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때늦은... 하지만, 곧 닥쳐올 3부작의 시작.

영화감상평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때늦은... 하지만, 곧 닥쳐올 3부작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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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반지의 제왕].. 그것도 '반지원정대'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곧 들이닥칠
'왕의 귀환'의 개봉을 나름대로 기념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물론 내가 기념한다고 해서
뭐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지만..이것은 마치 '배트맨 리턴스'를 보러 들어가면서
스크린에 대고 꾸뻑 인사를 하는 극히 개인적인 의식(?)이라고 해두는 편이 좋겠다.
하지만 내친 김에 '두 개의 탑'까지 어찌어찌 의식에 동참시켜보려 한다. 물론 '두 개의
탑'에 대한 글을 쓸 준비는 아직 안되어있으니.. 혹시혹시혹시라도 글이 궁금할 수도
있을까 모르겠지만. 작성자가 게으른 놈이거니 해주셨으면 좋겠다.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것은 수십발이 박혀있는 과녁에다
다시 화살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미 과녁에는 많은 화살자국이 남아있기
때문에 행여라도 같은 자리에 화살을 맞춰버리면 화살을 쏘나마나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겠지만, 다행히도 중앙부근에 화살의 흔적이 없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 박혔으면
좋겠다. 시작하기 전에 미리 밝혀둘 것은 [반지의 제왕]에 대해서는 굉장한 추종세력이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시선교환'이 아니겠는가?^^
혹시라도 [반지의 제왕]에 안좋은 감정을 갖고 계신 분이 있다라면... 이 글을 통해 시선을
바꿔보시길 바란다.

'피터잭슨'이 [반지의제왕]을 영화화하다.
모든 환타지의 시작이며, 우리에게 '몹'의 이름들(오크,고블린,발록 등)을 알려준 책이며
'엘프'와 '드워프'의 존재를 설명해줬고, 중간계라는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줬다. 우리가
그 방면으로 알고 있는 모든 정보의 시작은 바로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런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 자체로도 사건이지만, 더욱 놀라운
일은 연출이 바로 '피터 잭슨'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않은 감독이라는 것이다.
물론 대중적으로도 그렇게 유명한 감독이 아닌 것도 분명하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천상의 피조물들'이 그나마 살짝 스타일이 닿을까말까 싶다)
스플래터 호러의 광팬들이야 '데드 얼라이브'를 시작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쭈욱
파고들어간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를 유.명.한.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아니 유명세를 떠나서 그의 스타일로 환타지가 가능한지에 대해서 너무나도
'낯설음'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톨킨에 대한 자신의 존경과 판타지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뉴질랜드라는 자신의 성장 배경이 깔려있는 최적의 촬영장소를
알고 있었다. 호빗 마을 세팅을 위해서 1년 전부터 마을을 만들고 화초를 키우고 밭을
일구는 등 매우 정교한 준비과정을 보여줬으며, 세트나 미술, 헌팅과 캐스팅, 미니어쳐와
CG 등은 그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장면들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호러감독으로서가 아닌 장인정신이 깃들여진 연출을 보여준다. 게다가 3부작으로
한 작품당 3시간을 넘는 런닝타임은 그의 또다른 욕심의 표현이며, 더더욱 흥미를 끄는
것은 곧 개봉할 '왕의 귀환'은 1,2편을 뛰어넘는 재미를 보여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을 영화로 바꾸는 것에 대한 어려움.
'반지원정대'는 3부작 중 처음으로 사실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받는 것도 아니고, 사건의 재미를 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진행될 2,3부에
대한 사전 설명을 확실하게 해주고 넘어가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1,2,3부가 한가지 이야기의 뿌리에서 시작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반지원정대'는 중간계와
각각의 종족들, 역사와 지역, 인물과 그의 관계들에 대해서 최소한 개념정리는 해주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소설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톨킨은 배경을 설명하는 전반부에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고, 인내심없는 독자들은
전반부에서 지쳐버려 책을 손에서 놓은 일도 많았다고 한다. 영화는 단 10분만에
기본배경을 설명해준다. 아쉬운 점이기는 하다. 그렇게 간단하게 설명될 부분이 아님에도
영화라는 시간적 제약을(10분 설명하도고 영화는 3시간이 넘었으니)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 뒤에 이어지는 종족이나 관계에 대한 설명은 캐릭터 쪽으로 넘겨서
부연설명식으로 덧붙이고 있다. 사우론과의 전투에 대한 설명에 나레이션으로 깔아버리는
중간계의 역사. 인간, 엘프, 드워프의 관계와 그들의 특징(반지에 관련해서만)들..
매우 간단해서 특징이 잘 살지는 않지만, 그런 이유로 반지원정대원들은 각각의 종족들의
대표주자들이 참석하게 된다.

호빗 종족의 이야기. 그리고 반지가 그들에게 가야만 했던 사연.
반지에 대한 나레이션 설명 직후, 호빗마을의 등장에서부터는 말로써 설명하는 전달형
방식은 없어진다. 제법 긴 시간을 들여서 호빗들의 생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반지의 욕망에서 가장 동떨어진 종족으로서의 호빗. 그들의 존재는 더
큰 세계에서는 유명무실하며, 자연을 벗삼아 농사를 짓고 비슷한 종족끼리 뭉쳐사는
씨족사회를 형성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영토 밖으로 나가는 것에 전혀 흥미가 없는
(그런 의미에서 프로도는 참으로 호기심많은 호빗이지만)
정말 평화롭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종족인 셈이다. 그런 그들에게 악의 근원이자,
욕망의 집결체인 반지가 주어진다. 물론 그랬기 때문에 빌보가 반지를 주운 이후 60년간
아무런 일이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프로도는 여느 호빗과는 다른 호기심도 많고
의지도 강한 '특별한' 존재다. 그가 반지를 갖는 것은 유혹에서 가장 멀리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며 '샘 와이즈 갬지'라는 같은 호빗의 공동운명체에서도 비롯된다 할 수 있다.

인간, 엘프, 드워프, 호빗과 마법사... 원정대원들의 이야기.
반지는 파괴되어야만 하는 운명에 놓이고, 운반자는 살아남으려는 의지를 갖은 반지의
유혹에서 가장 멀리있는 인물이어야 하며,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은 중간계의
연합군으로 구성되어야만 하는 영화적인 특성을 갖고 조직된다. 물론 그들의 중심에는
정신적 지주인 마법사 간달프가 있다. 그는 빌보와의 약속대로 프로도를 '두 눈으로'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인간을 대표하는 아라곤과 보로미르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인간 종족에 대한 묘사를 적절히 그려내고 있다. 아라곤은 이실두르의
후손으로 자신의 선조가 범했던 실수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있다. 엘프의 장로인
엘론드의 말처럼 인간은 약해져있고, 아라곤은 과거에 사로잡혀있는 인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미래를 바꾸고 싶은 의지가 강하기도 하다. 반면 보로미르는 인간종족의
특징인 욕망를 표현하는 캐릭터를 갖고 있다. 엘프는 어떤가? [반지의 제왕]에서
엘프는 가장 객관적인 존재들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갈라드리엘'과 같이 막강한 힘을
갖은 엘프 마법사의 존재도 있지만, 원정대에 관련된 엘프들은 인간과의 우호관계를
갖고 있으며, 드워프와는 특별한 우호도 적대도 보이지는 않는다. 반면 드워프는 극히
개인적인 종족들로 그려진다. 그들은 땅속에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끊임없이
부의 축적을 위해 일하며 엘프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표시한다. 물론 그것이 엘프와
드워프의 갈등구조를 이룰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다. 그리고 호빗들. 이들은 영화적으로
감초의 역할이기도 하고, 프로도에게는 공동체의 운명을 같이 안고가는 동지들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특히 '피핀'은 원정대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엉뚱함을 갖고
있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완벽한 헌팅과 세팅, 음악, 미니어쳐, 미술, 촬영.. 그리고 CG!!!
너무 배경설명에만 집착한 것이 아닌가 싶다. 벌써 글을 제법 썼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하드웨어적인 얘기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 아직은 '반지원정대'에 대한
흥분이 크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영화는 준비작업에만 1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호비튼을 만들고 그곳에서 생활을 하는 정성은 물론이거니와 각각의 장면들이 보여주는
지독히도 고대적이고 환타스틱함은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아니 두층정도 높여준다.
비주얼 뿐이겠는가? 장면마다 깔아놓은 스코어는 영화의 환상적인 장면과 더불어
고대적인 느낌을 충분히 살려주고 있다. 음악을 맡은 '하워드 쇼'가 마치 '대니 엘프만'
같은 특징을 보여준다는 것도 사실은 낯설다. 크로넨버그와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그는
지금까지 제법 기괴하고 기분나쁜 그로테스크함을 들려줬는데, [반지의 제왕]에서는
웅장하고 신비스러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CG! 물론 CG 파트는 시대가 흐르면 흐를수록 발전하는 파트이기는 하지만, 어찌됐던
지금까지의 영화 중에 실사와의 결합이 이토록 자연스러운 영화가 또 있겠는가?! 물론
몇군데 슬쩍슬쩍 보이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은 겨우 옥의 티를 찾는 수준이
되어버릴테니 말이다. 당대 최고의 CG를 보여줬다는 '매트릭스'는 시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CG 컨셉을 갖고 구도의 비틀림이나 시간의정지를 보여주고 있으니 둘의 CG를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극히 개인적인 시각에서의 캐릭터를 빛내주는 캐스팅.
일단 '반지원정대'에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최고의 캐스팅은 마법사 간달프와 빌보
배긴스이다. 개인적으로 '이안 맥켈런'이나 '이안 홀름'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앗! 둘 다 '이안'이네 ㅡㅡ;) 캐릭터의 특징을 어떤 배우에게서 찾아올 수 있다라는
것이 놀라웠다. 간달프는 중후함과 위엄과 희생과 강력함을 속에 지니고 있는...
딱 '이안 맥켈런'의 모습이고 '이안 홀름'은 그냥 그 모습 자체로 호빗의 냄새가 술술
풍기는 배우라고 생각된다.

헌팅의 승리, 촬영의 디테일, 웅장함과 정교함 등에 관한 잡설.
뉴질랜드는 감독의 생각대로 가장 원초적인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반지의 제왕]을 찍기 위한 헌팅장소가 아닌가 싶다. 광활한 대지는 물론이고 높은
산들과 평원, 울창한 숲과 강의 모습들 등등. 물론 그런 천연적인 세트에도 미술적인
협조가 필요하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를 뉴질랜드에서 찍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역시
'피터잭슨'이 자라온 출신지라는 것이 한몫을 단단히 하는 것 같다. 아르웬이 반지의
정령들로부터 프로도를 태우고 달리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그 장면은 '프렌치
커넥션'에서 카체이스 장면을 봤을때처럼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물론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처럼 동선이 정교한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구도와 앵글 사이즈로 긴박감을
주는 장면은 인상적이었고 특히나 긴박한 상황에서 아르웬이 나무에 얼굴을 긁히는
디테일까지 생각한 것은 제법 야무진 연출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자연의
웅장함과 앵글 사이즈를 넘나드는 정교함을 모두 표현하는 것은 어찌보면 환타지 영화의
기본적인 촬영과 편집이겠지만, 그런 정설을 잘 따라가는 것도 누구나 다 갖고있는
능력은 아닐테니 말이다.

PS. 여담
'반지원정대'에서 딱 한장면 제법 눈에 많이 거슬리는 장면이 있었다면 초반부 4명의
호빗이 채소를 내동댕이치고 달려가는 장면인데.. 상당히 의외로 퀵줌아웃이라는
매우 싸구려틱한 카메라웍을 썼다. 현대의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좀처럼 쓰지않는
스타일인데 말이다. 장비가 부족했던 시절이나 저예산 영화 등에서 보여줬던 장면인데..
그냥 픽스로 풀샷을 보여줬어도 충분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들었던 장면이다.

'반지원정대'는 이제야 겨우 한고비를 넘기고 모르도르의 화염에 근접했다. 아직
아이센가드를 지나야하고 로한협곡의 대전투도 치뤄야하지만, 그들에겐 백색의 마법사로
돌아온 간달프가 합류할 것이고, 골룸이라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변화된 이야기도
갖고 올 것이다. 개봉된 '두 개의 탑'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하는 것은 약간 어색한
일이지만, '왕의 귀환'으로 가는 길에 꼭 지나야하는 관문은 '두 개의 탑'이며, 새로운
스타일의 CG로 무장한 로한 협곡의 전투에 대해 얘기할 생각을 하면 벌써 흥분이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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