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 (2019) - 이 영화는 이정재의 대사 한마디로 정리가 가능하다. '용이 뱀 됐네'. 중반부까지는 진짜 흥미진진하게 봤는데 영화가 왜 갑자기 삼천포로 빠지는지... 결국 작품의 패착은 가장 근본적인 요소인 '왜'의 결여인 것 같다. 쌍둥이 언니는 왜 날 때부터 악마 취급을 받아 감금됐고, 그간 전혀 유대감이 없었던 동생은 왜 나중에 언니에게 애착을 보이며, 성경도 불경도 아닌 제3의 경서는 뭔데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작위적일 정도로 딱딱 맞아떨어지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고 이것저것 다 넘겨짚으면 제작진 입장에서 러닝타임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작품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근원적인 의문이 해결되지 않아 관객 입장에서 찝찝함과 공허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사바하는 그런 면에서 구성과 전략을 잘못 세운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