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Arrival, 2016)
스포일러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왜 컨택트라는, 2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와 같은 제목으로 개봉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영화를 보고나서 풀렸습니다. 영화와 어울리는, 원제목 보다 더 어울리는 제목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언급하시듯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가 저도 생각났습니다. 정체모를 외계생명체와의 갑작스런 조우하면 그 영화가 떠오르는게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고 끝을 향해가면서 머리속에 떠오른 또 하나의 영화가 있었습니다. 다케우치 유코가 출연했던 '지금, 만나러 갑니다'... 네, 전 이 영화를 SF의 탈을 쓴 절절한 드라마로 봤습니다.
감독의 트릭이었지만 초반을 장식한 비극적인 딸의 죽음과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에이미 아담스의 건조한 생활 풍경은 외계 비행선의 전 지구적 출몰을 TV브라운 관을 통해 심드렁하게 주시하는 모습으로 연결되고 언어학자로서 외계인과 조우하게 되는 순간까지 이어집니다. 포스터에서 봤던 거대하고 생경한 이미지의 우주선은 막상 스크린에서는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익숙한 풍경으로 펼처집니다. 덕분에 외계인과의 조우라는 엄청난 사건을 에이미 아담스의 일상의 한 에피소드처럼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결과적으로 전 인류를 위기에서 구해내고 화합(낯간지러운 단어이긴 합니다- -;)을 이끌어낸 영웅이 되지만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보이듯 그녀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각인이 됩니다.
외계인의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얻게된 그녀의 무기 혹은 재능은 미래를 내다보고 현실을 살아가야하는, 축복일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잔인한 선물이었죠. 자신의 피와 살을 나눠준 피붙이의 죽음을 맞닥뜨려야하는 그녀의 미래에 있어서 그 재능은 미래를 바꾸거나 거부할 수 있는 어떠한 기능도 없는 저주이자 미래와 현실을 동시에 살아가는 그녀에겐 죽은 딸을 다시 한 번 만날 수있는 강력한 무기로써 작동합니다.
초반 죽은 딸을 부둥켜안고 '다시 돌아와 다오 아가야...'라고 울부짓던 그녀는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서 다시 한 번 딸과 '컨택트'하기위해 현실을 살아내며 미래로 '만나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가슴 벅찬 감동이아닌 더 비극적이지만 잔잔하고 단호해서 더 가슴 먹먹한 드라마로 저는 기억할것 같습니다...
-외계인의 디자인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시작과 끝이 없는 혹은 같은 회문으로서의 외계문장도 흥미로웠지만 우아하고 세련된 영화 분위기에 비해 상당히 복고적인 모습의 외계인이라 반갑고 친숙하더군요.
-3000년 후에 도움을 받기 위해 인류를 구할 목적으로 방문했다는 외계인의 말이 참 의미심장하게 들렸습니다. 비정상의 정상화 혹은 소중하게 여겼던 가치의 무가치화등이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는 지금 시점에 저 외계인들이 도래했다는게 정말 지금 이 시기가 인류의 중대한 위기의 순간이 아닐까하는 섬찟한 느낌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