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일본 영화의 버려지는 노인들

영화이야기

2023년 일본 영화의 버려지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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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연령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80년대말 학번의 역사적 부채의식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을 관람한 이후, 형식이나 소년들에 대한 감상 의견들보다 지금까지 나를 붙든 것은 교장 선생이다.


앞선 두 단락과는 달리 세번째 단락에서 별도의 분량이 배정된 교장 선생의 수용 시설 면회 장면 등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본편의 중핵으로서 소년들이나 그들의 보호자로서 어머니, 교사의 서사가 관객에게 해제의 쾌감을 부여할 수 있다면


그에 반해 교장 선생의 과거는 하나의 명확한 이해로서 제시되지 않는다.


오히려 교장 선생은 방화 도구로 오인되는 소년의 기구를 발견하거나 검은 물을 바라볼 뿐이다.


사건의 표피가 중요하다는 관료적 입장은 소년 어머니의 다림질, 세탁소의 기호와 더불어 맥락회될


학교 건물 바닥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는 수평적 가역성 행위와 배반된다.


그가 소년과 악기 소리를 발생시켰을 때, 그것이 교사 외에 자신에게도 전달되었는지 알 수 없다.


본편의 시사점인 모든 소문이 가지는 비진실성을 상기하자면 이는 타당한 입장일 것이다.


소년들의 화사하고 따뜻한 이세계적 빛과 볕(<너와 나>의 태도와 동일한)과 달리 교장 선생은 그대로 내버려진다.





더불어 올해 국내 개봉한 두 편의 일본 영화가 겹쳐진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별도의 파시즘적 세계를 지탱하는 남성 노인은 


소년이나 소년의 성애적 대상으로서의 젊은 어머니와는 달리 그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에서 권투 체육관 관장은 지병에 걸리고 제국주의 전쟁 후 개관한 체육관을 폐관한다.


물론, 폐관의 마지막 날 사진 촬영에 본편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던 불특정 소년이 갑자기 등장하기는 한다.




위 세 편의 작품에서 노인들은 서사적으로 해제되지 않거나 기존 세계에 남겨지거나, 병들어간다.


이를 일본 자민당의 장기집권이나 후쿠시마 방류(특히 고레에다, 미야자키의 경우)와 연관한다면


노인 세계에 대한 손쉬운 폐기가 이 땅의 출산율 저하 등에 중첩되어 무겁게 남는다.




작년 부산이나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소개된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을 비롯하여 


다른 일본 감독들의 작품까지 일별할 수 없었으나, 그들의 의견도 궁금해진다.


씨네스트 회원분들의 의견이 더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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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0 에버렛  
마침 이런 영화도 개봉 예정인 거 같더라고요.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kEw&pkid=68&os=26405053&qvt=0&query=%ED%94%8C%EB%9E%9C%2075%20%EC%A0%95%EB%B3%B4
이번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에선 개발과 보존, 도시와 자연의 대립항들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S 컷과송  
네... <플랜 75>가 제작되기 전에 일본 내 안락사 도입이 나라야마 부시꼬를 문화제도화하려는 시초라는 논쟁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저는 위 세 편의 영화를 사회학적으로 대면하는 것과 더불어 세 작품 모두 이분법의 서사적 쾌감을 선택한 유사성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기존 세계는 폐기의 대상일 뿐, 개선과 혁명의 지반이 아니라는 현재 혹은 미래적 입장들이 두려웠습니다.
17 바앙패  
일본의 못된것반 답습되는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