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호장룡을 다시 보고..(내용 있음)

영화이야기

와호장룡을 다시 보고..(내용 있음)

1 조영대 1 3173 0
1.
극장 개봉때 보고 다시 봤는데, 어떻게 처음보다도 찐한 감동이... 엔딩 부분에선 목까지 메이고. 그래 나, 아직 감정이 메마르지 않았어. ㅠ.ㅠ 다시 보게된 직접적 이유는 마지막 용(장지이)의 뛰어 내리는 부분이 생각났기 때문이랍니다. 그 때 좀 이해가 안가서리. 


2.
처음 봤을 때는 화려한 액션씬과 아름다운 배경이 눈에 들어왔지요. 손만 뻗으면 수퍼맨처럼 날아가는(발이라도 구르지) 메이드 인 중국 허풍에 저역시 한방에 날아가버린 기억이 생생하고, 몇몇 경공술 장면에선 줄(와이어) 때문에 공중에서 발만 허둥대는 것같아 조금 아쉽긴 했으나, 일찌기 이 영화처럼 화려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무술 장면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배경 또한 월매나 아름다웠습니까. 용(장지이)과 호(장진)가 '나잡아 봐라' 하고 뛰어다니는 광활한 사막, 호가 용에게 다시 만나자고 전설로 뻥치는 장면(호!, 임마 이것 땜에 나중에 용이 죽잖아), 병풍에서나 봄직한 산하의 풍경은 정말 환상 그 자체.

이제 다시 보니 각 인물의 상호 관계들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리무바이-수련, 리무바이-용, 수련-용, 용-호, 용-푸른 여우. 무협 영화를 통해 우리네 인생 얘기(사랑, 증오, 배신)를 들려주네요. 훌륭하도다, 이안이여.


3.
배우들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이연걸 대신 주윤발을 캐스팅한것은 최상의 선택. 무술이야 주윤발이 이연걸 허벅지에도 못따라가겠지만, 극중에서 요구되는 중후함로 치자면 이연걸이 주윤발 장딴지라도 따라오겠습니까. 어차피 무림의 절정 고수라면 화려한 액션이 아닌, 자그마한 몸놀림과 분위기로도 상대방을 압도하겠죠. 

양자경의 무술 실력은 정말 일품이네요. 저같이 무술의 ㅁ자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정말 대단함이 느껴집니다. 장지이와 대결하는 장면에선 칼들이 마치 그녀 팔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하는데, 특히 장창을 휘드를 때 꺽여지는 창의 곡선이 매혹적입니다. 올림픽 체조 선수하면 딱이겠네.

장지이, '이보다 더 배역이 맞을 순 없다' 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과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앞날이 창창할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열심히해, 내 밀어주께.

장진도 괜찮네요. 훗, 진짜 마적단같이 생긴게.


4.
대나무숲, 주윤발과 장지이의 대결, 정말 아름답죠. 강함으로 대적하려는 장지이를 부드러운 대나무 위에서 여유롭게 물리치는 주윤발, 유(柔)함이 강(强)함을 이긴다는걸 보여주는 거겠죠. 주윤발의 청명검 역시 그 강함속에 부드러움을 포함하였기에 무적의 보검이 아닐까요. 그 서늘한 느낌속에 들어있는 팅~~하는 부드러움.


5.
오늘의 하일라이트, 엔딩 부분을 이야기 해보죠. 애절한 음악속에 끝없이 추락하는 용. 왜 용은 죽음을 택하였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앞에 있는 사람 우짜라고.) 영화 중간 부분, 호(장진)와의 대화에서 그 이유가 나오는군요. 호가 한 말을 제 버전으로 옮겨 보죠. (하여튼 중국넘들 뻥은...)

용~. 우리에겐 이런 전설이 있어. 저 산에서 용감히 뛰어 내리는 자, 신이 그 소원을 들어준다고. 옛날에 한 젊은이가 살았어. 그런데 어버이가 병으로 고생하시자, 저 산에서 뛰어 내린겨. 죽었을까? 아냐, 요옹~. 죽긴 커녕, 쥐뿔도 안다친겨. 그냥 어디론가 걍 떠내려갔을뿐,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헉, 이거 죽었단 소리 아냐?) 그는 알았던겨. 자기의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는걸. 용, 네가 진정 믿는다면, 우리 소원 이루어질겨. 이런 말도 있잖아. "진심으로 열망하면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진다고" 

극중 용(장지이)을 보면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못 길들여졌다는게 맞을지도. 잘못된 사부를 만나서일까요. 그녀는 리무바이(주윤발)와 수련(양자경)의 진심어린 호의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결국 마지막 그들의 진심을 깨달았을땐, 이미 너무 늦어버렸고. 그 때 얼마나 미안하고 또 좌절했을까요. 거기에 강제결혼이긴 하지만, 부모의 뜻을 거역했다는 점도 그녀에게 큰 죄책감을 불러 일으켰겠죠. 이런 모든 감정이 그녀로 하여금 산에서 뛰어 내리게 했을 것입니다. 자기가 저지른 모든 죄과를 속죄하고, 자신을 얽누르는 관습에서도 벗어나면서, 내세에서나마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행복해야돼,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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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윤주호  
  옛날 극장에서 할 때 봤죠... 그땐 나오면서 막 짜증을 냈는데 ㅡ,.ㅡ.. ㅋ 그 이유는 역시 조영대님께서 쓰신 대로 짜증나는 허풍 액션때문이었죠.. 유치한 걸 좀 싫어했었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그런 영화를 볼 수 있는 자세가 안되었다고나 할까 ㅡ,.ㅡ.. 어째뜬.. 평 잘 읽었구요. 조만간에 다시 봐 볼 생각입니다 ㅎㅎ.. 조영대님이 정리해주신 이야기 기억해 가면서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