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정재승씨가 쓴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의 내용입니다.. 사서보세요

영화이야기

이거 정재승씨가 쓴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의 내용입니다.. 사서보세요

1 imuzic 0 3923 4

>이 글은 1999년도에 쓰여진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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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른하늘에서 돌벼락 맞을 확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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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지구 멸망설이 대두되는 요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의 하나. 지국가 소행성이나 혜성과 충돌할 확률이 얼마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값이 정확히 얼마인가가 아니라, 소행성 충돌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 확률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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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은 노스트라다무스를 미롯한 세계적인 미래 예언가들이 한결같은 목소리로 종말을 예고한 해다. 그러다 보니 정초부터 종말론에 관한 책들이 앞다투어 출판되고, TV에서도 인류 종말을 다룬 특집 프로그램들이 여럿 선을 보였다.
>  1999년 올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왜 하필 1999년일까?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다보면 이런 문제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게 되는데, 그떄마다 어김없이 거론되는 멸망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소행성과의 충돌'이다.
>  소행성 또는 혜성과의 충돌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시나리오가 사람들의 머리속에 각인된 데에는 1998년 전 세계를 강타한 영화 두 편,<딥 임팩트>와 <아마겟돈>이 한몴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전까지는 그런 이야기들을 쉽게 접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들어본 사람들도 황당하고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만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이 보여준 사실적인 지구 충돌 묘사는 소행성과 충돌하면 인류의 미래가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고, 때마침 언론에서도 소행성이나 혜성과의 충돌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과학적인 증거와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  게다가 한창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던 1997년 12월, 영화의 흥행에 도움이 될 만한 아찔한 해프닝이 하나가 발견됐는데, 이 소행성은 2028년 10월 27일 지구에 약 3만 9000km(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10분의 1)까지 접근할 것이며, 만약 궤도의 불안정성이나 계산착오로 인해 지구로 돌진해 올 경우, 핵폭탄으로 이 소행성을 공격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발표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일은 다음날 NASA의 정밀판독 결과 '계산착오'(실제로 100만km)로 판명되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어쨌든 소행성과의 충돌이 엉뚱한 추측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꺠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은 과연 지구가 소행성이나 혜성과 충돌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다. 필자에게도 몇 퍼센트쯤 되는지를 전자우편을 통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1980년 NASA가 후원했던 우주감시 워크숍Space-watch workshop에서 이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전 세계의 10% 이상이 감소하여 문명이 파괴될 정도의 충돌이 1년 안에 일어날 확률은 어느 정도 될까? 1만분의 1 정도라는 주장에서 100만분의 1이라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의견들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NASA는 약 '30만분의 1'로 결론을 내렸다. 이 확률은 1년 안에 일어날 확률이므로, 우리가 앞으로 50년쯤 더 산다면 이 값에다 50을 곱해야 한다.(오래 살수록 소행성과의 충돌로 죽을 확률은 더 높아진다?!)
>  이 정도 확률이라면 굉장히 작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서(?) 참고로 말하자면, 우리가 1년 안에 비행기사고로 죽을 확률은 약 75만분의 1, 또 자동차사고로 죽을 확률은 5000만분의 1이다. 1993년 9월 11일자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Economist>는 소행성 충돌이 일어날 확률은 약 &quot;200만분의 1' 정도라고 보수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으며, '10억 년에 한 번' 정도라는 어느 과학자의 계산결과가 과학저널에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값이 정확히 얼마인가가 아니라, 소행성 충돌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 확률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이 전혀 엉뚱한 시나리오는 아닌 것이다.
>  NASA는 지구의 공전궤도와 겹쳐서 운행하는 태양계의 소행성을 약 32만 개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에서 충돌할 경우 공룡 멸종이나 빙하기 같은 전 지구적 환경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지금 1km 이상의 소행성이 무려 21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지구를 위협하는 혜성이 700여 개나 된다.
>  1989년 3월에는 지구가 불과 6시간 전에 지나간 지점을 지금 1km급 소행성 하나가 통과하기도 했다. 만약 지구가 이 소행성과 충돌했다면,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8000(팔천)배나 되는 큰 폭발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천체물리학자들은 추정한 바 있다.
>  지금까지 지구를 위협한 소행성 중에서 가장 가까이 접근한 녀석은 1994년에 왔던 '1994XM1'이라는 소행성으로, 10만km 다시 말해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4분의 1까지 지구에 접근했었다.
>  이렇게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머리 좋은 소설가들이나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왜 진작부터 소행성과의 충돌이라는 드라마틱한 상황을 그리지 않았을까? 물론 이미 100년 전부터 그런 상황을 다룬 소설들이 있었다. <타임 머신>이나 <투명인간>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H.G. 웰스의 단편소설 <별>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외계 천체와 지구의 충돌을 다룬 소설들의 원형이 되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와일리와 볼머가 공동 집필한 <지구가 충돌할 때(1933)>는 1951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딥 임팩트> 제작 시에 참고한 소설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는 아동용 번역본으로 나와 있는데, 특히 '노아의 방주' 로켓에 사람들과 동식물들을 싣는 장면이 <딥 임팩트>에서는 지하 돔을 만들어 인류의 멸종을 막는다는 설정으로 변형되었다. 1979년에 만들어진 영화 <지구의 대참사Meteor>는 우리나라에도 비디오로 출시돼 있는데, 숀 코네리와 나탈리 우드가 주연으로 나오고 <포세이돈 어드벤쳐Poseidon Adventure(1972)>를 만들었던 로널드 니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하지만 특수효과나 내용면에서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에 비하면 한 수 아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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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한참 하고 나니 문득 오싹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가 이렇게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된 이유도 바로 지구가 소행과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 위치한 칙슐루브라는 곳에서 알바레즈와 그 아들 월터는 지금이 300km나 되는 6500만 년 전에 생긴 분화구를 발견했다. 바다 밑에 있었기 때문에 그 동안 쉽게 발견될 수 없었는데, 분화구의 깊이와 크기를 조사해본 결과 무게 1조 톤, 반지금 10km 정도의 소행성이 초속 20km의 속도로 충돌해서 만들어낸 자국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때의 충격은 핵폭탄 1만 개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1억 4000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멸종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과학자들의 지배적인 생각이다. 만약 공룡이 소행성 충돌로 멸종하지 않았다면 육식 공룡들의 횡포로 인해 인류는 지구에 발붙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  6500만 년 전에 일어난 소행성과의 충돌로 인해 우리는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었는데, 이제 다시 우리의 운명이 소행성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하니 새삼 인간이 거대한 우주에 비하면 작고 무력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  그렇지만 너무 걱정 마시라. NASA에 따르면, 올 9월과 11월(1999년) 소행성 두 개가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20배 정도 궤도를 지나가는 것을 비롯해서, 2020년까지 63개의 소행성이 지구를 스쳐 지나가지만,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20년은 마른하늘에 돌벼락 맞을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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