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7점] 대니쉬 걸(The Danish Girl, 2015)

영화감상평

[리뷰: 7점] 대니쉬 걸(The Danish Girl, 2015)

28 godELSA 0 2607 2

에디 레드메인의 떨림으로 말하나니.

평점 ★★★☆

 

<대니쉬 걸>. 작년 이맘 때 쯤에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공개되었다. 쟁쟁한 후보 중에서 나는 내심 <폭스캐처>의 스티브 카렐을 의식적으로 응원했지만 상은 ‘에디 레드메인’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예상이 틀린 아쉬움보다는 “받을 사람이 받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몸이 마비되어 음성 지원 프로그램으로 말하는 호킹 박사를 그렇게 생동감 있게 연기할 줄 누가 알았겠나. 훌륭한 연기였다. 하지만 <대니쉬 걸>에서 그는 자신만의 연기의 정점을 찍은 것 같다.

 

일단 그 얘기는 나중으로 미뤄놓자. <대니쉬 걸>의 연출을 맡은 톰 후퍼 감독에 대해서 말하면, 어떤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는 않는다. <킹스 스피치>나 <레미제라블>에서 보였듯이 오롯이 장르의 정공법으로 이야기를 묵직하게 밀고 나간다. 다만, 과대평가가 되고 있다는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클래식’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밋밋하기까지도 한 그의 연출의 굴곡은 지금까지도 단점이다. <대니쉬 걸>은 그런 연출의 장단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대니쉬 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으며 화가 아이너 베게너의 삶을 다루고 있다. 일단 인물 자체가 특수하다. (세계 최초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남성이다.) 톰 후퍼 감독의 정공법은 여기서부터 개입된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깊은 혼란을 가진 ‘아이너’의 내면을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아이나’의 시선을 카메라에 대입하여 직접적으로 화면에 구현해낸다.

 

영화는 그러한 내면의 이미지들을 우아하게 표현해낸다. 포커스 아웃과 클로즈업을 화사하게 사용한 카메라의 기교도 있지만 20세기 유럽의 도회적인 풍경은 이 영화의 고풍미를 더한다. 매끄러운 질감, 화려한 색의 의상과 건축미는 시대의 우아함을 옮겨낼 뿐만 아니라, 그것을 화면에 담아내면서 잡히는 구도는 아름다운 영상미를 뽐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것은 독자적인 요소가 아니라 인물과 연관되어 정서의 효과를 높인다. 실제 인물이 살았던 시대의 실제 도시의 모습을 화면에 구현하면서 영화는 시대의 공기와 당대의 소시민들의 관념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남자와 여자가 확실하게 이분법되어 있는 당대의 성 관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아이너 베게너’의 내면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데 인물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여기서 <캐롤>과 유사점을 지닌다.)

 

그렇게 톰 후퍼 감독은 ‘아이너’라는 캐릭터를 화면 상에 만들어낸다. 하지만 거기에 에디 레드메인의 뛰어난 연기가 더해져서 캐릭터는 마침내 생동감을 가진다. 레드메인은 이중적 자아를 가졌던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눈빛과 몸짓으로만 온전히 표현해내는데, 특히 사소한 떨림만으로도 내면의 무게감을 화면에 옮겨낸다. 에디 레드메인이 없었다면 이 캐릭터를 온전히 소화할 사람이 있었을까 싶다. 가히 최고의 연기다. 젊은만큼 앞으로의 연기 변신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갈 수록 힘이 빠진다. 초반부가 아이너의 내적 갈등을 주로 다뤘다면, 후반부로 가서는 ‘아이너’와 아내 ‘게르다’와의 외적 갈등이 반복된다. 하지만 톰 후퍼 감독은 ‘아이너’의 캐릭터에 집중한 나머지 ‘게르다’의 감정선은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보고 심히 궁금해진 것은 “‘게르그가 자신의 남편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위로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였다. 하지만 영화는 그 질문까지 들어가지는 못한다. 물론 캐릭터를 연기하는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생동감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따라서 후반부는 감정의 무게감 없이 사건이 나열되기만 하는 것은 아쉬울 따름. 그 밋밋한 연출을 레드메인이 가렸다는 것에 톰 후퍼 감독은 고마워해야할 것이다.

 

 개인 후기) 레오나르도, 긴장해야 할듯.


movie_imageSRYDMAP0.jpg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