 나는 그녀의 긴머리와 예쁜다리에 가장 큰비중을 두었으며 그녀가 돈이 많다(부자)는 사실이 현재의 소득이 얼마안되는(가난뱅이) 나에겐 크나큰 임팩트였다.

이미 나에게 있어서

사랑은...옵션.

순수의시대는 지나가고 나는 교활한 괴물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두가지 갑작스런 변화는 나에게 엄청난 공황과 불안을 초래했고

소속감이란것은 ..실로 위대한것이었다.

달이바뀌었고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이어졌다.

더이상 잃을것도 나빠질것도 없다고 위로하고 또한 자책하며, 마치 자책골을 넣은 콜롬비아의 에스코바르선수처럼 상실감과 절망의 두려움에 비통해했다.


22시간동안 잠을 자기도 했고, 두시간을 눈을뜨고 벽만바라보기도 했으며.

과음이랄것도 해보았고 사흘낮밤 인터넷채팅을 하기도 했으며 홀로 극장을 찾는 신비스러운경험도 일삼았다.

가장 이해할수없고 또한 신기한 점은 그녀가 무척 보고 싶다는 사실이었다.

눈을 감으면 그녀의 착한부분들과 예쁜장점만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토록 당당하고 흔쾌히 이별을 받아들였던 내가 이제와서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허덕인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었다.

눈빛은 쾡해져 갔고 가슴은 공허했으며 정신은 병들어갔다.

정말 그랬다.

아침이 오지 않길 바라며 눈을 감았고

비겁하게도 다시 눈을 뜨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어제 PM12:00경 다시 눈을 떠버린 나는

밀려오는 엄청난 숙취의 러시아워에 시달리다가

그걸 잊으려 몇시간동안을 CM이라는 시뮬레이션게임에 몰두하다가

문득 "배. 배가고프다."라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과거 누군가가 강릉십리섬에서 그랬듯이 생에대한 간절한 집착같은걸 느끼곤 먹을것을 찾아 거리로..거리로 나왔다.

패스트푸드나 사먹을 요량으로 차에서 나와 거리를 잠시 걸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전혀 읽을수가 없었으며 또한 어떤 아는 사람도 만나긴 싫었다.

사실 개인의 본질적인 고뇌는 듣는이로 하여금 피곤함을 불러일으킬 뿐.

이런 문제는 항상 홀로 세련되게 처리해야한다.라며 내 자신을 위로했지만

사실 나는 거의 대인기피증 싸이코수준에 달해있었다.

그건 마치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오후 2시 58분.



홍대앞 레코드가게에서 귀에 익은 보컬이 흘러 나왔다

나는 잠시 멈춰서 그렇게 멍하니 듣고 서있었다.





사랑은



영원할거라는 오해로 시작되는 슬픔.



사랑은


찬란한 그빛때문에 결국엔 눈이 먼채로 어둠만을 보게 되지.


사랑은


머물러 있는 동안엔 준비못한 절망


사랑은 난파된 배를 탄거지


부서진 조각을 찾다 죽어가는


난 기대 하지 않아


사랑을 믿지도 않아 더이상은


오해인걸


가질수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꿈같은것...




임재범씨의 두번째 앨범에 수록되어있는 "아름다운 오해"라는 곡이었다.


아름다운 가사였다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아름다운 임재범이었다.

7월의 무덥고 나른한 오후의 거리를 단숨에 전율의 니르바나로 바꿔버리는 그는 역시 대단한 보컬이었다.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에 오버랩되는 그에 대한 단상 .

운이좋게도 나는 1998년인가 수요예술무대 녹화가 있던 우리학교에서 임재범씨를 직접 볼수 있었다.

그당시 나는 이 위대한 보컬에대해 잘 알지 못했었다. 이밤이지나면? 그노랠 부른 가수인가?

당시 나는 공연준비를 돕기 위해 엠프등을 옮기고 잠시 앉아서 마이크선을 감다가 무심코 올려다본 무대에서

하늘로 향한 짧은 머리와 검은셔츠에 멋진 줄무니 타이를 하곤... 스탠드의자에 다리를 걸친채 리허설중이던 그의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

그도 범상치 않은 인상의 학생인 나를 잠시 주시하는듯 그렇게 시간은 잠시 멈추었던 것이다.

순간 이마에 걸친선글라스 밑 눈동자에서는 레이저가 나오는듯했고 뿜어저나오는 그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나는 그만 그자리에 꾸엑! 소릴 지르며 털썩 주저앉아 바지에 오줌을 갈겨버리고 말았다 면 물론 거짓말이겠지만 ,그후에도 그의 눈빛과 목소리는 오래도록 나의 뇌리에 각인되어 삶의 순간순간 마다 떠오르곤 한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에 나는 그가 은하계에서 가장 멋진 사나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말이지 , 대화를 나눠 본것도 아니지만 주고받은 눈빛만으로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그런 사람이 있다.

나의 주장이지만 눈이 마주치는순간 우리는 평생해야될 수만가지 대화를 나누어 버린것이다.

그날의 다른여타 연예인나부랭이등은 눈에 띄지 않았으나 임재범씨만은 그순간부터 마음속에 형님으로 모셔버리게 된것이다.

임형.

잊고 있었는데... 그리고 이곡은 그의 숱한 ,위대한 히트곡들에 살짝쿵 가려져 더욱 신비감을 연출하는 트랙아닌가.

실로 신비스러운 느낌이었다.

전혀 생각치 못했던 전화부스에서 어린날에 보물상자를 발견하듯 .

나는 그자리에서 어린아이처럼 감동의 파노라마에 사지를 부들부들 떨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순간 더욱 신비스러운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

저멀리서 그녀...JN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헛것을 본줄 알고 눈까지 깜박거려 보았지만 걸음걸이로 보나 찰랑거리는 머리로 보나 역시 그녀가 맞았다.

솔로가 되면 외모에 더욱 신경쓴다던데 정말 그랬다.괴씸하게도 그녀는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한손은 다른이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었는데..

다행스러운 사실은 그이가 여자였다는 사실이고 약간 의아했던 사실은 그이의 걸음걸이였다.

어찌됐건 놀랍게도 내가 처음 느낀감정은 지독한 반가움이었고 세수도 안한 내몰골을 깨닫고 레코드가게로 들어가 숨어버릴까를 0.7초간 갈등하다가 방금 느꼈던 감동에 다시 멍해지는데 2초. 그녀의 옆에 오는 사람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데 3초.

그동안 그녀는 나를 발견한듯도 했고 그렇지 않은듯도 했다 .난 차라리 그녈 기다려 약간은 흥분되고 어색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말았다.

안녕?

그녀의 표정에서도 당황한기색이 역력했으나 어색하게나마 씽긋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고

난 하마트면 항상 그래왔던것 처럼 태연히 농담을 건넬뻔했다.하지만 이내 우리의 현실을 깨달았고.더욱이 그녀의 옆에 있는 여인은 소아마비장애인같이 보여서 난 잠시 엄숙해졌다..
그녀의 요즘 뭐하냐는 질문에 나는 그냥 서있다는 멍청한 대답을 해버리고는 예의상이었는지 그녀의 옆을 눈짓하며 누구..?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이를 친동생이라 소개 했고, 나는 아... 안녕하세요?하고 그저 태연한척 처음 보는 사람인양 인사했다. 그녀도 약간은 이상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듯 그저 주고 받은 인사지만

그때의 내 기분은 정말 말로 형언할수 없는 것이었다.

반가움 안타까움 미안함 자책 자괴감과 함께 가슴이 저려왔다.

말해 두건데 나는 이런 상황을 결코 "아름다운오해"라는 타이틀과 연결지으려는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가족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에 의미를 두려는게 아니다.

아주 잠시동안 그녀를 바라보면서 그동안 내가 느꼈던 그녀의 이해할수 없던 부분들이 '오해'라는 단어와 함께 사라져가고 있었다.

나는 나를 포함한 누군가가 자신의 가정사에 대해 이야기하는것을 싫어했다.
세상사람 누구나 기구한 사연이 있게 마련이고 그런걸 주절이 늘어놓는것은 그저 구질구질한 넋두리일뿐이라고 생각하여 지양했으며 그녀가 비슷한 이야기만 꺼내려 해도 그런것은 운명론적인 나약한 인간들이 하는 소리라고 질책하며 화재를 돌려 버렸다.
문득 자만에 빠져 깝처대던 지난 기억이 선했다.

지상최고의 이기주의자는 바로 나 라는 인간이었다.

예전에 우리는 함께 농구경기를 관람한적이 있다.

그때 나는 패스미스를 하는 한선수를 보고 "아! 저 애자색히 안된다니까~"그렇게 무심코 내뱉었다.

그녀는 갑자기 흥분해서는 장애자가 욕이 될수 있는 단어냐며? 무슨 말을 그렇게 분별없게 하냐고 화를 내며 가버렸다.
당시 나는 다들 사용하는 속어 한마디 가지고 뭘 그렇게 오버하는지,오히려 짜증만 났었고
그에 대해 어떠한 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 내자신이 문득 역겨워진다.

반년이 넘도록 서로 사귀면서 그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다시금 나를 부끄럽게 했다

음악이 아름다운건 느끼면서
그녀의 아름다운마음은 애써 외면하려 했다.



잠깐 멍해져있는 나를 보고

그녀는 그저 날씨가 좋아서 동생이랑 돌아보고 있었다며 방긋 웃었다.

내 예상에 지금 그녀가 여기 있을 시간이 아닌데 일부러 시간을 낸듯했다.

그녀는 가끔전화하라는 맨트를 끝으로 돌아섰는데 그말이 나에겐 왜인지 상당히 희망적으로 들렸다.

그녀와 동생의 노랑 칠부바지가 인파속에 묻혀 사라져가고 나는 그장면을 흐르는 '아름다운 오해'의 끝자락과함께 바라보고 있엇다.

그네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의동생도 몸이 약간 불편할 뿐이지 다른 아무이상이 없었다.

특히 내가 알고 있던 그녀의 눈빛이 오늘은 너무나 예쁘게 애쁘게 빛났었다.

돌아오는길에 나는 "오해"라는 단어가 무척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자체가 인간의 엄청난 오해이며 또한 아이러니라는 것을.

그리고 동시에 축복일 것이다.

BATMAN이 말하길 진실에는 항상 이중성이란것이 존재한다고 했다.

진리는 항상 평안을 가져다 준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오늘 있었던 그녀와의 우연한 재회와 임재범의 목소리에서 분명 어떤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

그것이 크나큰 사건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내가 생각하는것보다는 더욱 아름다운사람이었고
그의 목소리를 길거리에서 들을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것이다.

지난날 고통과 오해를 통해 내가 배운것들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로 인해 난 변했고 또한 아직도 혼란스럽다.

난 현실을 고통스러워 하기전에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해야 한다는걸 느끼고 있다.

지금은 어떠한 결론도 내릴수 없고 그녀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뭐라 예상할수 없다.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결코 없다.

그녀와의 이별이 이대로 영광스러운 이별이 될수도 있고 아니면 또다시 불명예스러운 실연을 당할수도 있을것이다.

한가지 분명한것은 나는 오늘 많은 것을 깨달았고 또한 달라질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그녀를 분명히 다시한번 놀라게 할것이다.

모든것은 그때가 되면 다 알게 될것이다.

배가 슬슬 고파온다.

난 기대하지 않아...

오해인걸 .

가질수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꿈같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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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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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에디베더  
  이야 페리스님 돌아오셨네~ 이번글 너무 잼있게 읽었구여 3번째 소설도 연재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