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로메르의 [사계절 이야기] 계절 연작 각본집이 곧 출간되나 봅니다.
누벨바그의 아버지 에릭 로메르가 포착한 계절의 순간들
에릭 로메르는 “장르의 발명가”라 불릴 정도로, 꾸준한 주제를 특징적인 스타일로 연작에 담아온 영화감독입니다. 소위 누벨바그의 어린 감독들이 앞다투어 개성적인 표식을 만들어 젊음을 영상화할 때, 이미 마흔을 넘긴 아버지였던 로메르는 그다운 젊음의 색채를 유감없이 선보였습니다. 로메르의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골똘히 집중하다가 인상적인 풍광(자연이든 도시든)을 맞닥뜨리며 주변 인물과 서툴게 관계를 맺어나갑니다. 이렇다 할 모험이 그려지지 않아도 모험심 가득한 주인공들이 기대하고 갈등하고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속은 팽팽한 긴장으로 가득 차오르게 됩니다.
인위적인 설정보다는 자연적인 순간이 현재형으로 담겨 있는 로메르 감독의 영화는 노스탤지어를 자극합니다. 초록의 힌트만 군데군데 놓인 봄, 내리쬐는 태양 아래 파도가 굽이치고 바닷바람이 끈적하니 부는 여름, 수확의 목적과 실제를 눈으로 판별하게 되는 가을, 포기하기 쉬운 희망의 한 자락을 한층 붙들게 하는 겨울… 이렇게 순환하는 온도와 습도 속에서 여러 개념들이 엉키고 떠다닙니다. 책에서 얻은 지식과 삶에서 얻은 지혜, 자제와 해방, 우연한 기회와 의지, 사소한 사건과 운명의 낭만과 같은 것들 말이죠. 얼핏 모순으로 보이는 이런 갈등관계들이 흥미롭고도 성가시게 드러나는 발화들을 살피다 보면, 몇 페이지도 지나지 않아 갈무리하기 위해 책갈피나 필기도구를 꺼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요. 요약될 수 없는 분위기와 감정들을 이 한 권의 책으로써 만나보시기를 권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위 텀블벅 사이트 글을 읽어보시면 되겠습니다.^^ 올해로 로메르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이렇게 보기 힘든 진귀한 서적이 나오는군요, 전에 <모드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며 든 생각이 자막 읽느라고 절로 지쳐서 이후론 다시 이 분 영화 탐독할 생각을 못 했는데 문학과 희곡의 형식이 묻어나는 일관된 톤이 있는 만큼, 각본집을 일단 사서 음미해보고 싶네요.
생각했다가 시집을 가져가신 사촌동생도 있으셨다는 사연도
있다니 더 짜쯩나셨겠다는 생각이..ㅠㅠ. 음식은 몰래 몰래 은근슬쩍 챙겨먹어도(?)
소중한 보배인 문학을 갖다가...ㅠㅠ^^
저는 책은 아니지만 아는 어린 친척들이 제 집에 왔다가
제가 예전에 열중해서 수집하던 외국 지폐 리라,달러,프랑 등을 별 것 아닌 종이 그림인 줄 알고 갖고 놀다가
찢어버린 뒤 튀고 나선 뭐 연락도 없습니다..ㅠ (그 애들이나 주변에서나 책이나 영화에 관심이 거의 전무해서
뭘 빌리거나 빼돌리거나 얘기할 사람도 사실 없는..ㅋㅋ)
지나가던 애정의 취미였지만 보다 더 순진했던 제 뒷모습을 생각하니 수집품과 옛날 제 자신의 아쉬움이 교차하네요..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동네 도서관 갔던 때가 언제인가 기억도 희미한데
코로나가 보다 많이 주춤해지면 장롱 대여증 들고 언제 한번 들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