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The Classic)에서 반딧불이

영화이야기

클래식(The Classic)에서 반딧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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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렷을 적에 살던 시골 논두렁에서 여름 밤에, 검은 비단위에 뿌려놓은 보석처럼 반짝이던 반딧불이가 기억납니다. 그땐 그냥 "반딧불"이라고 불렀는 데, 언젠가부터 "반딧불이"가 표준말이 되었더군요. 옛날에 반딧불이 잡아서 밤에 공부했다던 엄마의 말씀을 듣고 밤새 잡으러 다녀서 유리병에 채웠던 기억이 납니다. 형설지공이라는 한자성어를 배운 것은 한참 후에서였습니다.

다른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처럼 영화 클래식에서 반딧불이는 아련한 고향의 향수를,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을, 그리고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중요한 소재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가진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서 아름답고, 환상적인 존재로 그려지게 마련입니다. 그 정도가 지나쳐 반딧불이가 가지는 생물학적인 한계를 넘어선다고 해도, 미소를 지으면서 넘어가고 싶은 장면이 가끔 나옵니다. 사실 아무리 과학적, 생물학적으로는 옥의 티라고 하더라도, 아름다운 과장은 얼마든지 더 보고 싶기도 합니다.

괜히 딴지 걸어 봅니다. 그냥 흠.... 모르면 더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그냥 알아도 뭐.. 빙긋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을테니까.

1. 반딧불이는 밤에 반짝이는 것을 보면, 정말 너무 아름답습니다. 정신없이 논두렁으로 첨벙첨벙들어가 잡고 싶고, 신발이 물에 젖는 것도 모를만큼. 그런데 가까이서 보면 그냥 작은 바퀴벌레처럼 조금은 징그럽기까지한 벌레입니다. 아마 왠만한 여자분들은 손에 올려놓기 쉽지 않을 만큼. 두손으로  곱게 쥐고 있는 주희는 강한 여고생입니다. -.-

2. 반딧불이는 성충이 되어 빛을 발하기 시작한 후의 수명이 2주정도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클래식에서처럼 여름에 잡은 반딧불이가 여름방학이 지나고 가을 학예회를 할 때까지 살아 있지는 못합니다. 병에 넣고 그냥 두면, 아마 하루 이틀도 살지 못합니다. 제가 많이 해보아서 압니다. 병에 반쯤 채운 반딧불이로도 책 읽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더군요. 옛날 말들 과장 심한 것을 많습니다. ^^; 뭐 그런 약한 불빛으로도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는 거겠지요. 병에 채운 반딧불이들이 다음날 밝은 햇살아래 징그러운 모습으로 죽어있는 것을 보는 건 별로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3. 클래식에 보면, 반딧불이가 등장하는 장면이 세군데 정도 나오는 데, 처음 주희와 준하가 여름 밤에 개울 다릿가에서 잡을 때, 주희가 준하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비오는 집밖에서 기다리는 준하를 그냥 창문으로 보고만 있을 때, 마지막으로 지혜와 상민이 예전에 엄마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다리에서 잡을 때 입니다. 두번째를 제외한 첫번째와 세번째 장면에서는 반딧불이가 반짝, 반짝이지 않습니다. 그냥 전원들어간 발광 다이오우드처럼 연속적으로 항상 빛을 발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반딧불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전구처럼 반짝반짝합니다. 2-3초 간격정도 될려나. 물론 영화에서는 예쁜 빛송이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게 훨씬 분위기가 있어 보이기는 합니다. 감독도 그래서 그런 연출을 한 것이겠지요.

반딧불이. 아마 요즘은 농약등의 영향으로 잘 보기 힘들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 그 보다도 여름철에 고향에 가보지 못한 지가 너무 오래입니다. 뭘 그리 바쁘다고 명절에만 잠깐 눈도장찍고 나오는 지... 개구리 울음소리 시끄러운 여름 날, 은하수를 머리 위에 두고, 반딧불이 잡으러 돌아 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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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김아람  
  잘아신당;
1 비트문  
  오오.. 그렇군요.. 연출과 실제가 다르다니..
1 이영웅  
  나랑 같이 촌에사셨었나보당,,, ㅋㅋㅋ 지는유 촌넘이에유
1 이영웅  
  어릴때 정말 많이 봤어요.감히 잡을수 없어서 보고만 있었죠^^
1 김창현  
  잡았을때 그렇게 징그럽다는 생각은 안들었던것 같은데..^^아무튼 좋은 정보네요..
1 성기용  
  이것도 혹시 옥의티인가...처음에 손예진이 책을 들고 올라가는데..계단 올라가기전에는 빨간색책이 밑에서 두번째인가 있는데...계단을 올라오고 나서는 책의 위치가 변해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