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솔직의 솔직한 평] 무간도 시리즈, 신세계, 그리고 영화에 대한 조금의 생각

영화감상평

[김솔직의 솔직한 평] 무간도 시리즈, 신세계, 그리고 영화에 대한 조금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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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에는 '영화는 역시 판타지지'라는 생각과 함께 극장 관람용 영화로는 규모가 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선호했었습니다. 때문에 비교적으로, 아니 대놓고 규모가 작을 수 밖에 없는 한국영화는 제게 결코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는 아니였지요.


 그러나 단순히 영화의 '내용' 뿐만이 아닌 연출, 특히나 배우들의 '연기' 측면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자국영화에서 자국민만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제 스스로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었던 한국 영화'를 꼽는다면 '아저씨','황해', 그리고 '신세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아, '끝까지 간다' 역시 그러하죠. 아무리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인이더라도 한국인만큼 위 영화들을 잘 '느낄 수 있는' 외국인은 아마 없을 겁니다.


 비단 연기력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빈이라는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에 대한 평소의 인식', '김윤석이란 배우가 주는 위압감과 우리 말을 쓰는 다른 민족에 대한 은연 중의 감정', '한국 특유의 남자들끼리의 의리'에 대한 경험과 생각들이 어우러져 위 영화들을 더욱 잘 즐길 수 있게끔 해준 거겠죠. 오직 한국인만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까지 만끽하고 나면 그제야 감독의 대단함을 되내여 봅니다. '와, 내가 이렇게 느낄 것을 의도한 것 같은데?' 하고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께 액션 걸작으로 거론되곤 하는 '레이드', 그리고 최근 감상한 영화 '신세계'의 원조 격 되는 '무간도 시리즈'를 감상하며 해당 영화를 제작한 나라의 언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시피 한 탓에 그 영화들을 즐기지 못한 것 같아 못내 아쉽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레이드'의 경우 아무런 재미도 느끼지 못하였으며, '무간도 시리즈'의 경우에는 애매했다는 게 적절한 평 같습니다.


 '신세계'라는 작품을 보며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저인데, '무간도 시리즈'를 그 이후에 보게 되었다는 사실 역시 이 애매한 느낌에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저 사람들은 왜 저 상황에 저렇게 의연한 말투인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 장면은 왜 이렇게 연출되었는지, '내가 중국인이었다면 저 장면이 애매하게 느껴지지 않고 피부에 와 닿았을까'라는 의문이 자꾸만 들더군요. 누구랄 것도 없이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에 큰 공감이나 몰입을 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어나 중국 정서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것이었는지 여부는, 글쎄요…….


 일단 아우 격 제품을 먼저 감상한 점 등이 상당한 몰입 방해 요소로 작용한 것 같아요. 우연이 겹치면 의심이 드는 것이 사람인데, '신세계'에서는 '무간도 시리즈'의 설정 뿐만이 아닌 상당히 많은 장면과 요소들을 따왔더군요. 1편에서 3편에 이르기까지 아주 여러 장면에서 신세계를 볼 수 있었어요. '부당거래'를 통해 팬이 된 '박훈정'님께 솔직히 적지 않은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박훈정 감독님께서 위에서 말씀드린 '자국민만이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갖고 놀 줄 아시는 재주가 없으셨다면 그야말로 아류작으로 그칠 작품이 아니었나 싶어요.


 결론적으로 이번 무간도 시리즈 감상은 괜히 좋아하는 영화 '신세계'에 대한 호감만 약간 줄어들고, 다시 한번 수많은 분들이 '명작'이라 일컫는 작품에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끝이 났습니다. '신세계'라는 영화를 정말 재밌게 봤던 사람으로서, 나쁜 표현이 아니라 최대한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비유를 하자면 이래요.


 '한국인 입맛에 맞게 조리된 음식'만 먹다 큰 기대를 갖고 본토에서 '원조'를 맛본 후 느낀 실망감.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이어지는 전자에 대한 실망. 제 느낌이 딱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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