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시네스트,

영화이야기

시네마, 시네스트, <영화도둑일기>

13 리시츠키 2 226 2

<영화도둑일기. 1판2쇄. 2024.6.12> 재밌게 보았습니다. 사운드 트랙으로는, 질스캇헤론의 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 시작으로,

CAN(혹은 RadioHead의 부트렉버전)의 The Thief를 거쳐, 훵커델릭의 One Nation Under A Groove를 틀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솔식에서 해적질한 파일들로요.

책 내용은 거의  <백만냥의 항아리, 1935>처럼, 항아리라는 맥거핀을 쫓는 모험이더라구요. 결국 항아리가 곧 우정이듯이요.
2022년 마흐사 아미니 시위 때 이란 시네필들의 저항은 부정한 체제와 싸우는 어떤 다큐를 보는듯 했고,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HENRI와 카라가르가와의 대화에서는 그 당당함의 아이러니, 부조리극 코미디에 한참을 웃었고 ("아, 근데 혹시 새로운 번역 있나요?" 본문 32p),
삿댓님과 조나선 로젠봄과의 일화에서는 어떤 평등주의와 국제연대의 동지애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카라가르가의 국제 유저들, 디거 혹은 해적들의 때로는 그 위험천만한 성배를 찾는 모험은, 거의 스파이 필름, 하이스트 필름,

스릴러 필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흥미 진진했습니다. 어떤 면에서 좀 과장을 하자면, 디거들 혹은 해적들은, 인터내셔널한 국제여단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비록 무기는 달라졌지만, 그 적들은 지금도 비슷한거 같거든요 "당신과 나의 자유를 위하여!!"

가장 이상한 해적들은 한국의 시네스트 자막번역 유저들 입니다. 시네스트 해적들의 명단은 책에 다 공개적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아니 이런 불경한 삿댓님!!)

이 해적이라는 것, 이건 비밀결사 거든요. 근데 이들 번역가들이나 시네스트는 너무나 투명합니다. 이건 국제 비밀결사에 대한 일종의 배신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설의 해적, 엄마님의 현명한 강령 : "피차마차역마차!!" 다시말해서, 비밀을 비밀이 아닌 것으로 보이게함으로써 비밀을 유지한다는,

비밀을 공개할수록 더욱 비밀스러워진다는 신비한 역설!! 전 아직도 기억합니다. 엄마님의 번역작 속에 숨겨진 암호들을 (공개함으로써 숨긴다는 것이죠).

이제서야 옳게 해석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화와 자막을 유심히 보신 분이라면 기억이 나실겁니다. 그 암호는 이렇습니다

"이 급살맞은 놈아!! 쌔벼!! 토껴!!" 이 암호들, 이해가 가시나요? 사실 이해가 가든 안 가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 단어들을 만약 어느 영화에서 보았다면,

이미 당신은 비밀결사에 나도 모르게 자동가입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밀이면서 비밀이 아닌, 그 역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적 혹은 디거의 정체성과 행동강령을 이처럼 간단명료하게 그러나 이처럼 심오하게 표현할 자가 있을까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들 모두는 결국, 시네마의 해적들이자 해적들의 시네마 입니다. 아니 시네마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네마에는 그 어떤 심오한 뜻도 철학도 없으니까요. 시네마는 결국 "우정과 연대"를 위한 맥거핀일 뿐이니까요. 그러니, 시네마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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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참, 우연하게도 저도 오늘 아침 이 책을 다 읽었습니다. 전에 다른 경로로 전반부는 접한 바 있었습니다. 님의 독후감을 보니, 저도 별도의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이 생성되는군요.
S umma55  
장-마리-스트로브가 "시네마를 믿어선 안 돼"라고 했다지요.^^

그 '비밀결사'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 뻗어 있어서, 그 어떤 힘으로도(?) 해체할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이들과의 우정과 연대에 맥거핀인 시네마, 그래서 시네마 만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