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소녀와 성냥공장 소녀

영화이야기

성냥팔이 소녀와 성냥공장 소녀


(남이 읽어주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혼자>의 마지막 글을 맺어야 하는데 봐야 할 영화와 책이 많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최근 제 발목을 잡은 영화가 시네마테크 기획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들입니다.

이미 다 본 영화지만 몰아서 큰 화면으로 다시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 속의 인물들은 보헤미안들이고 그들은 머무르는 자리를 벗어나려고 합니다. 경제, 사회적 상황이 그들은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천국의 그림자>, <오징어 노동조합>, <아리엘>을 보면 바다너머 새로운 땅을 찾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것이 실패하면 <죄와 벌>, <성냥공장 소녀>처럼 법의 처벌을 받거나 <햄릿, 장사를 떠나다>, <보헤미안의 삶>, <유하>처럼 죽음으로 끝을 맺기도 합니다.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를 연상케하는 무표정한 얼굴과 손의 클로즈업, 오즈 야스지로와 떠올리는 낮은 앵글의 시선, 그리고 필름 누아르를 변형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고다르와도 유사성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키 카우리스마키 고유의 인장 같은 장면들이 있습니다. 카우리스마키의 주인공들은 항상 뻑치기를 당하고, 담배를 서로 주고 받으며, TV보다 라디오를 선호하고 술에 쩔어있으며 주크 박스 음악을 즐깁니다.


주크 박스 기계가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이 <성냥공장 소녀>입니다. 덴마크의 동화에 등장하는 성냥팔이 소녀는 추운 겨울 사람들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성냥불에 의지하다 차갑게 얼어죽습니다.

하지만 성냥공장에서 일하는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그렇게 수동적으로 죽음을 맞이하지 않습니다. 부모의 학대와 원치 않는 임신, 남자의 배신 속에서 그녀는 어떤 결단을 합니다.


주크 박스가 있는 방에서 음악을 켰을 때 흐르는 곡은 레니게이드의 'cadillac'입니다. 두근거리는 드럼 솔로로 음악이 시작되자 성냥공장 소녀는 차분히 앉아서 담배에 불을 붙입니다.

분노의 찬 그녀가 어떤 계획을 세우는 걸까요? 쇼트가 바뀌면 초록의 당구대가 보이고 소녀는 저 한구석에 외롭게 앉아 있습니다. 그녀의 고독, 그녀의 분노가 느껴지는 명장면입니다.


영화를 보다가 문득,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클로드 샤브롤의 <비올레트 노지에르>(1978)를 보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장률 감독은 <망종>(2005)을 만들면서 이 영화를 참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네요. 세 영화 속의 여성의 모습이 너무 유사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Well, my baby drove up in a brand new Cadillac
My baby drove up in a brand new Cadillac
She ain't never ever comin' back

Baby, baby, baby please, can't you see I'm on my bended knees?
Your heart's so cold that it's gonna freeze?
All right now, let me hear you say it

No, no, no, no. no

Well, my baby drove up in a brand new Cadillac
My baby drove up in a brand new, brand new Cadillac
She ain't never ever comin' back

Come on now

Suck it to you're daddy

Someway I drove off to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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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20 암수  
아키 감독 영화는 보고 나면 울림이 있습니다..
삶의 애환..탈출..뿜어내는 하드락..때론 째즈..엄청 퍼마셔대는 술... 짐 자무쉬감독과 함께 영화속 인물들 담배는 완전 꼴초....
무심하고 시크한 인물들..
한편도 놓치고 싶지 않은 영화들입니다..
암수님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뭔가요? 저는 <아리엘>이 여전히 제일 좋고 별로 안좋아했던 <보헤미안의 삶>은 다시보니 피크닉 씬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네요.
20 암수  
글쎄요..일단 그의 장편중 아직 안보고 영상 쟁여놓고 본다본다하는 작품이 <천국의 그림자><어둠은 걷히고><유하><황혼의 빛><희망의 건너편>입니다...
그의 최전성기는 80년대 후반~90년대 초중반 정도까지인데..그의 대표작들은 본지 20년도 지나서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네요..
다만 <아리엘><성냥공장 소녀>등 그의 지독하게 염세적인 작품들이 소시민의 아픔과 더불어 희한하게 어울리는 톡소는 유머가 간혹 있어 좋아라 합니다...
<레닌그라드 카우보이>시리즈는 가벼워서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과거가 없는 남자><햄릿 사업에 나서다>도 아주 좋더군요...
머 결론은 그의 작품은 한편도 빼놓을 작품은 없다는 것입니다..
15 Har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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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Har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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