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과도한 욕심이 불러온 참사

영화감상평

명랑, 과도한 욕심이 불러온 참사

1 안일범 3 1512 2

욕심히 과했다. 해보고 싶은게 많았던게 틀림이 없다. 감독도, 배우도, 촬영팀도, 미술팀도, 편집팀도, 투자자도 해보고 싶은게 너무 많았나 보다. 한마디로 '명량'은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영화다.


감독이 영화를 다 찍고 1차 편집본을 냈더니 4시간 짜리 분량이 나왔다고 한다. 이 4시간 중에 포기해야할 내용들을 그리 쉽게 고를 수는 없었으리라. 이리 쳐내고 저리 쳐내고 단 2시간을 남겨 겨우 개봉했다. 전체 4시간 중 해전신 1시간은 고스란히 남기고 시나리오 3시간짜리를 1시간짜리로 압축해서 상영했다.


어림 잡아 주연/조연급 연기자 36명이 1시간 동안 시나리오를 진행한다.


( 최민식, 유승룡, 조진웅, 진구, 이정현, 김명곤, 권율, 노민우, 김태훈, 오타니 료헤이, 이승준, 김강일, 박보검, 문영동, 김원해, 유순웅, 김길동, 최덕문, 박노식, 장선호, 신창수, 김현태, 정제우, 강태영, 김구택, 주석태 아.. 그만하자 치다가 토나온다)


쉽게 말해 36명을 3으로 나눈다고 치더라도 1인당 3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시나리오를 전개해야 하는 셈이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캐릭터가 나온 다음에 이야기를 전개하기도 전에 다음 캐릭터가 나온다. 그리고 또 다음 캐릭터 다음 캐릭터. 악숙환은 지겹게 반복 된다. 마치 분량 나눠주기라도 하는 양 들락 날락 하기 바쁘다. 캐릭터에 몰입할 새도 없다. 대사 한두마디 치기 조차 어려운 시간 동안에 인물이 바뀌고 또 바뀐다.


공교롭게도 하나같이 중요한 인물들이다. 일본 무사이면서 한국에 귀의한 캐릭터나, 이순신의 좌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부하나, 첩보 역할을 하면서 연락책을 하는 캐릭터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다.

이는 일본군도 마찬가지인데, 구루지마, 가토 등 일본군 캐릭터에서도 서로 캐릭터가 톡 튀어놨다가 사라진다.


이야기는 수도 없다. 공포심 이야기. 아비와 아들의 정, 이순신을 위해 희생한 자, 이순신을 음해하려는 자, 탈영하다가 죽은 자, 분란을 일으키다가 죽은 자,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귀의한 자, 아비의 복수를 하려는 자 등등등의 이야기를 숨가쁘게 진행한다.


그러다보니 시나리오가 텅텅 빈다.

넌 대체 왜 일본무사이면서 귀의하고 있는데, 넌 왜 초반에 죽은 캐릭터가 막판에 배를 타고 있는데, 넌 왜 초반에 일본군한체 쫓기더니 어느새 노를 젓고 있는 건데, 넌 왜 일본 장수가 널 보고 분노에 치를 떨면서 달려 드는건데, 남자의 울음소리를 낸다던 회오리는 언제 우는건데... 아무런 설명없이 동앗줄은 왜 잡아당기는건데... 넌 왜..... 대체 왜....


그렇게 명량은 수 많은 궁금증을 남기고 야 '이겼으니 됐잖아', '이순신 짱이지 않니?' 만 남기고 끝이 난다.


그리고 허무한 크레딧이 올라간다. 겁탈당한 여인네 , 조선 기생 1번과 2번은 끝까지 볼 수 없는 걸까



1. 영화 오프닝의 퀄리티에 "이야 드디어 우리나라도 이런 영화 만드는구나"라며 깜짝 놀랬고

2. 마지막 거북선의 포스와 그 연출에 깜짝 놀랬고

3. 훌륭한 사운드 디자인에 깜짝 놀랬고

4. 이렇게 시나리오를 텅텅 비워둔채로 영화를 낼 수 있는 감독의 용기에 깜짝 놀랬고

5. 이런 영화에 평점 9점 10점을 찍는 사람들에게 더 놀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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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5 글로리맨유  
공감합니다 관객들이 많이 본다고 명작은 아니겠지요
14 규래  
솔직히.. 지금 관객수의 3분의 1정도 나와야 정상인듯..

너무 과대평가됫음
2 이재건  
역사적 사실이 너무 빠져있거나 과장되어 있어서 보는 내내 몹시 불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