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미학의 꽃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영화이야기

폭력 미학의 꽃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1 고대현 6 3214 7
블럭버스터 라 불림은 자본과.스타. 그리고 각종 미디어를 이용한 현란한 광고라 할수 있겠죠..

오늘 소개할 영화는 이 모든것과는 궤를 달리하지만 결코 관과할수 없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라는 영화입니다.

6천만원 짜리 초저예산이고...

감독: 류승환 또한 가방끈 짧고, 정식으로 영화입문 코스를 밟지도 않았으며,
너무 솔직하게도 성룡과 이소룡의 영화를 사랑한다고말하는 순수한 영화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하나의 온전한 장편이 아니라, 각각 제작 시기를 달리하는 네편의 단편을 모아놓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4개의 독립된 단편 에피소드를 누가 봐도 모르게 하나의 완벽한 장편으로 엮어져있어 그 구성력이 매우 치밀합니다..

400만원 남짓한 제작비로 1부 패싸움을 먼저 만들고,그걸로 상받고. 뒤이어 장선우 감독이 나쁜 영화란 영화를 찍을때 남은 필름을 얻어 다른 단편을 만들고, 그걸로 또 상받고. 그래서 제작사의 도움으로 간신히 장편 데뷔하고...

사실 말이 6천만원이지. 단적비연수 나 비천무 같은 한국영화에서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할
쓰레기 영화들이 몇십억을 쏫아 붙는거에 비하면
경이로운 절약정신이 아닐 수 없읍니다..

만일 류승완에게 충분한 제작비를 쥐어줬다면. 좀 더 깨끗하고 세련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나왔을까?,
아니면 주제넘거나 혹은 밥맛없거나 한 영화가 나왔을까?
어쨌든 결과론이지만 류승완에게 있어 6천만원은 다른 그 어떤 영화보다 훌륭하게 쓰여졌읍니다.

네개의 단편은 각각 패싸움, 악몽, 현대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읍니다.

패싸움에 관한 이야기이며, 또 악몽에 관한 이야기이며,
현대인에 관한 이야기이고, 결국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한삶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헤집고 다니는 인물들은 때로는
거칠게 저항하고, 때로는 고분고분 순응하며
그 삶에 안주하는 법을배웁니다.

엄밀히 말해서 안주는 아니고, 바닥에 얼굴을 묻는 법을 배우는 건데.
쿨하다는듯 세상이 보기 싫어 얼굴을 돌리는 것이라기보다 세상의 무게에
짓눌려 얼굴을 묻는 것에 가깝죠. 얼마나 안쓰러운가. 고개만 들면 바로
저기에 젖과 꿀이 흐르는 환락의 강이 있는데. 네온사인의 열기가 내 몸을달구고 있지 안은가..

스토리를 조금 이야기 하자면..

1부 패싸움은. 주인공 성빈과 석환의 고교시절을 그립니다.
당구장 주인이 증언하듯 요즘 고딩들은
(특히 3년내내 대가리 숙이고 얌전빼는인문고 아이들이 아닌 공고,예고 아이들)
때때로 위악한 존재가 된다....?

정말 악감정이 있어서 대드는 것은 아닐테고, 지들끼리 그렇게도 아웅다웅하는 것은 아닐터인데.
한번 시작하면 기어코 피를 보고야 맙니다.
나이들면 다 잊을 자존심이 제일원칙이 되고, 궁색해지면 다 모습을 감출 친구 놈이 싸움의 발단이 돼죠.
그니까, 우정에 강한 놈만 피를 보는거고!감정조절 못하는 순수덩어리들만 x돼는 거다!?..

패싸움이 끝나고 나면?..길고 긴 어둠만 남는다.

2부 악몽은. 그닥 영양가는 없는 에피소드지만 주제는 또렷..
잠결에 일어나 식당 창밖으로 본 현수귀신의 몰골이 진정 악몽일까.
그에게는 "19살에 사람죽이고 빵에 갔다온" 자신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악몽이며, 허울뿐인 아버지란 존재의 호통이 악몽이며, 가족들의 동정이
악몽이고, 잠재적 범죄욕구를 감시하기 위해 따라붙는 형사가 악몽이고,
그의 손찌검이 악몽이다. 무엇보다도 그를 이 악몽 속에 밀어넣은 친구
석환의 냉대가 악몽이다. 현수귀신의 몰골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란거다.

3부 현대인은. 건달과 형사의 이야기. 생긴걸로 보아하니 건달과
형사는 털끝 차이다. 석환은 본인 스스로 지가 양아친지 형산지 구분이
안된다 하고, 건달은 지 스스로 양아치가 아니라 하고. 둘이 치고받고 달리는
모습을 보면 이게 쫓기는 건달인지 쫓는 형산지, 양아치들 지네끼리
세력다툼하는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죽어라고 쫓고 죽어라고 도망친다.
그러는 와중에 교차편집된 그들의 인터뷰 장면. 대한민국에서 돈도 빽도
없는 개털이 범털 틈에서 살아남으려면 건달이 되거나 공무원이 되거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둘 중 하나라는거지. 현대인의 삶이란...
그리도 단순한거란다.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였다.

4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제목과 접해있는만큼. 가장 극단적입니다.
건달을 꿈꾸어 건달밑에 들어가 칼받이가되는 형사의 동생. 그 분을 못이겨 건달을
죽여버리는 형사. 그리고 그 형사는 눈을 파이고. 가장 비극적인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컬러의 물을 싹빼고 흑백촬영된 탓인지 상환이 죽는 장면 따위에서는
감성을 집요하게 자극합니다. 그래도 마음이 아파옴... 홍콩느와르의 정서를
고대로 가져온 잔인함, 그리고 처절함...

칼받이가 돼 사시미에 난자됀 배를 부여잡구 형을 부루는 그장면..소름이 끼칩니다.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친구? 비교도 안됍니다...
개인적으로 전 이 영화에 손을 들어 주고 싶군요..

요즘 뜨고있는 류승범이 이 영화에 나온다는걸 아는 사람은 별로없겠죠.(참고로: 류승범은 감독 류승환의 친동생)

요즘 조폭 영화가 판을 치구 수만은 애들이 조폭을 꿈꾼다는데..
이 영화를 보면 그런 마음이 싹 없어질걸요...

조금은 거칠지만 그러나 다른한편으로는..

살아 숨쉬는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요즘 류 감독은 전도연을 데리고 영화를 찍는다는데..
부디 자본에 타락하지말고 그 순수함을 고히 간직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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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박재영  
6천만원으로 만든거엿구낭... 제가듣기론 2천만원인줄알앗는뒈^^; 근대 죽거나혹은나쁘거나 초저예산으로 만들엇지만 다른영화못지안게.. 잘만든영화같아요 갠적으로생각해서
1 김성집  
전 욕이랑 목딸이 가장 인상 깊던데..^^;;역시 류승완은 깡패 연기가 짱..진짜 동네 양아치 같음--
1 박재영  
류승완은감독 형이랍니다 ㅡ,.ㅡ  류승범이 연기겸배우죠.. ㅎㅎ
1 겐시로  
한국영화 이정도는 되야......
1 늑대  
재미없던데.. 재미잇께 본사람들이 많구나..
1 강태욱  
재미보다는 시도아닐까요 ^^;;그리고  타란티노를 연상케 하는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 요즘 류승범 신들린 연기 덕분에 드라마 잘보고 있는데요.이 영화  류승범이란 좋은 배우를 발굴한것 만으로 가치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