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수상 결과가 나왔네요

영화이야기

칸 영화제 수상 결과가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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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회 칸 영화제 결과가 나왔습니다. 작년에 코로나 팬더믹으로 한 해 거르고 열린 탓에 밀려있던 쟁쟁한 작품들이 많아서 어느 해보다 기대가 많았던 영화제였습니다.

기자들이 매기는 평점에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메모리아>, 레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가 높았고 그 뒤로 아쉬가르 파라디의 <영웅>, 폴 버호벤의 <베네데타>가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기대했던 웨스 앤더슨이나 칸이 사랑하는 브루노 뒤몽, 난니 모레티의 신작은 낮은 점수를 받아서 화제성에서 사라져 '고향 앞으로~' 외치며 짐을 쌌나보네요.

처음에는 <어떤 가족>, <기생충>에 이어 3년 연속 아시아 영화가 그랑프리를 수상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일본의 <드라이브 마이 카>, 태국의 <메모리아>, 이란의 <영웅> 같은 작품이 평점이 높았으니까요.

아니면 개최국인 프랑스가 오랜만에 그랑프리를 거머쥘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개막작인 레오 카락스의 <아네트>의 언론 반응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프랑스의 신예 여성 감독인 줄리아 뒤코나우의 공포 영화 <티탄>이 받았습니다. 배우를 해도 될만큼 아리땁고 젊은 여자 감독이 그것도 두 번째 작품으로 그랑프리를 차지하니 벌써부터 pc가 작동했니 뭐니 말이 많지만 직접 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죠.

줄리아 뒤코나우는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알고 계실 겁니다, 2017년 작인 <로우>가 국내에 개봉되었으니까요. 식인과 좀비의 소재가 섞인 영화라는데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네이버 영화에 올라와 있으니 보실 분들은 찾아서 보시길..).

암튼 공포영화 팬들은 아리 에스터, 조던 필, 로버트 에거스와 함께 또 하나의 아트 호러에 재능있는 인재를 챙기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화면에 빨간 색이 많이 나오면 싫어지네요.. 살색이 많으면 예나 지금이나 좋은데..) 


그런데 심사위원장 스파이크 리 감독이 자신의 화려한 패션에 몰두하다 깜빡한 탓인지 그랑프리를 먼저 호명하는 바람에 시상식 서스펜스가 사라졌다는 후문입니다. 뒤늦게 '내가 왜 그랬을까'하고 후회를 했다는데 올해 아카데미에서도 영화제 연출을 맡은 스티븐 소더버그가 한번 튀어 볼려고 작품상, 뒤에 남우주연상을 배치해서 극적 효과를 노리다가 똥망을 했는데... 코로나 탓인지 다들 뭔가 들떠 있는 듯 합니다.


한 해 그르고 시상식을 해서 그런지 주요 부문인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은 나눠먹기 식이 되어 공동 수상이 나왔습니다.


심사위원 대상은 내가 싫어하는 아쉬가르 파라디가 받았습니다. 원래 미워하는 놈이 잘되는 법이죠. 꾸역 꾸역 상을 잘 챙기네요. 공동 수상을 한 주호 쿠오스마넨 감독은 핀란드 감독인데 저는 이 사람 영화 본게 없네요.


감독상은 프랑스의 괴짜 감독 레오 까락스. 영화 시사회 때 우뢰 같은 기립 박수를 받있습니다. 무슨 락필이 있는지 이 시국에 시사회장 안에서 담배를 쳐피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같으면 인터넷 선비들이 가루가 되도록 씹었을텐데.. 저 나라에서는 예술가의 애교로 봐주고 넘어갑니다. 수상 직후 기자 회견 때도 난데 없이 오줌 좀 누고 올거라면서 자리를 뜨기도 했답니다.

<퐁네프의 다리>를 만들 때 젊은 감독이 세월이 흐르다 보니 방광이 많이 약해진 탓이겠지요. 암튼 <아네트>는 정말 보고 싶네요


일본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는 예전에 피겨에서 일본이 아사다 마오를 띄우듯이 주목하고 있는 감독입니다. 사실 실력도 좋구요. <해피 아워>, <아사코> 같은 영화를 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최근에는 선배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 <스파이의 아내>의 각본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자신이 만든 <드라이브 마이 카>는 원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입니다.

이걸 세 시간의 분량으로 만들면서 자신의 색깔로 바꾸었습니다. 영화제 초반에 언론 평가가 엄청 좋아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이거 이창동의 <버닝> 꼴나는게 아냐?'  이창동의 <버닝>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개작해서 칸에서 초반에 호평을 받다가 결과는 기술상만 받았지요.

나쁜 예상은 항상 맞는 법. 결과는 각본상(엄밀하게는 각색상)에 그쳤네요. 나름 그랑프리를 기대했는데 물먹는 하마가 되버린 하마구치. 그래도 가장 기대가 되는 젊은 감독입니다.


그저그런 영화를 만드는 요아킴 트리에는 여우 주연상을 여배우에게 받쳤고 저스틴 커젤 감독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남우 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쓰리 빌보드>에서 약삭빠른 광고 대행업자 연기를 한 젊은 배우로 처음 그를 봤습니다. '어, 저거 물건이네..' 했는데 상을 일찍 타네요. 그만큼 재주가 좋은가 봅니다.

그런데 말재주는 없는지 수상 소감 자리에서 넋빠진 얼굴로 커스틴 존스 감독에게 생큐를 몇 번 날리다가 약기운이 뻗쳤는지 '퍽'이라 씨부렁거리다가 자리를 뜹니다.

애가 정상은 아닌 듯하니, 화장실 들락거리는 레오 카락스랑 쿵짝이 맞을 것 같은데.. 둘이 거기서 마리화나 한 대 같이 빨 느낌이 듭니다.


 심사위원상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나디브 라피드가 공동 수상을 했습니다.

아피찻퐁 감독의 작품은 늘 기대가 되는 감독입니다. 전주 영화제에 출품한 5분짜리 단편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이번에 만든 <메모리아>는 꼭 봐야 할 영화로 메모해놓았습니다.

한편 이스라엘의 신예 나다브 라피드는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시너님스>를 보고 이 감독이 앞으로 영화제에 자주 이름이 거론될 감독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씨네스트에 <시너님스>도 번역되어 올라왔으면 합니다.


명예상은 칸에서 일곱 번 물을 먹은 마르코 벨로치오 감독이 받았습니다. 이렇게 위대한 감독도 못 알아 보는게 영화제니..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소방 표어 교훈을 되새기며 상 못탄 영화 무시하지 말고 잘 챙겨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번 부국제에서 위에 소개된 영화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국내 영화사들은 몇 편의 영화를 수입했는지 궁금하네요.


아래는 수상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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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 <티탄> (줄리아 뒤코나우 감독)

 

심사위원대상: <영웅>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 <컴파트먼트 넘버6> (주호 쿠오스마넨 감독)

- 공동수상

 

감독상: <아네트> (레오 까락스 감독)

 

각본상: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타카마사 오에

 

여우주연상: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요아킴 트리에 감독) - 르나르 라인제브

 

남우주연상: <니트램> (저스틴 커젤 감독) - 케일럽 랜드리 존스

 

심사위원상: <아헤드의 무릎> (나다브 라피드 감독), <메모리아>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 공동수상


명예황금종려상: 마르코 벨로치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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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Comments
12 Harrum  
덕분에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깐느보다는 님의 글에 활력이 느껴저서 좋습니다.
아쉬가르 파라디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감독인데 다행히 상을 받았군요.  물론 아직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만한 작품이 또 나오진 않았지만.
유난히 오래전 노땅감독들의 이름들이 많이 눈에 띄네요.  언제적 레오 까락스, 난니 모레띠, 폴 버호벤 인지.
이왕이면 젊은 신예감독이 대상을 수상하여 새로운 등장을 하는게 낫겠지요.  그런 결과가 나왔군요.
영화 문외한인데 '레오 까락스'감독은 들어본 것 같습니다. ^^ㅋ
어느 깐느 리포트보다 재밌네요...
글 한번 참 맛깔나게 쓰시네요. 깐느 소식 이렇게 알아갑니다.
어서 개봉하면 좋겠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몸은 잘 추수리고 계시는 궁금합니다
부디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계획들 잘 이루시기 바랍니다
S 암수  
현장에 계셨습니까? 아주 생생하다 못해 활어처럼 팔딱팔딱 뛰는듯하네요...
영화제 단골 감독들이 주로 포진한 가운데 종려상의 뒤코나우 감독과 주호 감독은 첨 듣는 분들인데...
작품들이 기대되네요...
까락스 이양반은 은퇴한 듯 하면 간혹 한작품씩 기습적으로 내놓는군요..
버호벤옹도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네요...얼마전 룻거하우어옹 타계했을때 버호벤옹을 한번 떠올려봤습니다..
벨로치오옹도 80대 중반인데 65년작 "호주머니의 손"으로 혜성과 같이 등장하시고 아직도 왕성하게 작품활동하시네요..
하얀 리본, 트리 오브 라이프 같은 드라마 영화나 디판, 어느 가족, 다니엘 블레이크 시절 같은 사회의 맹점, 민낯을 다룬 때와 다르게
장르, 메타 영화가 연속으로 황금종려상을 타낸 게 굉장히 주목할 부분이라고 생각돼요.
폴 버호벤은 평점 괜찮은 거 보니까 심사위원들이랑 취향 대강 잘 맞았으면 탈 수도 있었을 것 같네요.

봉준호, 박찬욱은 다들 외국에서 일하시고 계시고 앞으로 경쟁에 갈 만한 재목이 안 보여서 아쉽게 느껴지네요.
이창동 옹은 최근에 단편영화 공개 앞두고 계신 것 같던데 내용이 궁금해져요.
윤단비, 홍의정, 윤가은... 이 세분이 앞으로 차기작을 (잘 개성을 발전하고 확립시킬 수 있는지)
주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티탄 보고싶네요.
네이버에 있는 줄리아 뒤코나우의 영화는 2017년작 '로우(날것);입니다.
본문 괄호에서 말하고 있는 네이버에 있다는 영화는 당연히 <로우>입니다. <티탄>은 이제 칸에서 소개되었는데 벌써 네이버 시리즈온에 올라 올 일은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