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혹은 CF감독?

영화이야기

영화감독, 혹은 CF감독?

15 Harrum 4 654 0


De Djess:Miu Miu Women's Tales (Alice Rohrwacher, 2015)


"경고 : 이 영화에는 상상의 언어가 나옵니다. 현존하는 언어와 일치하는 것은 우연일 뿐입니다"


알리체 로르바커가 만든 "드 제스 : 미우 미우의 여성 이야기"라는 단편입니다.


영화 처음 나오는 경고를 보며 기발하고 엉뚱한 작품이겠구나 충분히 짐작했고,

단편도 잘 만드는 감독이라 기대했고, 기대한 대로 잘 만들었어요.

역시 로르바커는 의미도 충분히 담아가며 자기만의 색감을 입힐 줄 아는 감독이었어요.


그러다 영화명의 미우 미우가 명품 브랜드명인 걸 알았습니다.

역시나 미우 미우 채널 제공 영화더군요.

전 세계 인지도 있는 여성 감독들에게 제작비를 대고 이미지 광고하는 영화였습니다.

졸지에 로르바커 감독님은 CF감독이 되어버린 것이죠.


이 단편을 보니까, 로르바커 감독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조금은 배반감, 실망감을 느끼기도 하고, 왜 디즈니에서 영화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하고.

결론은, 주식 투기로 떼돈 벌면서 경제 정의를 설파하는 평론가 같다는 느낌? (예가 적절치 않긴 해도)

예술은 사회적 맥락에서 감상하고 해석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굳어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 작품은, 이어령은 틀렸고, 김수영이 옳다는 증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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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2 Lowchain232  
이거 보니까 켄 로치가 빅맥 광고 찍었던 거 생각나네요.
당시 생활고가 있었고 마이크 리가 자본가들 돈 강탈할 기회야라고 찍으라고 추천했다는데, 로치는 아직도 후회한다고...
15 Harrum  
다른 분도 아니고 켄 로치 감독님이라 놀랍지만, 이해가 됩니다.
근데, 켄 로치와 빅맥, 어울릴까요?
마이크 리 감독님은 참나, 크크크
오늘 이걸 검색하며 놀아봐야겠어요.
S 컷과송  
영화에서 사회적 맥락을 말하는 것은 지적 위선이나 자기 만족이라고 지적한 평론가도 있는데....
요즘 누가 영화에서 사회적 맥락을 말하는 사람이 있나요?
다들 유행에 휩싸인 마녀사냥식 PC주의나 언급할 뿐이지요.
오늘 미션 임파서블 극장에서 보면서 사회적 맥락이나 AI 철학을 상기한
저 스스로도 제가 아재 라떼가 아닌가 뒤돌아볼 때가 있습니다.
15 Harrum  
양자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는 공식을 발견하고도 그 원리를 설명 못 하던 물리학자들이 이런 말을 했다죠
"닥치고 계산!"
그 유명한 폴 디랙조차도 그랬답니다.
양자 움직임을 유일하게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인 수학으로 증명하면 그만이라는 발상.
지금도 수학으로 증명만 끝내면 그만이라는 일부 물리학자 진영이 있습니다.

이 어이없음이 누구에게 향해야 할까요?
그 평론가들은 기업에서 짭짤한 스폰을 받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