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진급을 포기한 공무원이 보내는 편지

영화이야기

<영화도둑일기>에게 진급을 포기한 공무원이 보내는 편지

S 컷과송 5 392 4

언젠가부터 영화감상평 게시판의 리시츠키님이 작성한 평문들을 읽지 않고 있다.

그 분의 글은 영화 뿐 아니라 인문학적 지식이 일천한 나에게 거대한 장벽처럼 다가온다.

퇴행인 것을 알고 있지만, 30여년전 공장에서 라면박스를 만들던 때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주저된다.

본서를 빌어 말하자면, 나는 가만히 10분 동안 '정원을 바라볼 수'는 없다.


저자가 현재 행하고 있는 해적질의 궤적은 부산 지역 90년대 비디오대여점에서 내가 한 것과 같다. 

극장과 문화원 이후 세대이자 비전형적 90년대 씨네필(나는 'KINO'를 읽지 않았다.)로서

부산의 산동네 골목을 돌면서 수집했던 비디오들을 '영화마을' 비디오대여점에 배치했던 20대가 회상되었다.

<해탄적일천>을 보림극장 앞 고물상 창고에서 발견했던 시간들은 그저 '상호수동성'으로 명명될 수는 없다.

내가 찾아내었던 비디오들을 대여 감상한 이들과 가졌던 첫 영화모임의 시간도 되새겨진다.


본서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이 표현을 고집하고 싶다.) 읽은 문장은 60-61 페이지에 걸쳐 기록되어 있다.

'공장 노동자였던 나의 아버지는 일이 끝나면......온 가족이 함께 거실에서 영화들을 보곤 했다'

이 문장 앞뒤로, 저자는 사라져버린, '갓생'을 살러간 씨네필이 돌아오기 바란다고 (...)를 사용하여 작성했다.


저자가 자신의 행적을 해적질이라 칭함에 있어, 이를 '의적질'이라 하지 않은 연유에 멈춰서게 된다.

별도의 해제를 작성한 이의 흉중은 '해'가 아닌 '의'를 더 진하게 품고 있었다.

'존중입니다, 취향해주세요'로 진술되는, 해적질이 아닌 의적질의 수혜가 다다르지 않는 

저 너머에 있는 이들을 어떻게 내부로 진입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벽 앞에 통곡한다.  


모 평론가가 불공정하고 막연하게 진술하는 '우리들의 우정, 전진한다' 등에서 기꺼이 뒷걸음질을 선택한

입장에 서 있는 자의 변명을 하자면, 지난 28년 간 범죄자들과 대면 접촉하는 나의 직업으로 갈음하게 된다.

가끔 잊어버리는 80년대적 실천이 직장에서의 낙인으로 현재화될 때에도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갓생'보다 먼저 압도하는 것은 '공동선'이 어디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을까였기 때문일 것이다. 


1990년부터 현재까지 온-오프에서 만났던 영화를 봤던 수많은 이들, 

지금은 영화를 멀리 한 이들을 위해 변론을 하고 싶어진다.

그들은 '갓생'과 자본 축적, 부양의 책임이라는 여정에서 영화를 잠시 내려놓았을 것이다. 

씨네스트의 존재론은 그들의 복귀에 있다는 지점에서 저자와 동의하면서 동시에

그들이 언젠가 돌아올 수 있도록 다른 방면에서 전진하는 것도 병행해야함을 매일 성찰하게 된다.


뱀다리) 운영자 재회님과 저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후원 입금하는 것 외에 다른 표시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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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추억의 보림극장,대명극장(개금동),2본 동시상영
기억이 새롭네요.
S umma55  
갓생'과 자본 축적, 부양의 책임이라는 여정에서 자유로운 제가 몇 인분 역을 해야겠습니다, 불끈!!!^^
15 Har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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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Har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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