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브래너와

영화이야기

케네스 브래너와 <나일강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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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브래너가 감독한 <나일강의 죽음>에서 제1차 세계 대전에 벨기에 병사로 참전하여 공을 세우나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낙심해 있는 포와로에게 약혼녀가 수염을 기를 것을 권하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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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이 어떻게 바뀌든 한결같이 사랑해요. 고약한 구석도 귀엽게 느껴지고 결점도 하찮게 느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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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사랑은 식을 수 있다. 상대가 전혀 바뀐게 없는데도 내가 바뀌어서 식을 수 있고 상대의 몰랐던 면을 알게 되어서 식을 수도 있다. 식지 않는 사랑을 하려면 나도 상대도 사고방식과 감수성의 틀이 잡혀 있고 나도 상대도 서로를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로 느끼는 상태에서 사랑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되는 사랑은 극히 드물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랑은 오해이고 맹목이고 소유욕이다. 특히 남자들의 사랑이 그렇다. 물론 그렇게 시작되지 않는 사랑도 극히 드물게나마 영원을 관통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객관적'으로 그런 사랑을 꿈꾼다.

나는 <환생>을 계기로 케네스 브래너를 좋아하게 되었다. 역시 흠뻑 빠져서 보았던 <몽중인>과 같이 죽음도 갈라 놓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영화였다. 나를 사로잡았던 최초의 그런 류의, 즉 로맨스에 판타지적 요소를 가슴 떨리게 결합시킨 영화는 <제니의 초상>이었다. 나이가 충분히^^ 많지 않은 분들은 이 세 영화 다 금시초문일 것이다. 로맨스물을 혐오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찾아들 보시기를 권한다.

나무위키의 '케네스 브래너' 항목이 읽을 만하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데 서두르지 않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래서 그의 대표작인 <햄릿>도 아직 안 보았다. <환생>과 <나일강의 죽음> 외에 내가 본 그의 출연작이나 감독작은 <월랜더> 시리즈 시즌 1이 고작이다. <오펜하이머>에 출연했지만 출연한 줄 몰랐다. 그의 가장 최근작은 <베니스의 유령>인데,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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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6 동감1997  
오리엔트 특급부터 베니스의 유령까지 세 편 다 나름 재밌게 봤습니다.
꽤나 매력적인 배우더군요..^^
13 쪼으니까  
그래서 사랑에 눈이 멀면 안되나 봐요
ㅎㅎ
11 호러왕자  
포와로 시리즈 세편 모두 이국적인 배경이 주무대라서 눈이 참 즐거웠던 영화네요.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은 포와로 시리즈 말고도 워낙 걸작이 많아서 영화로 만들기 참 좋은 소재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은 '열개의 인디언 인형'으로도 불리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쥐덫' 이 있네요.
'그래고 아무도 없었다'는 2015년 영국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으니 추천드립니다.
드라마치고 편수도 3부작 밖에 안되서 부담없이 보실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