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미사 - 인상적이고 묵직한 드라마 (스포일러 주의)

드라마 이야기

어둠 속의 미사 - 인상적이고 묵직한 드라마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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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미사 - 인상적이고 묵직한 드라마 (스포일러 주의)
https://www.imdb.com/title/tt1057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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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종교, 구원, 용서, 희생, 자유, (광신/독단에 사로잡히기 쉽고 유혹에 약하다는 의미에서의) 인간의 연약함 등 인간의 존재론적 조건에 해당하는 무거운 주제들을 드라마틱하면서도 지적으로 다룬 아주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폴과 에린의 죽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감독은 (종교에 기대지 말고) 자유주의적인 미덕들과 인간의 유한성과의 적극적 화해라는 (범신론적) 자연주의적인 삶의 윤리와 감각을 가지고 살아가라고 감상자들을 아주 잘 유혹했습니다. 다만 설정과 스토리 전개에 무리가 있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천사가 아니라 뱀파이어라는 것이 너무나 명백한데도 - 어떤 천사가 건강과 젊음을 되찾게 해주는 자신의 혈액을 [강제로] 선물로 제공하면서 '단 태양빛에 몸을 노출하면 순식간에 몸이 재가 된다'는 제한을 가할까요? 게다가 민간전승으로서의 뱀파이어 설화와 판박이로 사태가 전개됩니다 - 그걸 막판에나 깨닫게 된다는 설정이 그렇고 그 뱀파이어를 그 섬마을까지 데려올 수 있을 가능성이, 9/11 이후라면 특히나 더, 제로라는 점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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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우린 죽으면 어떻게 되는데, 에린?

에린: 자신의 경우를 말해?

폴: 너 자신의 경우를 말해봐

에린: 나 자신
나 자신
그게 문제야
이 전부를 관통하는 문제지
자신이라는 단어
자신
그건 맞는 단어가 아니야
그건 아니야
틀렸어
그걸 어떻게 잊었지?
그 사실을 언제 잊었지?
육체의 세포가 하나씩 멈추지만
뇌는 계속해서 뉴런을 발사해
속에 불꽃놀이를 품은
작은 번개처럼
절망하거나 두려워질 줄 알았지만
전혀 못 느껴
아무것도
너무 바쁘거든
그 순간에 기억하느라 바빠
당연하지
내 몸안의 모든 원자가
별에서 만들어진 게 기억나
이 물질, 이 몸은
결국 대부분 빈 공간이었어
고체인 부분?
그건 그저 아주 천천히 진동하는
에너지야, 나라는 건 없어
원래 없었어
내 몸 안의 전자가
몸 아래 있는 땅의 전자와
섞이고 춤을 추고
난 더는 숨을 쉬지 않아
그리고 기억이 나는 거야
땅과 자신을 구분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내가 에너지라는 걸 기억하지
추억이 아니라
자신이 아니라
내 이름, 성격, 선택
전부 내가 생겨난 후에 생겼어
난 그 모든 것의 전과 후에 있어
나머지는 그림일 뿐이야
도중에 주운 그림들
죽어가는 내 뇌 조직에 새겨진
찰나의 꿈 조각들이야
난 그 사이를 뛰어다니는 번개야
내가 뉴런을 발사하는 에너지고
난 돌아가고 있어
기억하는 것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있어
마치 바다에 다시 떨어지는
물 한 방울과 같지
언제나 일부였던 바다
모든 게 세상의 일부고
우리 모두 세상의 일부야
너, 나, 내 예쁜 딸
내 엄마와 아빠
여기 살았던 누구든
식물, 동물, 원자 모두
별이든 은하계든 전부
바닷가의 모래알보다
우주엔 은하계가 더 많아
우리가 '신'을 말할 때
바로 그걸 말하는 거야
단 하나
우주와 우주의 무한한 꿈
우린 우주 자신을 꿈꾸는 우주야
내가 매번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건
단순한 꿈일 뿐이지
근데 이 사실을 잊을 거야
항상 그랬으니까
난 꿈을 기억 못 하잖아
이제 모든 걸 기억한 그 순간에
바로 그 순간에
난 한 번에 모든 걸 이해해
시간은 없어, 죽음도 없어
인생은 꿈이야
바람(wish)이야
빌고 또 비는 바람, 영원토록
난 그 모든 것이야
내가 모든 것이고 내가 전부야
나는 곧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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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9 큐담  
제목은 잊었었는데.. 저두 저 대사를 따로 저장해 뒀던 기억이 이제야 나네요 ㅎㅎㅎ
21 zzang76  
평점이 높은거 같은데 재밌나보네요? 잘보고 갑니다
4 쿠키짱  
재밌게 본 드라마 입니다. 다만 초반부가 좀 장황해서 잘 버텨야 한다는 점이 벽입니다.
그래도 후반부의 서사는 이 드마라를 본건 후회하지 않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