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 얘기 들었어?
철수: 무슨 얘기?
수진: 내 머리 속에 지우개가 있다고...

수진: 우리 헤어지자.
철수: 무슨 소리야?

수진: 자기 말이 맞았어. 영원히 행복할 수는 없는 거야.
철수: 대체 뭔 소리야?

 

수진: 알잖아?... 다 끝난 거야. 기억이 사라지는데 행복이 무슨 소용이고 결혼은 또 뭐야.

다 잊어버릴텐데. 나한테 잘해 줄 필요 없어. 난 다 까먹을 거야.

 

철수: 내가 대신 다 기억해 줄게. 나 머리 좋잖아? 건축사 시험도 한 번에 딱~ 붙고.

수진: 자기는 너무 자신만만해.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철수:  그런 건 안 잊어먹는구만?
수진: 그걸 어떻게 잊어버려. 못 됐어.
철수: 곧 치료법이 나올 거야.

수진:  부모를 잃었어, 나라를 잃었어? 울긴 왜 울어?

그냥 나만 가면 돼. 나 보내주라. 응?
 

철수: 한판 해야지? 내기 할까?

철수: 야, 씨! 왜 울어! 엉? 내가 다 기억해준다니까?

내가 있잖아! 다 잊어버리면 내가... 짠, 하고나타나는 거야.

철수: 이렇게... 엉? 새로 꼬시는 거야.

니가 안 넘어오고 배겨? 매일 새로 시작하는 거야.  죽이지?평생 연애만 하구.

수진: 흥, 누가 넘어간대? 괜히 삽질하지 말구,

우리 이렇게 행복할 때 잊어버리는 거야. 알았지?

 

수진: 난 곧 모든걸 잊어버리게 될 거야. 자기가 내 옆에 있어도 왜 있는지 모르게 된다구!

 내 머리 속엔 자기가 없는 거야! 나도 없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기억이 사라지면, 영혼도 사라지는 거야...나 무서워!...

 

철수: 영혼이 왜 사라져? 일어나. 다 나한테 맡겨. 알았지?

내가 니 머리고 니 마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