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봉관의 추억 - A Fistful of Dynamite(석양의 갱들)

영화감상평

재개봉관의 추억 - A Fistful of Dynamite(석양의 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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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까마득하게 먼 옛날인 고 3 때 재개봉관에서 동시상영하는 두 편의 영화 중에서 한 편이었었던 영화를 우연한 기회에 PC를 통해 보게 됐다.

 참으로 인상 깊게 본 영화라서 지금도 이따금 뇌리에 떠오르곤 하는 영화인데 희미하고 어설픈 기억으로는 로드 스타이거가 연기한 후안을 리 마빈이 연기한 것으로 착각했었지만 지금 다시 한번 보게 되니 로드 스타이거이고 공동주연을 한 인물이 제임스 코번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됐다.

 이 영화의 배경은 멕시코 혁명이 한창이던 20세기 초의 멕시코다.

 한 다스에 가까운, 십대와 이십대의 아들들을 거느리고 있는 멕시코의 무식한 농부인 후안 미란다(로드 스타이거 분)는 농민들이 곤궁에 처한 상황에서 아들들과 함께 떼강도가 되어 살인과 강도 행각을 일삼으며 오로지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단순하고 탐욕적인 성격의 인물이다.

 아일랜드에서 IRA로서 혁명운동을 하다가 고문에 못 이겨 가게에서 자신을 경찰에게 밀고하는 동료와 경찰을 사살하고 멕시코로 도주해 온 션(본명은 존 말로리 : 제임스 코번 분)은 모터 사이클을 타고 가다가 우연히 후안의 패거리에게 발견되는데 션이 폭탄 취급 전문가라는 것을 알게 된 후안은 그를 동업자로 삼아서 자신의 평생 소원인 은행 강도를 해서 일확천금을 할 꿈에 사로잡혀서 션을 놓아주지 않는다.

 통성명을 하면서 션은 후안에게 자기의 이름을 말하지만 생소해서 잘 알아듣지 못하자 흔한 이름인 존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후안은 스페인어인 후안이 영어로는 존이라서 유일한 공통성을 느끼며 좋아한다. 

 결국 후안은 가족들과 함께 션의 도움을 받아서 메사 베르데 국립은행을 털게 되지만 은행의 창고에는 돈은 한푼도 없고 잔뜩 수용돼 있는 정치범들만 풀어 주게 되는데 은행은 이미 한 달 전에 돈은 다른 곳으로 빼 돌리고 정치범들을 수용하는 감옥이 돼 있었던 것이다. 션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국제적인 혁명 운동에 후안의 가족들을 이용한 것이다. 결국 이 때문에 후안은 뜻밖에 혁명의 영웅이 되고 정부군이 집요하게 추격하는 표적이 되고 만다.

 그러나 후안의 목표는 여전히 돈이었고 신변이 위태로워진 멕시코를 탈출하여 꿈의 나라인 미국으로 가서 션과 함께 은행을 털어서 일확천금을 하여 부자가 되어 쾌락 속에 일생을 보내는 것이었다.

 후안이 멕시코의 지도를 베개삼아 깔고 눕자 션은 그가 나라를 깔고 누워 있다며 부패하고 포악한 위정자들과 지주들이 다스리고 있는 멕시코에는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후안은 자신의 나라는 자신과 가족들이라고 대꾸하며 지식인들이 무지하고 가난한 자들에게 모든 것을 바꿀 때가 됐다고 부추기면서 자신들은 탁자에 가만히 앉아서 얘기나 하고 먹기나 하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은 다 죽게 되는 게 당신들의 혁명이라며 혁명 이야기에 진저리를 친다.

 무식하지만 현명한 현실주의자가 혁명의 아이러니와 이데올로기의 허망함을 날카롭게 설파한 것으로 세르지오 레오네의 지론을 후안의 입을 빌어 대신 말한 것이리라.

 뜻하지 않게 혁명군에 합류한 후안은 그들을 추격하는 군터 루이즈의 정부군을 션과 단둘이 다이너마이트와 기관총으로 몰살하게 되는데 간신히 살아남은 지휘관 군터 루이즈는 망원경으로 두 사람의 인상착의를 파악하여 계속해서 집요하게 뒤쫓게 된다.

 정부군의 복수로 아들들을 모두 잃게 된 후안은 복수심에 사로잡히게 되고 정부군에 사로잡혀서 총살되기 직전에 폭약을 쓴 션의 도움으로 구출되어 션과 함께 열차의 가축칸에 숨어서 미국으로 도주하려고 계획한다.

 달리던 열차는 혁명군들에 의해 정지되고 혁명군과 열차에 탄 정부군의 전투가 시작되는데 수적으로 열세인 정부군의 패색이 완연해지자 열차의 일등칸에 타고 있다가 가축칸으로 숨어 들어온 정부군의 최고위 지도자인 우에르타 장군을, 아들들을 정부군에 의해 잃은 후안이 사살하게 되고 이로 인해 후안은 또 한번 혁명의 영웅이 되고만다.

 정부군의 대공세가 시작되자 션은 군인들을 가득 싣고 추격해 오는 열차에, 노획한 기관차의 앞에 다이너마이트를 매달고 정부군을 실은 열차에 충돌시켜 폭발시킬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션은 이 일의 조력자로 동료들을 밀고하고 살아남은 혁명군의 지도자인 의사를 선택하여 지목한다.

 션은 우연히 혁명군들이 처형될 때 정부군에 사로잡혔지만 처형되지 않은 채로 살아남아서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던 의사를 보게 되고  다시 그 의사가 혁명군의 대열에 살아서 돌아오자 그가 밀고자임을 직감하고 자신이 아일랜드에서 밀고자를 죽이고 이 멕시코로 도주해 왔다는 사실과 그가 밀고자임을 알게 됐다는 것을 기관차에서 단둘이 화실에 석탄을 삽으로 퍼 넣으면서 그 의사에게 말해 준다.

 의사는 고문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동료들을 밀고하게 됐음을 자인하고 자신도 죽일 것인지 묻자 션은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는 않겠다고 말한다. 다이너마이트를 실은 기관차가 정부군의 열차에 충돌하기 전에 션은 기관차에서 뛰어 내리지만 의사는 수치심에 사로잡혀 뛰어내리지 못하고 정부군의 열차와 충돌하여 폭사하는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다시 정부군과 혁명군의 싸움이 시작되고 적극적으로 멕시코의 혁명에 뛰어든 션은 일선에서 권총을 잡고 앞장서다가 군터 루이즈의 총을 맞고 쓰러지고 이를 본 후안은 군터 루이즈를 사살해 버린다.

 후안은 션에게 둘이 미국으로 가서 은행을 털 약속을 저버리고 죽으면 안된다고 떠벌이지만 션은 자신의 총상이 위중해서 죽음이 임박한 것을 알고 폭탄을 터뜨려서 안락사를 선택한다.

 화염이 솟구치는 폭발 현장을 망연자실하게 지켜보는 후안의 시선이 라스트신으로 클로즈업되는데 후안이 마지막으로 읊조리는 독백이 매우 인상적이다. "나는 어떡하라구."

 이 영화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냄새를 잔뜩 풍기고 있지만 실상 마카로니 웨스턴도 아니고 생뚱맞게 번역된 제목처럼 갱들에 대한 얘기도 아니다.

 멕시코 혁명을 시대적 배경으로 해서 아일랜드에서 도피해 온 혁명가와 떼강도의 상습범으로 살아온 무식한 멕시코의 농부가 우연히 만나서 순전한 자의와 순전한 타의로 혁명에 동참하게 되고 결국 후안의 혁명에 대한 진저리를 복선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감독과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으로 명성을 얻은 이 영화의 뒤를 이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백조의 노래이자 불후의 명작이 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더 알찬 결실을 맺게 되는데 "대부"와 함께 갱 영화의 양대산맥이 된 작품이다.

 아무튼 지식인들이 진부하게 외치는 자유니 평등이니 하는 미덕보다 인간의 존엄함이 우선이라는 인도주의 정신을 기저에 깔고 서로 죽고 죽이는 잔인한 대량 살상의 전쟁을 혐오의 눈으로 쳐다보는 제작 의도가 여실히 엿보이는 수작이다.

 인간의 탐욕과 잔학함 등의 추악한 본성을 적라라하게 묘사하고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끈끈한 우정과 가족애, 동지애, 인류애 등의 미덕과 잔악한 독재에의 활화산 같이 끓어 오르는 증오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갈등과 충돌의 시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악의 판이한 두 모습(테러리스트와 떼강도)을 주연으로 내세우면서 그런 인물들을 낳게 한 부조리하고 인명 경시 풍조와 민족 차별, 계급 차별에 찌든 강압적인 제국주의와 독재 정권을 신랄하게 질타하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면 샘 페킨파 감독의 '와일드 번치'를 가장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는데 이 영화도 그에 못지않은 카타르시스와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켜 주는 작품이었다.

 어린 시절, 재개봉관의 추억과 함께 음미한 영화라서 몇 배 더 감동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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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1 o지온o  
호오.. 재밌게 읽었어요.
7 Harrum  
이 영화를 보고 제임스 코번 팬이 되어비린.
어렸을 때 봤지만 그때 받은 감명은 여전히.
정말 옛날에 이수역에 괜찮은 재개봉관이 있어 가끔 들렀던 기억이 나네요.
미처 보지 못했던 명화도 많이 상영했고요.
11 o지온o  
ㅋㅋㅋㅋ 옛날엔 동네마다 알아주는 재개봉관이 있었죠.
언제나 두 편씩.
이수역이라..
저는 금호동입니다. ㅋㅋ
금호동 현대극장, 금호극장을 가장 많이 갔네요.
왕십리 무학극장도..
극장 간판 걸려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 합니다.
대박 그립긴 하네요.
얼만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1500원이었나?
입장료랑 먹을 것 사먹을 돈만 있으면
개 큰 화면으로 몇 시간 죽 치는 것 가능. ㅋ
7 Harrum  
다들 단골이 있었나 보네요. ㅎㅎ
싸고 사람 없어서 좋았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