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하는 폐쇄공간, You'll Never Find Me, 2023

영화감상평

질식하는 폐쇄공간, You'll Never Find Me, 2023

13 리시츠키 8 25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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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Directors    Josiah Allen, Indianna Bell


그야말로 저예산. 단 두 명의 인물과 그리고 트레일러 하나를 가지고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그렇다고 연출 솜씨마저 저예산인 것은 아닙니다.

몇년전 상찬받던 프렌치 호러식의, 피범벅, 위압감, 그러테스크함, 살인의 어떤 모호함 그리고 그걸 메우는 과장된 사운드의 텅 빈 기표의

자극적이고 과시적인 단순한 연출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긴호흡의 장면들과 쇼트와 쇼트의 매치컷 사이의 긴장감,

그리고 그 쇼트 안에서 밖에서 긴장의 레이어를 입체적으로 포개넣는 사운드와 조명의 연출들로서,

말하자면 피 한방울 없이도 극도의 폐쇄적인 긴장감을 자아낼 수 있다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물론 피 몇 방울은 나오지만서도).

편집도 훌룡합니다. 편집의 핵심은 시선의 이동인데, 영화 초반, 인물의 시선과 그에따라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은 텅 빈 공간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텅 빈 공간은 문자 그대로의 텅 빈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들에는 무언가 일어난 것이 있었다는 일어날 수도 있다는,

그러나 보이지는 않는다는 부재, 그 부재를 채우는 외화면의 빗소리와 번개의 번쩍임, 그것들로서 채워지는 공간의 미장센들입니다.

그것은 텅 빈 공간으로 존재하는 공포인 것입니다. 특히 영화 속 문의 이미지는 계속해서 반복해서 보여지는데,

그 문 밖의 외화면은 영화 끝날 때까지 결코 보여주지 않습니다. 미스테리로서 공간의 내부를 질식하게 합니다.

영화는 오직 두 인물만이 등장인물의 전부인데, 그 두 인물 간의 편집의 관계에서도 그것은 동일합니다.

서로에 대한 탐색과 거짓말, 그리고 의심스런 정황들은 그 진위를 결코 알려주지 않습니다.

단지 유추를 통해서만 짐작하게 할 뿐이죠. 그렇기에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로 커팅된다해도 그 긴장감은 팽팽하게 유지됩니다.

진위를 모르기에, 한 인물의 쇼트에서 그 밖의 외화면은 진위의 부재로 둘러싸인 공포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인, 후반부 정전이 된 내부, 그냥 검은 화면 하나만을 띄워놓고 노인이 죄의식의 기억들을 읊조리기만 하는 장면은,

그 단순하면서도 대범하고 영리한 연출은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영화는 수미쌍관의 구조로서, 그 폐쇄적인 트레일러 안에서 한 인물의 죄의식을 악몽으로 돌고돌게 만듭니다.

그래서 결국, 영화의 디제시스 속 등장인물은 두 명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인물의 독백 내지는 환상인 것으로 밝혀집니다.

아무도 이 남자의 트레일러에 입장한 사람이 없는 것이죠 *LMDb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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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37 하늘사탕  
페쇄 공간이라는 환경 자체가 공포심을 유발하는덴 최고의 여건이죠
13 리시츠키  
글죠. 그걸 또 카메라로 잘 보여주는 게 쉽지않은데, 이 영화는 그걸 참 잘했다 싶더라구요.
17 oO지온Oo  
앗.................................................. ㅡㅡ;;;;;;;;;;;;;;;;;;;;;
스포 포함이라는 경고문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포 포함이라는 글자가 스크린샷 끄트머리에 위치함으로 인해서 잘 보이지 않았고.. ㅎㅎㅎㅎㅎ

(스포 관련 앞쪽 문장은 안 보였음) ,,,,,, [다.] ......... 라는 글자를 리시츠키 님이 오타 쓴 것으로 생각했뜸. ㅋㅋㅋ

스포가 걍 스포가 아니고 정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스포였네요. ㅋㅋㅋㅋㅋㅋㅋ

13 리시츠키  
앗.... ㅋㅋ 쏘리욤 (저 글자가 왜 저 위로 갔을까... 저도 영문을 모르겠음 ㅎㅎ)

근데 영화 무척 괜찮은 거 같더라구요.
결말이 다소 싱거울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장면들이 정말 숨막히게 잘 찍은거 같더라구요.
안보셨음, 추천!!
4 Williams  
이런 영화들을 볼 수가 없어서 너무 슬프네요.
공포 영화는 좋아하는데 점프스케어를 견딜 수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ㅜㅜ
점프스케어가 뭔지 몰랐는데, 잧아보았습니다.
요 영화에는 그런 갑작스런 놀래킴은 없습니다.
배우 두 명이 나와서 심리게임을 하고,
그 팽팽한 긴장감을 공간과 카메라로 긴장감을 만드는 영화라 보셔도 무방할듯하네요~

글고 안 보셔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습니다. 슬퍼하지 마세요~
4 Williams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공포물들을 좋아해서... 서스펜스는 즐기거든요
점프스케어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보겠습니다 ㅎㅎ
저도 호러영화, 스릴러, 느와르 이렇게 참 좋아합니다.
이 영화는, 저는 무척 재밌게 봤지만,
(사실은 영화 언어적인 어떤게 좋았지만)
다른분들에게는 재미없을 수도 있습니다 ㅜㅜ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