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아이들 or 인생유전 (Les enfants du paradis, Children Of Paradise , 1945) BluRay.720p.FLAC.x264 - Public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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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 or 인생유전 (Les enfants du paradis, Children Of Paradise , 1945) BluRay.720p.FLAC.x264 - Public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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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 or 인생유전 (Les Enfants Du Paradis, Children Of Paradise ,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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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르셀 카르네
주연: 아를레티, 장 루이 바로, 피에르 브라소, 마르셀 에랑, 루이 살루, 가스통 모도
음악: 모리스 티를레
촬영: 마크 포사르, 로저 휴베르트
NR / Black & White / 163분 (미국판), 190분
원제: Les Enfants Du Paradis
 
프랑스 영화는 솔직히 말해서 쉽게 봐지지가 않는다. 지금이야 프랑스 영화는 뤽 베송으로 대표되는 속도광들과 무뇌아들이 벌이는 코미디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몇십년전만 해도 알랭 들롱, 장 가뱅으로 대표되는 중절모를 쓴 멋쟁이들과 장 뤽 고다르의 누벨 바그 영화들, 장 비고와 로베르 브레송의 시적인 영화들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예전 프랑스 영화'들을 보면 뭔가 기에 눌려서 잘 보려고 하지 않았던 거 같다. 실제로 보기에 지루했던 영화들도 여럿 있었고. (자크 타티의 윌로씨 4부작이나 로베르 브레송의 <당나귀 발타자르>, 장 뤽 고다르의 <알파빌>, <네 멋대로 해라>, 프랑수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 그 외 등등의 영화들은 잘~ 봤다만 고다르의 <경멸>이나 알랭 레네의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 같은 영화들은 졸면서 봤다.) 그래서 3시간 10분이라는 가공할만한 상영시간을 가진 <천국의 아이들>의 DVD를 향해 손이 간 나 자신이 좀 두려웠다.
 
<천국의 아이들> 하면 한국에선 대부분 이란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생각할 것이다. 그 영화도 굉장히 잘 만든 영화지만, 예고편에서부터 '헐리우드에서 만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대한 응답'이라고 자신있게 말 하는 이 영화도 만만치 않다. 칸 영화제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프랑스 영화로 선정됐고 나치가 점령하고 있었던 파리와 니스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전에 만들어진 그 어떤 프랑스 영화보다도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다고 한다. 유대인이기 때문에 나치의 추적을 받았던 프로덕션 디자이너 알렉상드르 트로네와 음악가인 모리스 티를레는 몸을 숨기고 작업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영화의 상영시간은 3시간 10분, 해방 후에 공개된 이 영화는 무려 54주 동안이나 극장에서 장기상영 됐다. 이렇게 거대한 영화가 전쟁통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가 해방 후엔 공개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 감독은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눠서 개봉했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관객들에게 어떤 스펙터클을 보여주려고 마음먹었는지 범죄의 거리에서 우글거리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난잡한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매춘부 개랑스를 볼 수 있는 '진실의 샘'이 있다. 당시 검열의 문제였는지, 아님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관객들은 개랑스가 매춘 행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없으며 개랑스의 누드 같은 것도 볼 수가 없다. 게다가 솔직히 이런 역을 하려면 젊고 색기 넘치는 여자배우가 해야 할 텐데, 개랑스를 연기한 아를레티는 이 때 쯤엔 나이가 40이 넘어가 있었다. 그녀는 마치 그리스 여신 같은 모습으로 거울을 들고 물 속에 들어가 있는데, 특이한 것은 그녀는 거기서 목 밑까지만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로저 에버트는 이 장면에 대해서 '아를레티가 연기하는 개랑스는 목 밑까지의 진실만을 보여준다'라고 썼다. 그렇다. '범죄의 거리'에서 그녀는 쉽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가 마임 아티스트 뱁티스테의 순수함에 마음이 이끌렸는지도 모른다. 영화를 처음 보면 왜 40이 넘은 아를레티를 세 명의 남자에게 사랑받는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드는데 영화를 보면 '그럴 것도 같군' 하며 깨닫게 된다. 그녀에겐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어떤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뱁티스테에게는 순결한 여인으로, 범죄자 라스네어에겐 그에 걸맞게 냉소적으로 변하는 그녀는 마치 카멜레온 같다. 하지만 뱁티스테를 사랑하는 마음은 끝까지 가지고 간다. (이게 묘하게 언밸런스한 듯..)
 
테리 길리엄은 이 영화가 당시 프랑스의 극장문화를 잘 보여줘서 극장을 좋아하던 자기에게는 딱인 영화라고 인터뷰한 바가 있다. (덧붙여 <바론의 대모험>은 어릴적부터 극장을 좋아했고 <천국의 아이들>에서 묘사된 극장 문화 같은 것을 만들어 보려고 감독한 의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는 자신의 영화는 여러모로 많이 미숙했다고 얘기했지만.) 주인공들 중에서 마임 아티스트와 연극배우가 있어서 그런지 이 영화는 극장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알렉상드르 트로네가 디자인한 극장의 내부는 무성영화 버전의 <오페라의 유령>에서 등장했던 예술적 디자인의 오페라 하우스에 맞먹는다. 그리고 그 곳에서 관객은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연극이 영화가 주는 느낌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뱁티스테의 마임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다가갈 수 없음을 답답해 하는 무언의 고통스러운 몸짓이다. 특히 개랑스와 함께한 연극에서 그의 마임은 그 의도가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나는데, 안타깝게도 그는 그녀를 놓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왜냐하면 1부가 끝나고 2부가 시작되는 그 몇 년의 시간 동안, 그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가 아내와 아들과 같이 보내는 인생에 만족하고 있었다는 것. 그에 반해 개랑스는 그녀에게 반하여 청혼을 한 에드와 드 몽트라 백작과 그리 원치 않은 결혼을 한 상태다. 마침내 진심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났을 때, 불꽃은 다시 타오른다. 뱁티스테는 개랑스를 잊으려고 노력했고 잠시나마 행복했다. 하지만 개랑스를 만나는 순간, 결혼을 통한 가족의 형성으로 느껴진 행복감은 개랑스를 만나기 전까지 필요했던 행복감의 대용물인 것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영화는 의외로 차갑다. 범죄자인 라스네어의 질문에 대답하는 개랑스의 말처럼.
 
"그는 단지 내가 자길 계속 사랑한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것 뿐이에요."
 
영화는 차가운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인물들과의 관계도 조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부조화를 이룬다. 어떤 이는 증오하는 동시에 애정을 갖고 있고 어떤 이는 오직 애정만을 갈구하며 어떤 이는 친구를 좋아하지만 동시에 그를 다시 사랑의 비극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 영화에 낭만이란 없으며,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대사마저도 너무 멋져서 (시인인 자크 플로베르가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하나의 시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은 이 영화는 마치 셰익스피어의 비극같다. 동시에 18세기 파리의 냉소적 풍경이기도 하고.
 
"희극이지만 원하시면 비극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용은 항상 똑같아요. 달라져 봤자 조금이죠. 왕이 배반을 당한다면 그건 간통으로 인한 비극이죠. 아내로 인한 것이 아닌... 만일 당신과 나 같은 불쌍한 악당들이 배반을 당한다면 그건 비극이 아니라 희극 내지는 부정한 남편의 안타까운 이야기요."
 
이 영화가 멋지다고 느낀 지점은 바로 엔딩 장면에서였다. 범죄의 거리가 재등장하고, 개랑스는 자신이 한 남자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닌가 싶어 미련 없이 떠나버린다. 뱁티스테는 개랑스가 탄 마차를 뒤쫓으려 하지만 하필 그 때 거리는 축제를 하는 중이라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뱁티스테는 앞으로 나아가질 못 한다. 그는 애타게 개랑스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마차에 탄 개랑스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그저 앞만 바라본다. So Cool! 너무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 영화가 더욱 슬퍼진다. 어쩌면 배드 엔딩이면서 뱁티스테란 인물에겐 해피 엔딩일 수도 있다. 자신의 가정이 해체될 것 같지는 않으니까...
 
<천국의 아이들>은 1950년대를 넘어서면서 프랑스의 '젊은' 평론가들에게 다시 거론될 때 온갖 비판을 다 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무대 위로 올려져 상연하는 연극이 아닌 일상생활 같은 생생함을 원했었다는 것이다. (영화가 니들 입맛대로 턱턱 되는 줄 아냐!?) 하지만 뭐가 어떻건 간에 영화는 '위대한 프랑스 영화'가 됐고, 90년대 들어서면서 프린트도 복원되기 시작해 이제는 많은 이들이 보고 같이 공감할 수 잇게 되었다. 그리고 내겐, '졸면서 보지 않은 프랑스 영화'로서 당당히 리스트에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P.S. - 알렉상드르 트로네는 세트를 만들 때 약간의 속임수를 썼다고 합니다. 원근법과 인간의 눈을 통한 속임수라고나 할까요.. 범죄의 거리에 존재하는 건물들과 마차는 난쟁이들이 모는 미니 사이즈의 마차, 난쟁이만한 사이즈의 미니어처 건물들도 섞여진 것이라는데.. 솔직히 눈으로 보면 구별이 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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