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뤽 고다르와 존 카사베츠: 현대 영화의 두 거목 8부

영화이야기

장 뤽 고다르와 존 카사베츠: 현대 영화의 두 거목 8부

      장 뤽 고다르와 존 카사베츠는 

   ‘비연속적, 불연속적 이미지 관계들의 현실화’를 

  구현했다. 그들은 보는 이에게 낯선 감각을 제공하면서 

  영화에 새로운 차원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고다르가 영화의 ‘기법’을 비틀(1960년대 한정)거나 

    창조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활력을 선보였다면

    카사베츠는 고다르보다 원초적인 수단을 쓰면서 

    이를 달성했다.


     “카사베테스 영화의 ‘신체에 바탕을 둔 의미창출’은 

    개념적 혹은 분석적으로 영화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활동하고 충돌하는 신체들의 정돈되지 않고, 예측불가능하고, 

    돌출적인 움직임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살아있는 얼굴표정을 통해, 

    이따금씩 유별난 몸짓을 통해, 그리고 기복이 심하게 변화하는 

    어조를 통해 창출된다. 신체에 바탕을 두고 동작에 

    바탕을 둔 이런 부류의 앎은 개념적인 분석을 거부한다.“


                                          레이 카니


      카사베츠는 즉흥적으로 대본이나 대사를 쓰지는 않았지만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는 어떤 자율성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카사베츠는 결코, 배우에게 이런 식으로 대사를 

     처리하라고 지시하지 않았고, 대사의 처리를 철저하게 각 배우의 

     해석에 맡겼다. 또한 카사베츠는 배우의 동작이 

     카메라 앵글, 조명 등 영화의 장치들에 의해 제한되지 않게 했다.

     카사베츠는 영화의 구도적 완성도가 아니라

     배우의 생생한 연기를 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그 결과, 카사베츠 영화의 이미지는 불완전함을 넘어서

     매우 낯선 느낌을 제공한다. 


       카사베츠 영화에서 배우의 생생하고 폭발적인 모습은 

      배우의 신체적 표현을 강조하는 이미지들에서 잘 볼 수 있다.


          “Faces”에서 다음 씬들을 보자.


           이 씬들에서는 남자가 수면제를 많이 먹은 여자의 목숨을

       구해서 이들이 끈끈하게 맺어(?)지는 관계가 나온다. 

         

          이 씬들에서 특이하고 낯선 감각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수면제를 먹고 뻗었지만 남자의 도움을 받아 

       일어난다는 여자의 설정과 그 여자를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가

       언밸런스하게 충돌한다는 것에 있다.     

      

           해당 여자를 연기하는 여 배우의 모습은 실제로 

         매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그것은 여 배우가 수면제를 먹었기 때문이 아니라

         남 배우에게 신체적 가학을 당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남자는 여자를 깨우기 위해 찬물 샤워 세례를

         퍼붓고, 찬물을 억지로 입속에 퍼 먹이고, 여자의 목구멍에 

         손을 넣어 구토를 유발하고, 여자에게 불꽃 싸대기를 날린다.

         아래 장면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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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실제로 수면제를 먹지 않았던 여배우가 

       이런 고문을 받으면서 그 신체적 상황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특히 여배우가 불꽃 싸대기를 맞고 머리를 감싸면서

       흐느끼는 장면들을 봐라.

       여기서 나오는 눈물은 어디까지나 여배우가 너무 아파서 그러는 

       것이지, 깊은 수면에서 깨어난 감동(?)의 눈물로 볼 수 없다.

       카사베츠는 이렇게 실질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는

       여 배우의 모습을 강조한다. 아래 장면들처럼 말이다.


          뺨을 맞은 여배우가 아파서 울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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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식하게 구토를 유발시키려고 했던 남배우 때문에 호흡이 곤란해져 기침하는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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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물 샤워 세례 때문에 추위에 떠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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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신체적 가학을 당하고 고통 받는 이미지가 강조된 

     여 배우의 모습은 영화의 설정(수면에서 깨어나는 여자의 모습)과 

     상당한 균열을 일으켜 낯선 느낌을 제공한다. 

     보는 이가 이 씬들에서 기대하는 것과

     다른 이미지들이 선보이기 때문이다. 

     보는 이는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 구출 되야하는

     여자 캐릭터의 이미지를 기대하거나 예상하지, 

     (오히려) 구출 받는 과정에서 고통 받는 실제 여 배우의 

     모습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카사베츠 영화에서 보이는 

    극의 흐름과 그리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신체적 모습을 

    강조한 연출은 영화의 다른 면에서 강조되야 할 

    이미지의 모습과 더 없이 부합되는 원동력이 된다.


       아래 장면을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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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미지는 위에서 분석한 씬들의 

        이미지와 달리 극의 상황과 매우 잘 어울린다. 

        여자가 남자와 끈끈하게 (?) 맺어지는 과정에서

        여자가 남자를 쳐다보는 표정을 봐라.

        이 표정은 남자에 대한 여자의 사랑을 묘사한 것이다.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 눈물범벅이 된 눈망울로

        남자를 지긋이 보는 여자의 모습은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절망적인 상황을 벗어나 구원을 받아 환희에 찬 듯한 사람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강렬한 느낌이 들 수 있던 이유는 극의 상황에 앞서

여 배우의 실제 신체적 리듬의 변화를 반영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여 배우는 앞서 언급한 대로 처절하게 신체적 고통을 받고 괴로워하다가 

이 고통이 어느 정도 가실 무렵 얼굴에 묘한 생기(?)가 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극’ 에서 죽다 살아나서 남자를 좋아하게 된 여자 캐릭터의 모습과 매우 잘 어울린다.


  만약 여 배우의 고통받는 신체적 모습을 강조 안 하고 위의 이미지를 보였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여 배우가 고통 받는 모습을 줄이고 

  적당히 남자의 구호 조치에 일어난 모습을 보인 다음, 

   위의 이미지를 보였다면 이 강렬한 이미지는 

   보는 이에게 이미지 관계에 대한 비약을 발생시키는 단계에서 그쳤을 것이다. 

    보는 이는 여 배우가 ‘실제’로도 질질 짜면서 

  거의 죽다 살아난 고통을 겪는 듯한 과정을 봤기 때문에 

  위 장면에서 눈물범벅이 된 여자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이는 이전 글에서 말했던 육체적 진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 배우의 신체적 리듬을 강력하게 연결했기 때문에 

  이 이미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망적인 상황을 벗어나 

  구원을 받아 환희에 찬 듯한 사람을 연상시킨다.  

  

    필자는 카사베츠 연구의 가히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긴 

  레이 카니를 매우 존경한다. 그런데 필자가 레이 카니와 

  다소 다른 의견은 카사베츠 영화에서 보이는 신체에 바탕을 

  이미지는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는 하지만 보는 이에게 강렬한 

  설득력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말이다.


      균열을 만들지만 그러면서도 통합(찰나의 순간이지만)을 선보이는 것이 카사베츠 

영화에서 보이는 신체 연출의 진정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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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S 이니지오  
잘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13 oO지온Oo  
보면서 이해가 잘 되는 재밌는 글이었네요.
여배우 이름이 린 카를린.. 인 듯 한데 각종 가해를 받는 장면에 고생하신 듯 합니다.(아니면 말고 ㅎ)
2 cocor  
저는 연기는 상황과 역할맞게만 하면된다고 생각해서...ㅠ 저렇게 까지 해도 차이점을 못느끼는 사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