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너무 많다 - 과 를 보고 든 생각들 (약스포)

영화감상평

사람들이 너무 많다 - <킹스맨>과 <기생수>를 보고 든 생각들 (약스포)

2 칼도 1 1908 0

<기생수>와 <킹스맨>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다. <기생수>는 그 생각을 다소간 진지하게 취급하는 반면 <킹스맨>은 그냥

 

개성적 악당을 만드는 용도로 써먹을 뿐이다. 그 생각의 현실적 무게를 전달하는데 <킹스맨>

 

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 <킹스맨>이 예술작품으로 의도된 영화가 아니라고 해서 이런 가벼움이 

 

용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동일한 기준에서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킹스맨>의 나쁜 가벼움은 개가 등장하는 두개의 에피소드에서도 

 

확인된다. 박제는 사랑의 표현일 수 없다. 객체화이기 때문이다. 정든 개를 쏘아 죽여야 킹스맨

 

이 될 수 있다는 설정에도 생각은 없고 모순은 있다. 킹스맨이 국가기구로서의 첩보국과는 달리 

 

관료주의적 냉혈이 흐르지 않는 휴먼함을 추구하는 세계시민적 첩보국이라는 인상을 실컷 심어

 

주지 않았는가 말이다. 주인공이 결국 킹스맨이 되었다거나 실탄이 안들어 있었다는 사실은 이 

 

가벼움을 해소시키지 못한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으로 돌아가자. 이 생각은 70% 정도 진리일 것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

 

들 중 70%가 기후변화의 책임이 인간한테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근거이다. 그러나 향후 50년 

 

내에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생태계와 지리에 큰 변동이 올 가능성이 70%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여기

 

는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사람들은 단순히 너무 많은게 아니라 자본주의적으로 너무 

 

많다. 그럼에도 이 사실보다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자본주의적 경제 발전에 최적인 사람수가 모자르

 

게 되리라는 전망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생태계에 가하는 부정적 압력면에서만이 

 

아니라  경제적 정의에 가하는 부정적 압력면에서도 자본주의가 진보적 성격을 상실했다는 사실이, 

 

50년 내에 스웨덴 같은 나라가 미국 같은 나라가 되고 100년 내에 문명이 1900년대 초의 수준으로 

 

퇴행할 가능성이 70%라는 사실이 어떤 범인류적 긴장이나 결단으로 이어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

 

는다. 처지가 더 나빠지는 길 말고는 앞두고 있지 않은 다수는 그 사실을 거의 모르거나 알아도 이

 

미 충분히 처지가 나쁘기 때문에 행동에 나설 여유가 없다. 큰 그림을 그릴줄 알고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인간 고유의 이성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조건을 그들은 박탈당했다. <킹스맨>같은 영

 

나 보며 희희덕 거리는 것이 그들이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여유이다.  

 

 

 

인류는 멸종을 앞두고 있다. 문자 그대로 절멸하지는 않더라도 퇴행과 약화만이 남았다는 의미에서 

 

하나의 문화적 존재로서는 멸종이 머지 않았다. 커다란 전쟁들이나 추정되는 규모 이상의 기후변화

 

를 수반하지만 않는다면 이 멸종은 장기적으로는 인간 아닌 뭇 생명들한테는 이로울 것이다. <킹스

 

맨>과 <기생수>에 공히 나오는 표현대로 이것은 자연이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는 사태로 이해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인류만을 위한 모든 관점과 인류에 대한 모든 희망 둘 다를 버린 지금 나는 이전의

 

어느 시기보다도 더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낀다. 책을 덜 읽고 글을 덜 쓴다. 이미 인식은 충분

 

하다. 살인하는 것보다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더 죄악이라는 히로카와의 주장이 진리는 아니더라도 

 

진리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하다. 그 대신 더 등산하고 더 자전거 타고 

 

더 여행다니고 더 길냥이들을 돌본다. 다행히도 나를 더 나은 내일로의 안간힘을 쓰는 실천으로 얽

 

맬 자식같은 존재들도 없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1 Comments
10 사라만두  
저도 몇년동안 허우적대던 구덩이였는데,, 그래도, `그럼에도`에 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