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1984

영화감상평

원더우먼 1984

21 박해원 21 6711 1

전작에 비해 우아하거나 고상한 맛은 좀 바랬지만 스케일이나 메시지 부분에선 발전한 게 눈에 띄었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로 한창 갑갑한 시기를 보내고 있던 우리에게 단비와도 같은 작품.

영화가 턱 틔인 자연풍광과 시원한 액션, 아바타삘 웅장한 음악으로 스타트를 끊더니 이윽고 쌈마이 돋는 80년대로 전환되어 당시의 화려함과 들뜸이 훅 다가왔다. 물론 수퍼히어로들의 영향으로 미래가 변했는지 80년대 특유의 디스코라던지 사각사각하고 엉성한 세트 등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적합했다.

이후 작품은 전세계를 누비며 관객을 대리만족시켜준다. 그때마다 신나게 따라오는 액션은 덤. 스케일 돋는 CG와 특수효과 및 감성소구의 콜라보는 감동스러울 지경이었고 기상천외한 동작과 마셜아츠의 가미는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특히 후반부 슈퍼맨 코스프레 및 구름사다리 씬은 '이게 뭐라고 감동이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메시지 부분에선 어찌 보면 타성에 젖은 20세기형 교훈일지도 모르지만 거짓이 만연하는 현재엔 오히려 더 와닿고 진하게 가슴을 울리는 아이템이 아닐까 한다.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 진짜배기 격언엔 미사여구도, 긴 말도 필요없다. 영화가 이 부분을 사뭇 표현도 잘 했고ㅎㅎ

물론 아쉬운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우선 2시간 반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 세부묘사의 누락이 가끔씩 눈에 들어왔는데 DC 작품으로서 차마 3시간을 넘길 수 없다는 마인드가 낳은 편집의 폐해가 아닌가 한다. 감정선이 끊길 정도는 아니지만 나중에 곱씹어 생각해봐야 개연성이 사는 부분이 더러 있어서ㅋㅋ 그리고 이건 한국 특인데 자막ㅡㅡ 와, 무슨 90년대 비디오용 영화도 아니고 뭔 생략을 이렇게 많이 해놨대. 그리고 왜 혼자서 뜻을 유추하며 소설을 쓰고 있습니까? 자막러로서 그런 자아도취는 엄청 위험하거든요? 이래서는 디테일한 의미 전달도 못하고 감동도 퇴색시키고... 자막 단 양반은 영화를 다시 보세요. 이게 2020년 자막이라니 미치겠다.

뭐... 왈가왈부는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론 만족스러웠다. DC는 원더우먼이라는 프렌차이즈에게 감사해야 한다ㅋㅋ 20세기에 슈퍼맨, 배트맨이 있었다면 21세기엔 원더우먼이 그 자릴 대신할 수 있으니까. (아치에너미로선 조커가 그 정도 위치려나?) 아무튼... 이 시국에 개봉해줘서 고맙고 닫혀있던 눈과 귀를 뚫어주며 양념으로 감동까지 선사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한 걸 보니 이제 속편은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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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Comments
6 메호르  
자막 퀄이 엄청난가보네요. 혹시 그 어벤저스의 그 분이 자막을 하신건지.. ㅋㅋ
21 박해원  
아마... 그런 거 같습니다. 찾아볼 가치를 못느껴서 검색도 안해봤는데... 그 정도 급이었던 거 같네요
6 메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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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박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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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메호르  
우선은 최소한 극장에서 내려갈 즈음에 섭씬에는 올리려구요. 안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극장 인원이 적은데 지금 올리면 금방 퍼져나가고 직접적인 수익에 타격을 줄 수 있으니까요. ^^
2 AEEE  
혹시 자막에서 생략이나 소설이라고 하신 부분의 예를 좀 들어주실 수 있나요. 궁금하네요
21 박해원  
네, 기억나는 것만 언급하자면
'열에 하나는 맞아떨어져. 후하게 쳐줘서 다섯중에 하나려나?' 비스무리한 대사에서 '후하게'부터 싹 빠졌구요.
'나같은 사람(People like me)은 처음부터 기회가 없어'가 원문에 가까운 문장을 '나는 원래부터 기회가 없었어'라고 해놨고
앞에서 대화하면서 아름답다는 말이 나왔기로서니 맨 마지막에 'So many things...'라고 읊조리며 여운과 여지를 남기는 장면에서
'모든 것이 아름다워.' 하고 퉁쳐버립니다. 이쯤되면 포괄적인 걸 넘어서서 눈가리고 아웅 수준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애당초 So many things가 '모든 것'도 아니잖아요. 더 웃긴 건 그 후에 꼭 넣어야 할 'See you around' 부분은 아예 생략돼 버립니다ㅡㅡ
극의 흐름상 반드시 들어가야 할 대사인데 이건 또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해서 뺐나 보네요. 이 얼마나 편리한 제작 방식인가요ㅎㅎ
2 AEEE  
진짜 쉴드가 불가능한 수준이네요
6 메호르  
박지훈이나 이런 사람들보면 대강 감으로 번역해버리는게 많더라구요. 가령 원숭이와 노란색 두 가지가 언급되면 원숭이는 바나나를 좋아하지 이런식으로 자의적 확대 번역을 해버리거나, 원숭이는 노랗게 잘 익은 바나나를 좋아한다를 원숭이가 좋아하는 바나나 이렇게 축소 번역을 하는 경우가 많죠.
그나마 이건 오역에 비하면 착합니다만...

영화 번역가들의 가장 큰 문제는
전체 스토리의 흐름에 맞는 번역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거라고 생각해요.
21 박해원  
에혀... 이런 사람이 번역가라고... 2017년경 아쉬운 영화속 의·오역이라고 블로그 포스팅한 게 있는데요. 당시엔 박지훈 씨 작품(?)인지도 몰랐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빼박이네요. https://blog.naver.com/sbs3827/220997003697 시대 잘 만나서 2008년 당시엔 구설수에 안올랐지만 그 시대도 언젠가는 심판을 내리는 거 같습니다.
1 시리엔  
아... 또 자막이... 한 건 했군요...
21 박해원  
그저 한숨만...
3 behappy  
그 유명한..... '실력보다 인맥'으로 오역을 하는 그 유명한 오역가가 오역한 영화 맞습니다. 그 분의 화려한 오역 리스트에 올라가는 영광을 이 영화도 누리고 있지요....
근데, 디즈니 코리아나 워너 코리아 지사장들은 정말 이 분한테 뭔 말못할 이상한(?) 영상이라도 잡혀있는거랍니까??? 기초적인 영어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사람 오역에 대해 파악하고도 남았을텐데 왜 계속 영화번역을 맡기지요???
디즈니 코리아와 워너 코리아에 제대로 영어하는 사람이 없나??????
21 박해원  
야인시대의 시라소니 역으로 유명한 조상구 배우도 타이타닉같은 대작의 자막을 맡은 바 있습니다. 출연 작품을 잘 못만날 뿐이지 참 끼가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근데 박지훈 이 사람은 전업 번역가라는 양반이 거지발싸개같이 번역만 하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죠. 마블만 회쳐놓으면 될걸 결국 DC까지 건드리네요. 안그래도 욕먹고 있는 프렌차이즈인데... 모르겠어요. 어른들의 사정이 얼마나 깊고 심각한지... 쩝.
6 메호르  
여태까지 파악한 박지훈 씨를 계속 쓰는 이유는
배급사에서 자막의 완성도에 관심이 크지 않아 하루라도 빨리 자막 만들어주는 걸 선호한다는 것
해왔던 사람에게 인맥으로 맡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두 가지라고 봅니다.
6 메호르  
과거에도 나왔지만
심지어 미드는 아마추어 번역가들의 자막을 훔쳐 쓴 상황도 있었습니다. 영상에 대한 저작권이 그들에게 있어 그렇게 훔쳐써도 어떻게 할 수도 없죠.
21 박해원  
이 정도면 무식이 풍년이고 철면피가 로보캅 수준이네요
1 에라키  
자막의 중요성은 다들 잘 아실텐데 왜...
1 baby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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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박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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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aby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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