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점]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牯嶺街少年殺人事件, 1991)

영화감상평

[리뷰 :10점]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牯嶺街少年殺人事件, 1991)

28 godELSA 6 2333 0

아뜩하게 출렁거리는 격변에 묶여 휘청거리는 사회 비극의 온전한 탐구

평점 ★★★★★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제목부터 상당히 자극적이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 <A Brighter Summer Day(빛나는 여름날)>에 비하지 않아도 충분히 직관적이다. 제목 그 자체로도 알 수 있듯이 영화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살인사건’ 그 자체에 주목하지는 않는다. 1961년 실제로 일어났던 대만 최초의 미성년자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개개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펼치면서 ‘에드워드 양’ 감독은 ‘왜 그 사건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으로 결말까지 다다른다. 그리고 국민당 정부 치하에 있는 대만 역사의 근현대적 풍경과 포개놓으면서 그 당시 사회의 단면을 그려내는 작품이 바로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다.

 

사건을 다룸에 있어서 에드워드 양 감독은 주인공에게 내면을 이입하지 않는다. 그러한 감독의 취지는 인물과의 거리감에서 잘 드러난다. 대체로 카메라와 주인공과의 거리는 비교적 멀다. 영화는 인물들의 전신을 하나의 씬 안에 모두 담으면서 인물들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인물들도 감정을 대체로 표면적으로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리고 인물을 따라가는 카메라의 움직임도 역동적이지 않고 비교적 단순하다. 영화는 차분한 화면을 통해서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사건을 따라가는데 사건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자세로 보여지며 이것은 관객들더러 주인공의 내면에 ‘이입’하기보다는 내면을 ‘이해’하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건조한 분위기로 서사가 이끌어지지만 그렇다고 에드워드 양 감독은 내면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주인공을 관조하는 자세를 취하면서도 주인공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는 시퀀스들의 사이를 매끄럽게 잇기보다는 사건의 한 순간 한 순간을 롱테이크로 보여주고 사실적으로 장면을 묘사하며 주인공의 상황을 바탕으로 보편적으로 구현되는 내면을 암시한다. 그렇게 복잡한 인물 관계에서 생기는 드라마를 매 장면마다 빼곡하게 담아내면서 복합적으로 얽힌 주인공의 감정의 변화와 구현을 포착하고 있다.

 

주인공의 드라마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하는 데에는 ‘사회적 풍경’이 크게 기여를 한다. 에드워드 양 감독은 1960년대 대만 사회의 단면을 묘사하는 요소들을 영화 곳곳에 장치해놓는다. 마을 옆에서 사격연습을 하는 군대, 거리를 다니고 있는 부대, 이념문제에 의한 강제 감금 등 당대 대만의 정치적 불안감이 민중의 생활상까지 퍼져있었던 초상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10대들의 모습을 관조하면서 사회의 고독과 불안을 포착한다. 이것은 주인공의 복합적인 내면이 효과적으로 구현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게 영화는 매 장면마다 보여지는 감정들을 점진적으로 쌓으면서 주인공의 억제된 내면을 결국에 폭발시키는데 불안한 사회상에 휩쓸려버린 개인의 운명을 비극적으로 묘사한다.

 

에드워드 양 감독은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역사의 흐름에 따른 사회적인 현상’으로 바라본다. ‘왜 그 사건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으로 서사를 이끌어가지만 살인사건의 소년을 동정하지는 않는다. 정권의 변동과 정치적 이민 등 격동이 끊임없이 일어났던 대만 근현대사회에서 불안감을 안은 채 살았던 소시민들의 관계를 바탕으로 주인공을 따라다닐 뿐이며 사건의 표면을 기록하는 자세만을 취한다. 그리고 영화는 사회 풍경을 환기하면서 개인사와 근현대사를 연관지으며 당대의 소시민적 생활상을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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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6 이스라필  
에드워드 양 영화는 뭔가 특별한게 있는 것 같아요.
특히나 이 영화는 더욱
14 ReSNO1  
리뷰 보고 찾아 보려 했는데 와. 자료 찾기가 힘드네요
리뷰 잘 봤습니다.
5 시린니  
부산에서 보신 건가요? 얘기만 잔뜩 듣고 실제로 본 적은 없는 영화라 너무 궁금하네요.
28 godELSA  
저작권 문제 때문에 DVD는 아직까지 정식으로 출시되지는 못했구요.
간간히 영화제에서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워낙 희귀한 기회라고 하더군요.
저는 올해 부국제에서 감상했습니다.

1 옥낭자  
영화 프로그램에서 자주 언급되던 그 작품이군요.

지금은 유명배우가 된 장진이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14 토렝매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