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해부도를 보고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나는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 장면부터 병원 지하도의 음침한 부분에서 시작되고,
배경 음악은 없지만 단조로운 음향 효과가 사람을 계속 불안하게 만든다.
마치 ‘돌이킬 수 없는’과 같이 화면을 빙글빙글 돌리는 장면이 많아서
속도 울렁거리고 나중엔 두통까지 왔다.
파리의 어떤 이름 모를 병원에서 여러 가지 수술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어떤 병원인지 어디가 아파서 무슨 수술을 하는지
외과적인 지식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으며,
단지 의사들이 어떤 식으로 환자의 몸을 다루는지에 대해서만 말없이 찍는다.
보고 있으면 되게 불편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많은데
그와는 반대로 수술을 하면서 의사와 간호사들의 대화 내용은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너무 단조롭다.
살인적인 노동 시간을 한탄하고, 수술 도구나 기계가 구식이라는 등
별 의미도 없는 수다를 떨면서
환자의 용태나 종양의 크기를 설명할 때는 매우 건조하다.
의사들은 무감정하게 수술하고 간호사들은 무기력하게 환자들을 돌보며
환자들은 병원 밖으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살고 싶지 않다고.
이렇게 수술하는 장면을 잔뜩 보여주고 나중엔
기저귀를 찬 어떤 할아버지의 옷을 입혀주는 간호사 둘의 모습이 나온다.
매일 해본 솜씨인 듯 실력이 좋다.
그곳은 영안실 같았고 그렇게 대기하고 있던 시체들이 즐비하다.
몸에 그렇게 호수를 쑤셔 넣고 기계로 종양을 제거하고,
척추에 무시무시한 철심을 박아 넣어도 마치 그 끝은 결국 죽음이라는 듯이.
내 생각이지만 사람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건 수술이 아니라 약 같다.
끝은 이것도 벽화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지나치게 성욕이 가득 찬
그림들을 빙글빙글 돌아가는 어지러운 화면으로 가득 채운다.
남성이 왜 그렇게 크고도 내장처럼 긴 그림이 많은지 의문이다.
마지막 벽화는 왜 히포크라테스의 상이 아니라
믿음의 기적을 행한 예수와 열두 제자의 그림인가?
물론 중요한 건 믿음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